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독서논술지도 자전적 경험 작품화
각박한 세태 동심 잃은 아이들 현실 풍자
임지형 동화작가는 예전 아이를 대상으로 독서 논술 지도를 하며 생각하기를 어려워하고 싫어하는 아이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이런 성향의 아이들일수록 생기가 없고 늘 무기력해 보였다고 느꼈다.
그가 이같은 자전적 경험을 담아 창작동화 '늙은 아이들'(고래가 숨쉬는 도서관刊)을 펴냈다.
그는 아이들을 보며 활기차게 살고 있는 노인들도 많지만 무기력하게 생기 없이 살고 있는 경우도 많음을 인식했다.
이야기의 얼개는 여기에서 시작된다.
작가는 겉모습은 아이지만 속은 이미 노인과 다를 바 없는 아이들의 일상을 보며 만약에 이들의 겉모습까지 늙어 버리게 된다는 상상을 입혔다.
이 상상은 아이들이 늙어 버린 상황을 세상은 어떻게 받아들일까로 나아간다.
세상의 일을 결정하는 정치인들, 아이들의 보호자인 부모님은 아이들을 위해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 지도 궁금해진다.
그는 갑자기 나이가 들어 버린 늙은 아이들이 어떤 하루하루를 보내게 되고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하나하나 실타래를 풀어간다.
꿀벌이 비처럼 우수수 떨어지고 날씨는 하루에도 몇 번씩 사계절을 오가는 이상한 날씨가 계속된다.
사람들은 흉흉한 소문을 옮기며 불안해 한다. 어느 날 해찬이가 여느 때처럼 학교에 왔지만 학교 분위기는 전과는 다르다. 친구 형석이는 결석을 하고 전화도 받지 않는다. 형석이 말고도 결석을 한 아이는 여럿 있다. 선생님은 아이들이 전학을 갔다고 말하고 다음 날에도 전학을 간 아이들은 더 있다.
몸이 아파 결석을 한 해찬이의 집에 정부에서 왔다는 키 큰 남자와 키 작은 남자가 들어서고 해찬이를 보고 그냥 돌아간다.
돌아가면서 두 사람은 저 아이는 멀쩡한데 왜 가보라고 했는지 모르겠다며 80대 노인이 된 다른 이야기를 한다.
다음 날 아침 해찬이는 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보다 깜짝 놀란다. 거울 속에는 해찬이가 아닌 할아버지가 있었다.
이 작품은 각박하고 삭막한 세태 속에서 동심을 잃어버린 아이들의 현실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어른 독자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임지형 작가는 지난 2008년 무등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얼굴 시장'으로 등단해 2009년 '목포 문학상'을 수상하고 동화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특별한 공작소'를 열심히 돌리면서, 아이들의 마음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동화를 쓰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노력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마루타 소년' '가족 선언문' '피자 선거' '고민 들어주는 큰입이' 등이 있으며, '진짜 거짓말' '열두 살의 모나리자'는 '문학나눔 우수 문학 도서'로 선정됐다.
최민석기자 cms20@srb.co.kr
- 대장간에 남아 있는 우리의 모습 "누군가 기록해두지 않으면 영영 사라질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그것이 쌓여 이야기가 되고, 역사가 된다. 이 책의 귀함과 무게가 거기에 있다."한때 서울 을지로 7가는 대표 대장간 거리였다. 녹번동,수색, 구파발 등지에도 대장간이 많았다. 그랬던 대장간들이 1970∼80년대 급격한 산업구조 개편과 도시개발을 거치면서 사양길로 접어들었다.이제는 대장간이 모여 있는 곳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대장간 셋이 붙어 있는 인천 도원동이 국내에 마지막 남은 대장간 거리라 할 수 있다.도원역 부근에 있는 인일철공소, 인천철공소, 인해대장간 중 맏형 격은 1938년생 최고령 대장장이 송종화 장인이 운영하는 인일철공소다.책 '대장간 이야기'는 사라져가는 우리 시대의 마지막 장인 대장장이와 대장간의 모든 것을 담았다.저자는 대장간 현장과 거기서 일하는 대장장이들, 대장간에서 만들어낸 연장들을 사용하는 우리 삶의 현장을 누빈다.역사 속 대장장이들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대장간이나 대장장이는 우리 문화에서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는지도 살핀다.저자는 또 대장간이 우리말의 아주 오랜 곳간임에 틀림 없다고 말한다.이 책에는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때 참전한 명나라군에 건넨 선물 중 휴대용 불붙이는 도구 부시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다.당시 이순신 장군이 부시를 일컬어 적었던 화금(火金)은 불을 일으키는 쇠라는 말이다. 부싯돌을 쳐서 불을 일으키는 쇳조각이 부시인데, 그 어원을 따져보면 불과 쇠가 합쳐져 이뤄진 말이다.이 책은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온 우리 대장간과 대장장이의 세계를 현장에서 관찰하고 정리한 결과물이다. 대장간과 관련한 거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대장간의 인문학적 향기를 다양한 관점에서 드러내고자 애썼다"고 말하는 저자는 대장간 현장과 거기서 일하는 대장장이들, 나아가 대장간에서 만들어낸 연장들을 사용하는 우리 삶의 현장 속을 누빈다. 또한 역사 속에서 대장장이들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대장간이나 대장장이는 우리 문화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는지도 살핀다. 이 책은 우리나라 대장간 다섯 곳, 일본의 다네가시마 대장간 한 곳의 현장 모습을 보여준다. 인천의 도심 한복판에 있는 네 곳 등인데, 이제는 모두 70대 이상의 노인 혼자서 일한다. 젊은 누구도 대장간 일을 배우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인 대장장이들이 일을 그만두면 그 대장간들은 영영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저자는 아쉬워한다.뭐니 뭐니 해도 가장 고마운 건 이때껏 대장간 현장을 지켜내온 이 땅의 나이 드신 대장장이 장인들이다. 힘에 부칠 때마다 대장간 현장을 찾아 그분들의 망치질 소리를 들으며 힘을 얻고는 했다.대장장이와 도구, 그리고 쇠. 대장간의 3요소라고 할 수 있다. 대장장이가 있어야 쇠를 달구고 두들겨서 뭔가를 만들 수 있다. 원자재인 철물이 없어도 대장간은 돌아가지 않는다. 기술을 가진 대장장이나 원재료인 쇠 말고도 화로, 모루, 망치, 집게 같은 필수 도구가 있어야 한다. 대장간 일은 쇠를 불에 달구는 작업이 우선이다. 화로에는 풀무가 따라붙는다. 바람이 없으면 화로에 불길을 일으킬 수 없기 때문이다.대장간 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성냥이다. 충청도 등 일부 지역에서는 대장간을 승냥깐이라 한다. 이 승냥이라는 말이 성냥에서 나왔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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