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는 5·18 광주민중항쟁을 배경으로 계엄군에 맞서다 죽음을 맞게 된 중학생 동호와 주변 인물들의 참혹한 운명을 그린 작품입니다. 5월 광주를 잘 알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많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한강 작가는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소설 '소년이 온다'에 대해 1일 "책을 처음 구상할 때 젊은세대가 많이 읽어 광주로 들어갈 수 있는 관문 역할을 했으면 하는 꿈을 꿨는데 현실이 돼 뿌듯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오후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제3회 아시아문학페스티벌 특별 인터뷰에서 소설 '소년이 온다'를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작품 '소년이 온다'는 5·18 당시 숨진 중학생 동호와 주변 인물들을 통해 당시의 상처를 끄집어 낸 수작으로 꼽힌다. 책은 이탈리아어로 번역돼 말라파르테 문학상을 받는 등 15개가 넘는 나라의 언어로 번역 출간돼 5·18을 알리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올해는 특히 5·18 40주년을 맞아 특별한정판이 제작됐으며 종합 베스트셀러에 올라 재조명을 받았다.
한강 작가는 "책은 지난 2013년 구상했었는데 당시 상황이 매우 암울해 신문 기사 한 줄이라도 나올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했다"며 "한편으로는 소설을 젊은, 어린세대가 읽어서 광주로 들어갈 수 있는 관문 역할을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었다"며 "그것이 현실이 돼서 가슴이 뜨거워졌다"고 웃어보였다.
이어 "주인공이 소년이고 형식 자체가 소설이기 때문에 접근하기 쉽고 한 번에 끝까지 넘길 수 있는 책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고 덧붙였다.
소설 '소년이 온다'와 5·18을 다룬 또다른 책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2권의 책 중 10대에 먼저 선물하고 싶은 책에 대해서는 한강 작가는 자신의 책을 권했다.
한강 작가는 "소년이 온다는 소년과 소녀가 나오고 글의 형식이 소설이어서 접근하기 쉽고 책이 얇아 책장이 잘 넘어가 쉽게 접근할 수 있다"며 "이후 사실을 다룬 책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를 읽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소년이 온다' 영어판 제목이 '휴먼 액트(Human Acts)'가 된 것에 대해서는 "아시아권에는 '소년이 온다'로 직역돼 출간됐지만 서양어권은 '보이스 컴온'으로 직역할 경우 성적, 종교적 의미가 담겨 있어 제목으로 쓸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서양어권 책 제목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며 "공수부대가 성경책을 들고 교회 다녀오던 부부를 때리던 장면을 보고 '인간은 어떤 짓을 할 수 있다'는 것에 착안해 제목을 붙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 강 작가는 국내 최초로 맨부커상을 받았고 올해 아시아문학페스티벌에서 아버지인 한국 문학의 거장 소설가 한승원과 힘께 참여, 행사의 성공적 개최에 힘을 보탰다. 최민석기자 cms20@srb.co.kr
- 시와 그림으로 피어난 꽃의 절규와 함성 시는 시인의 얼굴이자 내면이다.시인은 시를 통해 속내를 털어놓고 표정에 담지 못한 언어를 끄집어낸다.박노식 시인의 시도 이와 다르지 않다.박노식 시인이 최근 신작시집을 낸 데 이어 올봄을 넘기지 않고 시화집을 내놓았다.그의 첫 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달아실 刊)을 펴냈다.박노식 시인은 등단 후 9년 동안 5권의 시집을 냈고, 이번에 첫 시화집을 내는 것이니 부지런히 시를 쓴 셈이다. 그 원동력이 어디에 있냐고 묻자, "세상과 싸우기 위해, 밥벌이를 위해 삼십여 년을 접어두어야 했던 만큼 '시'를 미치도록 그리워했다"며 "남보다 늦은 나이에 꿈을 향해 걸음을 내디딘 만큼 더 치열하게 시 창작에 몰두하였다"라고 답했다.