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일 지음/ 창비/ 3만원
동서교류와 교역은 고대 때부터 다양하게 이뤄져 왔다. 이같은 활발한 교류는 다양한 문명의 창조와 역사의 흥망을 통해 지속됐다.
'비단길'이라고도 일컫는 실크로드는 고대 중국과 서양 각국 간의 무역로를 가리킨다. 무역에서 비롯한 경제를 넘어 정치, 문화적 영향도 미쳐 역사적 의미가 크다.
중국 중원지방에서 시작해 타클라마칸 사막의 남북 가장자리를 따라 파미르 고원, 중앙아시아 초원, 이란 고원을 지나 지중해 동안과 북안에 이르는 길로 총 길이 6천400㎞에 달한다.
실크로드는 한국과 한민족에게는 어떤 존재였을까.
세계적인 실크로드학과 문명교류학의 대가 정수일 한국문명교류연구소장이 출간한 '우리 안의 실크로드'를 통해 우리에게 실크로드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전한다.
저자는 실크로드 위에서 한민족과 세계의 소통이 있었음을 설명한다. 이를 통해 '한국 속의 세계'와 '세계 속의 한국'의 위상을 확인한다.
고대 인디언들이 아프리카에서 라틴아케리카 최남단 우수아야에까지 이동할 때 한반도 중심을 가로질렀음을 밝히고, 남인도 타밀족이 1천여개 동음동의어를 사용하고 한국어와 어순이 일치함을 전하며 두 나라 언어 간 상관성이 있음을 전하며 이는 두 지역 간 교류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또 일본의 유명 미술사학자인 요시미즈 쓰네오의 책 '로마문화의 왕국, 신라'를 사례로 들기도 한다. 요시미즈 쓰네오는 로만글라스와 황금보검 등 신라의 로마 관련 유물들을 30년 동안 연구했다.
저자는 이런 예를 들며 신라와 로마 간 문화교류가 활발했음을 조명한다.
한국이 현존하는 세계의 고대 금관 유물 10점 중 7점을 점하고 있으며 중세 아랍의 지리학자 '이드리씨'의 언급과 중세 아랍 문헌기록에서 신라를 '이상향', '황금의 나라'로 선망했다는 내용도 제시한다.
한반도 동남부에 자리했던 신라의 국제적 네트워크가 이 정도 였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 의미와 가치는 지대하다.
저자는 그간 실크로드에 대한 연구가 중국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을 '중화중심주의적 시각의 오류'라고도 지적한다.
실크로드를 유라시아 구대륙에만 한정하는 국한론은 '환지구로(環地球路)' 단계까지 확장돼 온 실크로드 개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 환지구로론은 현재 학계에서 승세를 굳혀가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실크로드를 매개로 한 문명사 연구가 부족한 상황에서 다양한 정보와 지식을 준다는 점에서도 독자들에게는 양서로 손색이 없다.
최민석기자 cms20@srb.co.kr·뉴시스
- 대장간에 남아 있는 우리의 모습 "누군가 기록해두지 않으면 영영 사라질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그것이 쌓여 이야기가 되고, 역사가 된다. 이 책의 귀함과 무게가 거기에 있다."한때 서울 을지로 7가는 대표 대장간 거리였다. 녹번동,수색, 구파발 등지에도 대장간이 많았다. 그랬던 대장간들이 1970∼80년대 급격한 산업구조 개편과 도시개발을 거치면서 사양길로 접어들었다.이제는 대장간이 모여 있는 곳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대장간 셋이 붙어 있는 인천 도원동이 국내에 마지막 남은 대장간 거리라 할 수 있다.도원역 부근에 있는 인일철공소, 인천철공소, 인해대장간 중 맏형 격은 1938년생 최고령 대장장이 송종화 장인이 운영하는 인일철공소다.책 '대장간 이야기'는 사라져가는 우리 시대의 마지막 장인 대장장이와 대장간의 모든 것을 담았다.저자는 대장간 현장과 거기서 일하는 대장장이들, 대장간에서 만들어낸 연장들을 사용하는 우리 삶의 현장을 누빈다.역사 속 대장장이들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대장간이나 대장장이는 우리 문화에서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는지도 살핀다.저자는 또 대장간이 우리말의 아주 오랜 곳간임에 틀림 없다고 말한다.이 책에는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때 참전한 명나라군에 건넨 선물 중 휴대용 불붙이는 도구 부시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다.당시 이순신 장군이 부시를 일컬어 적었던 화금(火金)은 불을 일으키는 쇠라는 말이다. 부싯돌을 쳐서 불을 일으키는 쇳조각이 부시인데, 그 어원을 따져보면 불과 쇠가 합쳐져 이뤄진 말이다.이 책은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온 우리 대장간과 대장장이의 세계를 현장에서 관찰하고 정리한 결과물이다. 대장간과 관련한 거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대장간의 인문학적 향기를 다양한 관점에서 드러내고자 애썼다"고 말하는 저자는 대장간 현장과 거기서 일하는 대장장이들, 나아가 대장간에서 만들어낸 연장들을 사용하는 우리 삶의 현장 속을 누빈다. 또한 역사 속에서 대장장이들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대장간이나 대장장이는 우리 문화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는지도 살핀다. 이 책은 우리나라 대장간 다섯 곳, 일본의 다네가시마 대장간 한 곳의 현장 모습을 보여준다. 인천의 도심 한복판에 있는 네 곳 등인데, 이제는 모두 70대 이상의 노인 혼자서 일한다. 젊은 누구도 대장간 일을 배우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인 대장장이들이 일을 그만두면 그 대장간들은 영영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저자는 아쉬워한다.뭐니 뭐니 해도 가장 고마운 건 이때껏 대장간 현장을 지켜내온 이 땅의 나이 드신 대장장이 장인들이다. 힘에 부칠 때마다 대장간 현장을 찾아 그분들의 망치질 소리를 들으며 힘을 얻고는 했다.대장장이와 도구, 그리고 쇠. 대장간의 3요소라고 할 수 있다. 대장장이가 있어야 쇠를 달구고 두들겨서 뭔가를 만들 수 있다. 원자재인 철물이 없어도 대장간은 돌아가지 않는다. 기술을 가진 대장장이나 원재료인 쇠 말고도 화로, 모루, 망치, 집게 같은 필수 도구가 있어야 한다. 대장간 일은 쇠를 불에 달구는 작업이 우선이다. 화로에는 풀무가 따라붙는다. 바람이 없으면 화로에 불길을 일으킬 수 없기 때문이다.대장간 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성냥이다. 충청도 등 일부 지역에서는 대장간을 승냥깐이라 한다. 이 승냥이라는 말이 성냥에서 나왔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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