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 주제로 활자예술·공간 의미 재정의
창작 활동 활성화 독자 작품 감상 기회 제공
광주에서 활동하는 20대 청년작가들로 구성된 문학전문예술단체인 '공통점'이 동명의 문학무크지 발간 등 문학을 매개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온라인 문학 전시'를 전개해 눈길을 끈다.
'공통점'은 문학작품을 모티브로 한 일러스트를 삽입하고 작품 하단에 글자 수와 줄 수를 캡션으로 넣는 등 문학을 향유하는 새로운 방식을 모색하는 프로젝트 '온라인 문학 전시'를 열고 있다.
이에앞서 지난 8월 시각예술 그룹 '머피'와 협업으로 준비한 전시가 코로나 재확산으로 중단되자, 웹진을 통해 온라인으로 선보였다.
이번 프로젝트는 공통점 멤버인 김병관, 김현진, 조온윤씨가 기획과 일러스트 제작을 각각 맡았다
이는 비교적 작품 발표의 기회가 적은 지역 작가들의 창작 활동을 활성화하고, 독자들이 자유롭게 작품을 감상하는 것을 목적으로 기획됐다. 언택트 시대의 매체로 발전 가능하다는 점이 인정 받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주최 인문상상 지원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프로젝트는 'RE:VERSE'(리버스)와 '공간과 자간'을 주제로 2회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5일 공개된 'RE:VERSE'에는 sjxkfk(필명), 김원경, 신헤아림, 양소정, 이기현, 이미지, 이서영, 정주리 작가가 필진으로 참여했다. 길을 잃지 않기 위해 걸어온 길을 돌아보자는 뜻으로, 전시에서는 지난 4년 동안 공통점과 함께했던 작가들을 다시 만나볼 수 있다.
11월 공개된 '공간과 자간'은 언택트 시대 활자예술과 공간의 의미에 주목했다.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의 의사소통 공간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바뀌면서 공간의 의미가 재정의되어야 한다는 논점에서 출발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활자예술인 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8명의 시인이 작품으로 형상화했다. 필진으로 김연덕, 김코, 모시, 배시은, 신해욱, 안태운, 유이우, 김의현 작가가 각각 참여했다.
이번 전시에는 시 30편과 산문 2편, 주제 서문 2편 등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온라인 문학 전시는 내년 1월까지 진행되며, 공통점 아카이브(commonpoint.kr)에 접속해 언제든지 감상할 수 있다. 전시 기간에 감상 후기를 보내주는 독자에게는 추첨으로 소정의 사은품도 지급한다.
프로젝트 기획자인 조온윤씨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사람들의 인문학적 감수성이 회복되는 한편, 지역 독자들의 문학예술 향유와 지역 내 작가들의 창작 활동이 활성화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힌편 '공통점'은 지난 2017년 독립출판물 발간으로 시작해 올해 통권 4권을 내놓았다.
조선대 출신인 이들 청년작가들은 지난 2016년 시창작 강의를 들었던 인연과 문학에 대한 열정으로 뭉쳤다.
현재 멤버는 모두 8명이며 이중 6명이 조선대 문창과 출신들이다. 신헤아림·김병관·김원경·김나연·이서영·조온윤 씨는 2017년 공통점 창간 멤버로 모임을 꾸린 후 김현진·이기현씨가 의기투합했다. 이들은 조선대 문창과에서 시를 가르쳤던 나희덕 시인의 제자들이다.
'공통점'은 매주 진행하는 합평 모임을 통한 문학 창작 및 연구로 시, 소설, 수필 등 각 참여자의 문학 창작물에 관한 면밀한 비평과 의견을 공유, 문학 지평 확산에 힘을 모으고 있다.
비정기 문예 독립잡지이자 문학무크지 '공통점'을 내고 있으며, 4호까지 발행했다. 12월 제5호를 출간할 예정이다.