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에는 모두 37편의 시가 실렸는데, 각 편마다 꽃말을 제목으로 하고 부제로 꽃 이름을 달았다. 각 시편마다 서양화가 김상연의 그림이 곁들여져 있어, 꽃시(詩)와 꽃말과 꽃그림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시화집이라고 할 수 있다.가령 "자기애"라는 꽃말을 지닌 "수선화"를 시인은 이렇게 시로 적고 있다."마주 앉아서 그대의 말끝을 따라갈 때면 어느새 저녁이 오고 나의 눈빛은 강 하구에 이릅니다/가만히 보면 그대 얼굴이 우물 같아서 달이 뜨고 거기에 내 얼굴도 떠 있습니다/그대는 흰 꽃잎으로 나는 노란 꽃잎으로 다시 태어나서 우리는 지금 서로의 운명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자기애-수선화' 전문)"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라는 꽃말을 지닌 "미선나무꽃"은 또 이렇게 시로 풀어냈다."아득한 기억처럼 슬퍼지는 시간들이 있지요/ 폭발 직전의 꽃망울은 순수의 가지에 놓여서 눈을 감아요/ 지난 노래를 부르지 말아요/ 한 장 꽃잎이 강물에 떠내려간들 누가 울어주나요/ 눈물은 온몸에 있어요/ 온몸이 울어요/ 당신이 다시 돌아와 내 눈물의 노래가 되었어요('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미선나무꽃' 전문)독자들은 시화집을 통해 37개의 꽃과 꽃말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그런데 꽃말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사람들이 자신의 삶과 이야기를 꽃에 투영한 결과이며 오랜 세월 인구에 회자되면서 꽃말로 굳어진 것이 아닐까 싶다.시인이 이번 시화집의 부제를 '꽃말을 시로 읊은 가슴 저민 자화상'으로 명명했다. 시인이 정작 쓰고 싶었던 것은 꽃이 아니라 꽃 너머, 꽃말이 아니라 꽃말 너머, 그러니까 우리 모두의 자화상인 셈이다.박노식 시인은 이번 시화집 출간에 맞춰 '꽃말시'를 화가 김상연이 그림으로 표현해 낸 특별한 시화전을 연다.시화전은 광주시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서 5월2~14일까지 박노식 시인의 첫 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 출판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마련됐다.전시회 첫날인 5월 2일 오후 6시 오프닝과 출판기념회를 함께할 예정이다.김상연 화가는 "기존의 시화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그림, 화가의 눈으로 시를 재해석한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며 "시화집에 인쇄된 그림과 원화가 주는 느낌은 또 다른 것이니 전시회에 오셔서 직접 감상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박노식 시인은 "'꽃말시'는 처음부터 시화집을 목적으로 구상했었다. 시집 한 권 분량의 60여 편을 염두에 두었으나 시화집으로 묶기에는 다소 벅찰 것이라며 그가 말렸다. 그래서 37편에 머물렀으나 꽃만 남고 훗날 그는 구름이 되어버렸다"며 "더는 가슴 저미는 일이 없길 바라므로 나는 죽은 사람처럼 이 시화집을 열어보지 못할 것이다"고 말했다.시인은 차마 더 이상 열어보지 못하겠다고 하니 시화집을 열어 꽃말시를 읽는 일은 우리들의 몫이다..박노식 시인은 광주에서 태어나 조선대 국문과를 나와 지난 2015년 '유심' 신인상을 받고 등단했다. 그동안 시집 '고개 숙인 모든 것' '시인은 외톨이처럼' '마음 밖의 풍경'을 펴냈으며, 화순 한천면 오지에서 시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혜했다. 현재 광주 동구 '시인 문병란의 집'큐레이터로 활동 중이다.김상연 화가는 화순에서 태어나 전남대와 중국 미술대학원을 거쳐 현대미술을 특유의 기법으로 회화와 설치, 미디어, 판화 등 다양한 장르로 표현, 주목을 받고 있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 · 적막과 상처 속에서도 피어나는 사랑
- · 음모론의 이면에 숨겨진 진실의 모습
- · 소설처럼 쉽게 이해하는 우리 역사
- · '문정희 시인의 문학과 인생' 대담 특집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