[책] 부재의 인물들이 말하는 5월 희망가

입력 2020.06.09. 10:18 최민석 기자
중견작가 박혜강 소설집 출간
7편 작품 통해 5월 의미 형상화
30년 문학여정·삶의 노력 구현

"작가는 글로 말하는 것입니다. 장차 글로 계속 말하겠습니다."

중견작가 박혜강씨가 지난 91년 장편 '검은 노을'로 제1회 실천문학상을 받았을 때의 수상 소감이다.

그는 30년 동안 작가로 살며 한 번도 이 다짐을 잊은 적이 없다.

등단 이후 줄곧 장편소설만을 발표해 온 박혜강 소설가가 자신의 첫 소설집 '바깥은 우중'(문학들刊)을 펴냈다.

소설집 제목은 천재 시인 이상의 시 '건축무한육면각체'에서 발췌한 '바깥은 우중(雨中)'에서 따 왔다.

이번 소설집은 그동안 틈틈이 각종 지면에 발표했던 작품들 중 단편 6편과 중편 1편을 추려 엮었다.

수록작 중 '날개를 위하여'는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이자 시대와 불화하던 사내가 "나는 거울 없는 실내에 있다. 거울 속의 나는 역시 외출 중이다"라는 문장을 남기고 한달째 행방이 묘한 사내에 대한 이야기이다.

태평양을 횡단하며 하늘을 덮을 듯한 날개로 비상했던 그는 어느새 패각류처럼 입을 굳게 다물더니 "세상에 대한 사표"를 쓰고 오랫 동안 부재 중이다.

'미완의 탑'은 혁명에 실해한 한 청년이 도시에서 가대한 폭력이 휩쓸고 지나간 이후 방문을 걸어 잠그고 칩거한 사연을 들춰내고 있다.

간혹 몇 번의 비밀스런 외출을 거듭하다 급기야 사라졌다. 청년의 방에는 '돌무더기'들만이 가득했다.

'파랑새'는 파스텔 톤의 청색 실크스카프를 맨 한 여인이 낯선 사내의 트럭을 타고 동해로 가는 중 시아버지의 제사가 오늘이어서 장바구미를 손에서 놓지 못하는 현실을 들여다봤다.

'명사십리에는 순비기가 있다'는 백지 앞에서 절망하던 한 작가가 비릿한 갯내음이 스며드는 어느 낯선 방에서 아침을 맞는 모습을 통해 '블랙홀'과도 같은 글쓰기의 중력을 이기지 못해 '타나토스'의 유혹에 넘어가는 중이다.

'품바우'는 빨치산의 비밀을 간직한 주인공이 가진 평생 동안 울리지 않는 사연을 통해 현실과 내면의 충돌을 그려냈다.

예외 없이 그의 소설 속 인물들은 모두 '실종' 상태다. 이상은 가고 김해경은 남았다. 현우 뿐 아니라 해경도 부재 중이었다. 오월 광주 이후 남겨진 주체인 '미완의 탑'의 형, 남편의 부재를 견디어 내던 '파랑새'의 숙진 등 모두 남겨진 자들이다.

이들은 모두 사건 이후 폐허의 자리를 끝까지 지키려는 작가의 문학적 도정을 상징하는 인물들이다.

다른 표현으로 사건 이후 문학이 제출할 수 있는 진리의 공정을 수행하는 매개이기도 하다.

누군가는 부끄러움과 죄책감의 정동으로 오월을 서사화하고 어딘가에서는 역사의 한 장으로 오월을 기념비화하면서 과거의 사건으로 서둘러 정리하는 사이 작가의 분신들은 실종과 우울을 정면으로 마주하면서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들이 주체의 실종과 우울의 긴 동굴을 통과하면서 새로운 이야기들을 서 내고 사건을 지속적으로 현재화하고 있다면 이를 '사건에의 충실성'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박혜강 소설가는 "빗 속 저편에 밝고 해맑은 풍경이 기다리며 실종과 우울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주인공들을 통해 오월 의미와 작가로서의 문학적 여정을 되돌아보고 싶었다"며 "암울 속에 갇히더라도 결코 출구 찾기를 포기하지 않고 삶을 이어가려는 노력을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말했다.

박혜강씨는 광양 출생으로 조선대를 나와 지난 89년 무크지 '문학예술운동' 제2집에 중편 '검은 화산'을 발표하며 등단, 장편 '젊은 혁명가의 초상' '검은 노을' '다시 불러보는 그대 이름' '운주 1-5권' '조선의 선비들' '매천 황현' '곷잎처럼' 등을 냈다.

(사)광주·전남소설가협회 회장과 (사)광주·전남작가회의 회장, 무등일보 편집자문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고 현재 전업작가로 활동 중이다.

최민석기자 cms20@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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