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벽당 등 5-6편 연작 완성 주목
현장적 체험 작가적 상상력 결합
옛날과 현재를 넘나들며 선인들의 지혜로 세상을 바라 볼 수 있게 하는 현대가사시집이 나왔다.
최한선 전남도립대 교수가 자신의 12번째 시집 '가사로 쓴 일동 삼물의 노래'(필명 최정서·고요아침刊)를 펴냈다.
'일동 삼물'은 담양군 가사문학면에 있는 '식영정'과 '환벽당', '소쇄원'을 일컫는 말로 시집은 역사적 사실을 시제로 현대적 이슈와 빗대거나 다시 해석하는 형식으로 풀어 낸 현대판 가사시의 전형으로 평가되고 있다.
최한선 교수는 특히 1부에서 '식영정'과 '환벽당', '소쇄원'에 관한 이야기를 각각 5~6편씩 연작으로 이끌어 내며 독자성 강한 짜임새나 긴밀성을 가지면서 모두 하나의 주제로 이어지는 장편 연작성 가사를 완성하고 있다.
실제로 첫 편의 '식영정 이야기'를 읽어 보면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식영'이라는 말이 어디에서 유래한 것인지 '예화'를 통해 역사적 사건을 설명하고 있다.
'식영'은 공자가 많은 제자를 이끌고 여러 위정자들에게 정치를 자문해주고 지식을 전하러 다니길 13년째 되는 해, 자기의 이상대로 세상이 다스려지지 않아 혼란스러워 하는 순간에 만난 농부(노자)의 꾸짖음에서 유래된 말이다.
그는 연작 가사시 '식영정이야기'에서 "그림자를 끊으려면 그늘에 들어서야지, 능력과 지식을 완성하지 못한 상태에서 벼슬을 구걸 하러 다니면서도 무능한 자취를 남기기 것이 싫어 그림자만 끊으려 한다"는 역사적 사실을 전해 준다.
최 교수는 다음 편에서 '식영정'이라는 정자이름이 임억령에 의해 확정되기까지의 이야기를 이어간다.
정자이름 지어보는데/'성산 리젠시빌'/'담양 아뜨리움'/'남면 루센티아'/'코리아 그라시움'/이말이 뭔 말이어 아무래도 있어 보일라면/ … 중략 … /"어허, 정자 작명이 이리 어려울 줄!"/몇 날 며칠 생각하다/ 문뜩 떠오른 농부가 했던 말/"그림자를 끊으려면 그늘에 들어야지"/
김학성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재구성하면서도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현장 속으로 소환해 독자로 하여금 현장적 체험으로 받아 들일 수 있도록 한 작가의 창의적 상상력이 작용한 작품"이라며 "가사가 어떤 사실이나 사건 등을 전달하는 '전술장르'라는 점에서 이 시집은 현대 가사의 전형을 보이고 있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최한선 교수는 작가의 말을 통해 "세상이 시끄럽고 인심이 변해도 우리 말과 우리 정신은 영원히 그대로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21세기문학'과 '시조 시학'을 통해 등단 한 뒤 '열린시학상'과 '박용철문학상', '성균문학상', '김현승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최민석기자 cms20@srb.co.kr
- 대장간에 남아 있는 우리의 모습 "누군가 기록해두지 않으면 영영 사라질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그것이 쌓여 이야기가 되고, 역사가 된다. 이 책의 귀함과 무게가 거기에 있다."한때 서울 을지로 7가는 대표 대장간 거리였다. 녹번동,수색, 구파발 등지에도 대장간이 많았다. 그랬던 대장간들이 1970∼80년대 급격한 산업구조 개편과 도시개발을 거치면서 사양길로 접어들었다.이제는 대장간이 모여 있는 곳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대장간 셋이 붙어 있는 인천 도원동이 국내에 마지막 남은 대장간 거리라 할 수 있다.도원역 부근에 있는 인일철공소, 인천철공소, 인해대장간 중 맏형 격은 1938년생 최고령 대장장이 송종화 장인이 운영하는 인일철공소다.책 '대장간 이야기'는 사라져가는 우리 시대의 마지막 장인 대장장이와 대장간의 모든 것을 담았다.저자는 대장간 현장과 거기서 일하는 대장장이들, 대장간에서 만들어낸 연장들을 사용하는 우리 삶의 현장을 누빈다.역사 속 대장장이들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대장간이나 대장장이는 우리 문화에서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는지도 살핀다.저자는 또 대장간이 우리말의 아주 오랜 곳간임에 틀림 없다고 말한다.이 책에는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때 참전한 명나라군에 건넨 선물 중 휴대용 불붙이는 도구 부시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다.당시 이순신 장군이 부시를 일컬어 적었던 화금(火金)은 불을 일으키는 쇠라는 말이다. 부싯돌을 쳐서 불을 일으키는 쇳조각이 부시인데, 그 어원을 따져보면 불과 쇠가 합쳐져 이뤄진 말이다.이 책은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온 우리 대장간과 대장장이의 세계를 현장에서 관찰하고 정리한 결과물이다. 대장간과 관련한 거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대장간의 인문학적 향기를 다양한 관점에서 드러내고자 애썼다"고 말하는 저자는 대장간 현장과 거기서 일하는 대장장이들, 나아가 대장간에서 만들어낸 연장들을 사용하는 우리 삶의 현장 속을 누빈다. 또한 역사 속에서 대장장이들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대장간이나 대장장이는 우리 문화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는지도 살핀다. 이 책은 우리나라 대장간 다섯 곳, 일본의 다네가시마 대장간 한 곳의 현장 모습을 보여준다. 인천의 도심 한복판에 있는 네 곳 등인데, 이제는 모두 70대 이상의 노인 혼자서 일한다. 젊은 누구도 대장간 일을 배우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인 대장장이들이 일을 그만두면 그 대장간들은 영영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저자는 아쉬워한다.뭐니 뭐니 해도 가장 고마운 건 이때껏 대장간 현장을 지켜내온 이 땅의 나이 드신 대장장이 장인들이다. 힘에 부칠 때마다 대장간 현장을 찾아 그분들의 망치질 소리를 들으며 힘을 얻고는 했다.대장장이와 도구, 그리고 쇠. 대장간의 3요소라고 할 수 있다. 대장장이가 있어야 쇠를 달구고 두들겨서 뭔가를 만들 수 있다. 원자재인 철물이 없어도 대장간은 돌아가지 않는다. 기술을 가진 대장장이나 원재료인 쇠 말고도 화로, 모루, 망치, 집게 같은 필수 도구가 있어야 한다. 대장간 일은 쇠를 불에 달구는 작업이 우선이다. 화로에는 풀무가 따라붙는다. 바람이 없으면 화로에 불길을 일으킬 수 없기 때문이다.대장간 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성냥이다. 충청도 등 일부 지역에서는 대장간을 승냥깐이라 한다. 이 승냥이라는 말이 성냥에서 나왔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 · 미술작품으로 만나는 북유럽의 진면목
- · 승리로 지켜낸 민족 생존과 평화
- · [새책안내] 상자 속 우주 外
- · 제2회 '문학들 올해의 작품상'에 심진숙 시인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