최민석기자 cms20@srb.co.kr
- 시와 그림으로 피어난 꽃의 절규와 함성 시는 시인의 얼굴이자 내면이다.시인은 시를 통해 속내를 털어놓고 표정에 담지 못한 언어를 끄집어낸다.박노식 시인의 시도 이와 다르지 않다.박노식 시인이 최근 신작시집을 낸 데 이어 올봄을 넘기지 않고 시화집을 내놓았다.그의 첫 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달아실 刊)을 펴냈다.박노식 시인은 등단 후 9년 동안 5권의 시집을 냈고, 이번에 첫 시화집을 내는 것이니 부지런히 시를 쓴 셈이다. 그 원동력이 어디에 있냐고 묻자, "세상과 싸우기 위해, 밥벌이를 위해 삼십여 년을 접어두어야 했던 만큼 '시'를 미치도록 그리워했다"며 "남보다 늦은 나이에 꿈을 향해 걸음을 내디딘 만큼 더 치열하게 시 창작에 몰두하였다"라고 답했다.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에는 모두 37편의 시가 실렸는데, 각 편마다 꽃말을 제목으로 하고 부제로 꽃 이름을 달았다. 각 시편마다 서양화가 김상연의 그림이 곁들여져 있어, 꽃시(詩)와 꽃말과 꽃그림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시화집이라고 할 수 있다.가령 "자기애"라는 꽃말을 지닌 "수선화"를 시인은 이렇게 시로 적고 있다."마주 앉아서 그대의 말끝을 따라갈 때면 어느새 저녁이 오고 나의 눈빛은 강 하구에 이릅니다/가만히 보면 그대 얼굴이 우물 같아서 달이 뜨고 거기에 내 얼굴도 떠 있습니다/그대는 흰 꽃잎으로 나는 노란 꽃잎으로 다시 태어나서 우리는 지금 서로의 운명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자기애-수선화' 전문)"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라는 꽃말을 지닌 "미선나무꽃"은 또 이렇게 시로 풀어냈다."아득한 기억처럼 슬퍼지는 시간들이 있지요/ 폭발 직전의 꽃망울은 순수의 가지에 놓여서 눈을 감아요/ 지난 노래를 부르지 말아요/ 한 장 꽃잎이 강물에 떠내려간들 누가 울어주나요/ 눈물은 온몸에 있어요/ 온몸이 울어요/ 당신이 다시 돌아와 내 눈물의 노래가 되었어요('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미선나무꽃' 전문)독자들은 시화집을 통해 37개의 꽃과 꽃말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그런데 꽃말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사람들이 자신의 삶과 이야기를 꽃에 투영한 결과이며 오랜 세월 인구에 회자되면서 꽃말로 굳어진 것이 아닐까 싶다.시인이 이번 시화집의 부제를 '꽃말을 시로 읊은 가슴 저민 자화상'으로 명명했다. 시인이 정작 쓰고 싶었던 것은 꽃이 아니라 꽃 너머, 꽃말이 아니라 꽃말 너머, 그러니까 우리 모두의 자화상인 셈이다.박노식 시인은 이번 시화집 출간에 맞춰 '꽃말시'를 화가 김상연이 그림으로 표현해 낸 특별한 시화전을 연다.시화전은 광주시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서 5월2~14일까지 박노식 시인의 첫 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 출판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마련됐다.전시회 첫날인 5월 2일 오후 6시 오프닝과 출판기념회를 함께할 예정이다.김상연 화가는 "기존의 시화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그림, 화가의 눈으로 시를 재해석한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며 "시화집에 인쇄된 그림과 원화가 주는 느낌은 또 다른 것이니 전시회에 오셔서 직접 감상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박노식 시인은 "'꽃말시'는 처음부터 시화집을 목적으로 구상했었다. 시집 한 권 분량의 60여 편을 염두에 두었으나 시화집으로 묶기에는 다소 벅찰 것이라며 그가 말렸다. 그래서 37편에 머물렀으나 꽃만 남고 훗날 그는 구름이 되어버렸다"며 "더는 가슴 저미는 일이 없길 바라므로 나는 죽은 사람처럼 이 시화집을 열어보지 못할 것이다"고 말했다.시인은 차마 더 이상 열어보지 못하겠다고 하니 시화집을 열어 꽃말시를 읽는 일은 우리들의 몫이다..박노식 시인은 광주에서 태어나 조선대 국문과를 나와 지난 2015년 '유심' 신인상을 받고 등단했다. 그동안 시집 '고개 숙인 모든 것' '시인은 외톨이처럼' '마음 밖의 풍경'을 펴냈으며, 화순 한천면 오지에서 시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혜했다. 현재 광주 동구 '시인 문병란의 집'큐레이터로 활동 중이다.김상연 화가는 화순에서 태어나 전남대와 중국 미술대학원을 거쳐 현대미술을 특유의 기법으로 회화와 설치, 미디어, 판화 등 다양한 장르로 표현, 주목을 받고 있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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