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회의, 제2회 조태일문학성 시상식
'문학들' '시와사람' 등 발행 활동 지속
작가들 대면활동 자제 '집콕' 집필 전념
코로나 19 장기화로 인해 지역 문화계 전체가 침체에 빠진 가운데 광주 문학단체와 동인 모임, 작가들이 '정중동'(靜中動) 행보로 활로 모색에 나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인한 비대면 일상화로 대면 모임과 활동은 자제하는 반면 온라인과 동인지 발간 등에 집중하는 형태로 활동에 나서고 있다.
7일 광주 문단 등에 따르면 광주문인협회 등 지역 문화단체와 각 동인 모임들은 최근 온라인 영상 제작에 나서는 등 비대면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먼저 광주문인협회(회장 탁인석·이하 광주문협)는 하반기 문학 대중화를 위한 '시화동영상 거리문학관' 구축 등 영상 제작을 통해 독자들과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시화동영상 거리문학관'은 광주 서구문화센터와 양림동 소재 아트폴리곤, 북구적십자희망나눔카페 등 세곳에서 각각 운영할 계획이다.
광주문협은 텔레비전 모니터를 설치한 후 시화동영상 100편을 상영해 시민들과 만난다. 이를 위해 광주문협은 모집된 원고를 대상으로 이달 중 제작에 들어가 오는 10월부터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또 시낭송영상 콘텐츠도 만든다. '시낭송영상 콘텐츠'는 광주를 소개하는 대표시 50편을 선정, 관련 영상을 직접 촬영, 광주의 문화관광 홍보용으로 제작하기로 했으며 광주문협 유튜브 채널로 송출할 예정이다.
전남문인협회(회장 김용국)는 당초 문학기행과 답사 등에 나설 예정이었으나 하반기로 연기하는 한편 계간으로 발행되는 '전남문학' 9월호 원고를 이메일로 받고 있다.
이와함께 전남문학상 시상 등 관련 행사도 코로나 영향으로 축소 운영키로 했다.
광주·전남작가회의는 해마다 지역 시인, 소설가, 평론가 등 중견 작가들이 강사로 참여한 가운데 5월 광주에 대한 체험을 얘기하고 공유해 상처를 공유하는 장을 마련했다.
이어 (사)죽형조태일시인기념사업회(이사장 박석무)와 곡성군 주최, 한국작가회의 등과 제2회 조태일문학상 시상식을 연다.
시상식은 오는 12일 오후 3시 곡성 조태일시문학관에서 열린다. 올해 공모에는 132편이 공모와 추천을 통해 접수됐으며, 수상자를 선정하기 위한 예·본심이 진행돼 수상자로 시집 '붉은빛이 여전합니까'를 펴낸 손택수 시인이 선정됐다.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2천만 원, 부상을 수여한다. 조태일 시인의 21주기를 맞아 '타는 가슴으로 눈을 감으면'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조태일 시인의 삶과 시세계를 기리는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광주·전남 아동문학회(회장) 등 주요 동인단체들은 합평회와 기행 등 모임을 자제하고 온라인 활동과 동인지 발간 등 비대면 행사에 주력하고 있다.
2대 지역 문학지인 '문학들'과 '시와 사람'은 코로나 19사태에 아랑곳 없이 꾸준히 잡지를 발행하는 등 지속적 활동을 펼치고 있다.
