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워진 날씨에 눈이 올 것만 같은 날. 가르치던 아이들의 그림 전시를 앞두고 있었습니다. 마지막 점검 중에 기쁜 소식을 들었습니다. 너무 놀라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전시장을 서성거렸습니다. 그림들이 다시 눈에 들어옵니다. 액자 없이 나란히 걸린 아이들의 그림이 더 정겨워집니다. 낯선 공간에서 처음 만난 그림들은 서로 스며들어 이야기가 되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조용한 전시장 안은 수런거리며 끝나지 않을 동화와 시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그림 속엔 부족하고 아팠지만 다정하고 따뜻했던 어린 시절의 저와 친구들이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소외된 곳의 아이들을 만나면서 좀 더 어른이 된 것 같습니다. 그림 안에서 만나 서로 밑그림이 되기도 하고 덧칠이 되어 다독였던 시간들. 그런 시간들이 시가 되어 안겼다는 생각에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빈 손 안에 언어의 온기를 소중히 담아내겠습니다. '시작'이라는 언어의 무게를 다시 가늠 해 봅니다. 끊임없이 질문하며 쓰겠습니다.
사물을 보는 통찰력과 명징한 언어의 결을 일깨워주신 조정인 선생님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 코로나 시기에 건강이 좋지 않으신 부모님께 당선 소식을 알리게 되어 기쁩니다. 한결같은 자세로 시 쓰는 일에 매진하라고 격려해 주신 계간 '시로여는세상' 선생님들 고맙습니다. 수요문학회문우들, 곁에서 묵묵히 응원을 해 주신 김성병 씨와 아들 도연, 재연, 형제들과 이 기쁨을 나누겠습니다.
시 앞에 설 수 있도록 튼튼한 다리를 놓아 주신 무등일보사 관계자님들과 저의 어눌한 언어의 손을 잡아 주신 노철 심사위원 선생님께 큰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겸손한 마음으로 정진하겠습니다.
조효복
▲순천 출생
▲동덕여자대학교 회화과 졸업
▲2020년 계간 '시로여는세상' 신인상
- 대장간에 남아 있는 우리의 모습 "누군가 기록해두지 않으면 영영 사라질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그것이 쌓여 이야기가 되고, 역사가 된다. 이 책의 귀함과 무게가 거기에 있다."한때 서울 을지로 7가는 대표 대장간 거리였다. 녹번동,수색, 구파발 등지에도 대장간이 많았다. 그랬던 대장간들이 1970∼80년대 급격한 산업구조 개편과 도시개발을 거치면서 사양길로 접어들었다.이제는 대장간이 모여 있는 곳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대장간 셋이 붙어 있는 인천 도원동이 국내에 마지막 남은 대장간 거리라 할 수 있다.도원역 부근에 있는 인일철공소, 인천철공소, 인해대장간 중 맏형 격은 1938년생 최고령 대장장이 송종화 장인이 운영하는 인일철공소다.책 '대장간 이야기'는 사라져가는 우리 시대의 마지막 장인 대장장이와 대장간의 모든 것을 담았다.저자는 대장간 현장과 거기서 일하는 대장장이들, 대장간에서 만들어낸 연장들을 사용하는 우리 삶의 현장을 누빈다.역사 속 대장장이들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대장간이나 대장장이는 우리 문화에서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는지도 살핀다.저자는 또 대장간이 우리말의 아주 오랜 곳간임에 틀림 없다고 말한다.이 책에는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때 참전한 명나라군에 건넨 선물 중 휴대용 불붙이는 도구 부시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다.당시 이순신 장군이 부시를 일컬어 적었던 화금(火金)은 불을 일으키는 쇠라는 말이다. 부싯돌을 쳐서 불을 일으키는 쇳조각이 부시인데, 그 어원을 따져보면 불과 쇠가 합쳐져 이뤄진 말이다.이 책은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온 우리 대장간과 대장장이의 세계를 현장에서 관찰하고 정리한 결과물이다. 대장간과 관련한 거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대장간의 인문학적 향기를 다양한 관점에서 드러내고자 애썼다"고 말하는 저자는 대장간 현장과 거기서 일하는 대장장이들, 나아가 대장간에서 만들어낸 연장들을 사용하는 우리 삶의 현장 속을 누빈다. 또한 역사 속에서 대장장이들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대장간이나 대장장이는 우리 문화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는지도 살핀다. 이 책은 우리나라 대장간 다섯 곳, 일본의 다네가시마 대장간 한 곳의 현장 모습을 보여준다. 인천의 도심 한복판에 있는 네 곳 등인데, 이제는 모두 70대 이상의 노인 혼자서 일한다. 젊은 누구도 대장간 일을 배우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인 대장장이들이 일을 그만두면 그 대장간들은 영영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저자는 아쉬워한다.뭐니 뭐니 해도 가장 고마운 건 이때껏 대장간 현장을 지켜내온 이 땅의 나이 드신 대장장이 장인들이다. 힘에 부칠 때마다 대장간 현장을 찾아 그분들의 망치질 소리를 들으며 힘을 얻고는 했다.대장장이와 도구, 그리고 쇠. 대장간의 3요소라고 할 수 있다. 대장장이가 있어야 쇠를 달구고 두들겨서 뭔가를 만들 수 있다. 원자재인 철물이 없어도 대장간은 돌아가지 않는다. 기술을 가진 대장장이나 원재료인 쇠 말고도 화로, 모루, 망치, 집게 같은 필수 도구가 있어야 한다. 대장간 일은 쇠를 불에 달구는 작업이 우선이다. 화로에는 풀무가 따라붙는다. 바람이 없으면 화로에 불길을 일으킬 수 없기 때문이다.대장간 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성냥이다. 충청도 등 일부 지역에서는 대장간을 승냥깐이라 한다. 이 승냥이라는 말이 성냥에서 나왔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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