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시인들 시집 출간 잇따라
삶·자연·고향·추억 등 주제 다양
새해를 맞아 지역 시인들의 시집 출간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특히 시인들의 잇따른 시집 출간은 침체된 지역 문단에 활기를 불어넣음과 동시에 신진·중견 시인들의 작품을 다양하게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시집을 상재한 이들은 박선우·박선욱·송만철·이선근 시인 등이다.
신안 출신 박선우 시인은 자신의 네번째 시집 '섬의 오디세이'(더푸른출판사刊)를 내놓았다.
그는 이번 시집에서 삶의 터전인 신안 압해도를 비롯해 홍도와 흑산도, 비금도, 임자도 등 신안 각 섬의 풍물과 삶의 모습들을 그려낸 시편들을 선보이고 있다.
박 시인의 서정과 시적 정서의 원천은 신안 곳곳의 섬과 바다이다.
섬에 사는 동물과 식물, 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바다에서 사는 물고기들은 시인의 옆에서 함께 살아가는 동료이며 그렇게 살아가는 삶의 모습은 그 자체로 생명과 존재를 상징한다.
박선우 시인은 지난 2008년 '리토피아'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홍도는 리얼리스트인가 로맨티스트인가' 등을 냈고 전북해운문학상과 제주기독문학상, 목포문학상 남도작가상, 열린시학상 등을 받았다.
나주 출신 박선욱 시인은 신작 시집 '눈물의 깊이'(삼인刊)를 펴냈다.
그는 이번 시집에서 시민공동체의 새로운 윤리적 상상력을 특유의 서정성으로 써낸 시편들을 수록했다.
그의 궁극적 관심은 자신이 살고 있는 삶의 현장, 다시 말해 보편적 시공간에 대한 치열한 재발견과 성찰로 요약된다.
그는 진중한 태도로 자신의 일상을 되돌아보고 주변의 사소한 인연과 사물, 자연에게 말을 걸고 나아가 역사와 시대를 조명했다.
그는 지난 82년 '실천문학'에 시 '누이야' 외 3편이 당선됐고 시집으로 '그때 이후' 등을 냈다.
지난해 제3회 롯데출판문화대상 본상을 받았다.
고흥 출신 농민시인 송만철씨는 네번째 시집 '물결'(천년의 시작刊)을 출간했다.
그는 자신의 고독을 내적 가치로 승화시키고 상상이나 서정성보다 사실에 기반을 둔 담백한 문체를 통해 삶의 목소리를 담은 시편들을 담았다.
그는 시에서 직접 경험했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현대 문명에 천천히 묻히고 지워져가고 있는 것들에 대한 향수를 특유의 시적 표현으로 그려냈다.
그는 지난 96년 '불교문예'로 등단, 시집 '참나리꽃 하나가'와 '들판에 다시 서다' 등을 냈고 송수권 시문학상(남도시인상)을 받았다.
순천 출신 이선근 시인은 제5시집 '겨울나무도 푸르다'(한림刊)를 상재했다.
그는 존재와 성찰의 문제에 깊은 울림을 보여주는 시들을 통해 우주와 자연, 이별과 그리움, 사회 부조리와 그늘, 언어와 들꽃, 아버지와 추억의 고향 풍경 등 다양하고 풍성한 세계를 펼쳐냈다.
그는 특히 우주적 상상력과 자연의 원리를 파고드는 시적 감각이 돋보이는 작품들로 독특한 시세계를 구축해가고 있다.
이선근 시인은 지난 2015년 '문학춘추' 시로 등단, 문학춘추작가회 이사와 (사)서은문병란문학연구소 사무국장 등으로 일했고 그동안 시집 '꽃이 되려는 조건' 등 활발한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민석기자 cms20@srb.co.kr
- 대장간에 남아 있는 우리의 모습 "누군가 기록해두지 않으면 영영 사라질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그것이 쌓여 이야기가 되고, 역사가 된다. 이 책의 귀함과 무게가 거기에 있다."한때 서울 을지로 7가는 대표 대장간 거리였다. 녹번동,수색, 구파발 등지에도 대장간이 많았다. 그랬던 대장간들이 1970∼80년대 급격한 산업구조 개편과 도시개발을 거치면서 사양길로 접어들었다.이제는 대장간이 모여 있는 곳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대장간 셋이 붙어 있는 인천 도원동이 국내에 마지막 남은 대장간 거리라 할 수 있다.도원역 부근에 있는 인일철공소, 인천철공소, 인해대장간 중 맏형 격은 1938년생 최고령 대장장이 송종화 장인이 운영하는 인일철공소다.책 '대장간 이야기'는 사라져가는 우리 시대의 마지막 장인 대장장이와 대장간의 모든 것을 담았다.저자는 대장간 현장과 거기서 일하는 대장장이들, 대장간에서 만들어낸 연장들을 사용하는 우리 삶의 현장을 누빈다.역사 속 대장장이들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대장간이나 대장장이는 우리 문화에서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는지도 살핀다.저자는 또 대장간이 우리말의 아주 오랜 곳간임에 틀림 없다고 말한다.이 책에는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때 참전한 명나라군에 건넨 선물 중 휴대용 불붙이는 도구 부시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다.당시 이순신 장군이 부시를 일컬어 적었던 화금(火金)은 불을 일으키는 쇠라는 말이다. 부싯돌을 쳐서 불을 일으키는 쇳조각이 부시인데, 그 어원을 따져보면 불과 쇠가 합쳐져 이뤄진 말이다.이 책은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온 우리 대장간과 대장장이의 세계를 현장에서 관찰하고 정리한 결과물이다. 대장간과 관련한 거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대장간의 인문학적 향기를 다양한 관점에서 드러내고자 애썼다"고 말하는 저자는 대장간 현장과 거기서 일하는 대장장이들, 나아가 대장간에서 만들어낸 연장들을 사용하는 우리 삶의 현장 속을 누빈다. 또한 역사 속에서 대장장이들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대장간이나 대장장이는 우리 문화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는지도 살핀다. 이 책은 우리나라 대장간 다섯 곳, 일본의 다네가시마 대장간 한 곳의 현장 모습을 보여준다. 인천의 도심 한복판에 있는 네 곳 등인데, 이제는 모두 70대 이상의 노인 혼자서 일한다. 젊은 누구도 대장간 일을 배우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인 대장장이들이 일을 그만두면 그 대장간들은 영영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저자는 아쉬워한다.뭐니 뭐니 해도 가장 고마운 건 이때껏 대장간 현장을 지켜내온 이 땅의 나이 드신 대장장이 장인들이다. 힘에 부칠 때마다 대장간 현장을 찾아 그분들의 망치질 소리를 들으며 힘을 얻고는 했다.대장장이와 도구, 그리고 쇠. 대장간의 3요소라고 할 수 있다. 대장장이가 있어야 쇠를 달구고 두들겨서 뭔가를 만들 수 있다. 원자재인 철물이 없어도 대장간은 돌아가지 않는다. 기술을 가진 대장장이나 원재료인 쇠 말고도 화로, 모루, 망치, 집게 같은 필수 도구가 있어야 한다. 대장간 일은 쇠를 불에 달구는 작업이 우선이다. 화로에는 풀무가 따라붙는다. 바람이 없으면 화로에 불길을 일으킬 수 없기 때문이다.대장간 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성냥이다. 충청도 등 일부 지역에서는 대장간을 승냥깐이라 한다. 이 승냥이라는 말이 성냥에서 나왔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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