시인 문병란 선생의 삶과 문학을 기리는 서은문학연구소(소장 황일봉)은 하반기 예정됐던 대면행사를 연기했으나 '문병란 시인 유고집' 발행 등을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밖에 지역 문인들은 각자 작품 창작에 주력하며 외부 활동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송광룡 시인은 "문단의 경우 행사나 프로그램이 많은 전시·공연 분야에 비해 코로나 영향을 적게 받는 편이지만 그래도 직간접으로 활동에 변수가 되고 있다"며 "코로나 사태 일상화로 앞으로도 온라인 비대면 활동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최민석기자 cms20@srb.co.kr
- 시와 그림으로 피어난 꽃의 절규와 함성 시는 시인의 얼굴이자 내면이다.시인은 시를 통해 속내를 털어놓고 표정에 담지 못한 언어를 끄집어낸다.박노식 시인의 시도 이와 다르지 않다.박노식 시인이 최근 신작시집을 낸 데 이어 올봄을 넘기지 않고 시화집을 내놓았다.그의 첫 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달아실 刊)을 펴냈다.박노식 시인은 등단 후 9년 동안 5권의 시집을 냈고, 이번에 첫 시화집을 내는 것이니 부지런히 시를 쓴 셈이다. 그 원동력이 어디에 있냐고 묻자, "세상과 싸우기 위해, 밥벌이를 위해 삼십여 년을 접어두어야 했던 만큼 '시'를 미치도록 그리워했다"며 "남보다 늦은 나이에 꿈을 향해 걸음을 내디딘 만큼 더 치열하게 시 창작에 몰두하였다"라고 답했다.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에는 모두 37편의 시가 실렸는데, 각 편마다 꽃말을 제목으로 하고 부제로 꽃 이름을 달았다. 각 시편마다 서양화가 김상연의 그림이 곁들여져 있어, 꽃시(詩)와 꽃말과 꽃그림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시화집이라고 할 수 있다.가령 "자기애"라는 꽃말을 지닌 "수선화"를 시인은 이렇게 시로 적고 있다."마주 앉아서 그대의 말끝을 따라갈 때면 어느새 저녁이 오고 나의 눈빛은 강 하구에 이릅니다/가만히 보면 그대 얼굴이 우물 같아서 달이 뜨고 거기에 내 얼굴도 떠 있습니다/그대는 흰 꽃잎으로 나는 노란 꽃잎으로 다시 태어나서 우리는 지금 서로의 운명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자기애-수선화' 전문)"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라는 꽃말을 지닌 "미선나무꽃"은 또 이렇게 시로 풀어냈다."아득한 기억처럼 슬퍼지는 시간들이 있지요/ 폭발 직전의 꽃망울은 순수의 가지에 놓여서 눈을 감아요/ 지난 노래를 부르지 말아요/ 한 장 꽃잎이 강물에 떠내려간들 누가 울어주나요/ 눈물은 온몸에 있어요/ 온몸이 울어요/ 당신이 다시 돌아와 내 눈물의 노래가 되었어요('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미선나무꽃' 전문)독자들은 시화집을 통해 37개의 꽃과 꽃말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그런데 꽃말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사람들이 자신의 삶과 이야기를 꽃에 투영한 결과이며 오랜 세월 인구에 회자되면서 꽃말로 굳어진 것이 아닐까 싶다.시인이 이번 시화집의 부제를 '꽃말을 시로 읊은 가슴 저민 자화상'으로 명명했다. 시인이 정작 쓰고 싶었던 것은 꽃이 아니라 꽃 너머, 꽃말이 아니라 꽃말 너머, 그러니까 우리 모두의 자화상인 셈이다.박노식 시인은 이번 시화집 출간에 맞춰 '꽃말시'를 화가 김상연이 그림으로 표현해 낸 특별한 시화전을 연다.시화전은 광주시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서 5월2~14일까지 박노식 시인의 첫 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 출판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마련됐다.전시회 첫날인 5월 2일 오후 6시 오프닝과 출판기념회를 함께할 예정이다.김상연 화가는 "기존의 시화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그림, 화가의 눈으로 시를 재해석한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며 "시화집에 인쇄된 그림과 원화가 주는 느낌은 또 다른 것이니 전시회에 오셔서 직접 감상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박노식 시인은 "'꽃말시'는 처음부터 시화집을 목적으로 구상했었다. 시집 한 권 분량의 60여 편을 염두에 두었으나 시화집으로 묶기에는 다소 벅찰 것이라며 그가 말렸다. 그래서 37편에 머물렀으나 꽃만 남고 훗날 그는 구름이 되어버렸다"며 "더는 가슴 저미는 일이 없길 바라므로 나는 죽은 사람처럼 이 시화집을 열어보지 못할 것이다"고 말했다.시인은 차마 더 이상 열어보지 못하겠다고 하니 시화집을 열어 꽃말시를 읽는 일은 우리들의 몫이다..박노식 시인은 광주에서 태어나 조선대 국문과를 나와 지난 2015년 '유심' 신인상을 받고 등단했다. 그동안 시집 '고개 숙인 모든 것' '시인은 외톨이처럼' '마음 밖의 풍경'을 펴냈으며, 화순 한천면 오지에서 시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혜했다. 현재 광주 동구 '시인 문병란의 집'큐레이터로 활동 중이다.김상연 화가는 화순에서 태어나 전남대와 중국 미술대학원을 거쳐 현대미술을 특유의 기법으로 회화와 설치, 미디어, 판화 등 다양한 장르로 표현, 주목을 받고 있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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