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코로나 신(新) 일상기(日常記)

@주종대 밝은안과21병원 원장 입력 2020.04.28. 16:38
주종대 밝은안과21병원 원장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이 문장은 고등학교 때 윤리 과목 선생님께서 스피노자의 명언이라고 알려주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명언은 설사 내일 죽는 운명에 처한다 해도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고 꿈과 희망을 포기하지 말라던 뜻인 것 같다.

이제야 이 말의 뜻을 내 마음속에 새기게 될 줄은 몰랐다. 사람은 책이나 가르침 등으로 인해 간접적인 지식과 깨달음을 얻어 간다. 그러나 현실에 부딪혀 느끼는 경험과 시행착오에서 얻어지는 산지식을 버리면 너무도 추상적이고 잡히지 않는 공허함에 사로잡히고 만다. 마치 내가 코로나를 겪기 전처럼 말이다.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은 이동을 하지 못해 집에 갇히게 되었고 도시 간의 이동이 중지되었다. 심지어 대륙 간에 이동할 수 있는 이동 수단까지 끊어져버리고 말았다. 20세기 이후로 이렇게 지구가 조용한 시간을 보낸 적이 있었을까?

그나마 대한민국은 봉쇄, 강제격리가 아닌 사회적 거리두기의 전략으로 회사에 출근하며 업무를 할 수 있고 이동도 자유롭다. 그러나 딱 여기까지이다. 목욕탕, 헬스장 등 다중이용시설과 극장, 공연장 등 문화시설, 대규모의 쇼핑시설, 종교기관까지 가지 못하고 발이 묶였다. 2020년 지금, 코로나 때문에 우리 삶은 공포와 조심 그리고 자제의 생활이 일상이 되고 말았다.

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은 피하려고 퇴근 후 바로 집으로 향한다. 집으로 간 후에도 외출을 자제해야 하기 때문에 밖에서 하는 취미 활동이나 여가 생활은 꿈도 꿀 수 없다. 모든 사회적 모임은 연기되고 취소가 돼, 저녁을 먹은 후에는 마스크를 쓰고 근처 공원으로 산책만 간간이 나간다.

TV에서는 몇 개월째 코로나 이야기뿐이고 내가 늘 하는 일은 오늘의 코로나 확진 수와 동향들을 살펴보는 일이다. 전 세계 확진 수가 늘어날 때마다 도대체 이 믿기지 않은 현실이 언제나 진정이 될 수 있을까 하며 한숨이 나온다.

코로나는 우리의 일상에 걷잡을 수도 없이 들어와 모든 것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다. 주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는 무급휴직과 직원 감원, 중소상인들의 절규만 봐도 쉽게 체감할 수 있다. 특히 주요 선진국들의 경제 활동에 마비가 오고 있기 때문에 코로나 종식 후에는 주요 수출 기관과 우리 경제에 무시무시한 타격이 올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나는 이미 IMF를 겪었기 때문에 이 경제적 위기감을 충분히 느끼고 있었다. 얼마나 많은 가게와 기업들이 이 위기에서 버틸 수 있을까?

숱한 두려움과 걱정들과는 대비되게 요즘 바깥세상은 사람들의 고통이나 절규와는 상관없이 부쩍 깨끗해진 공기와 노랗게, 빨갛게 피어난 철쭉꽃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앙상한 나무에 꽃이 피고 싹이 자란다는 것은 코로나도 벌써 4개월째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뜻하고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의 위협과 공포가 절정을 이루지만 대한민국의 경험과 위기관리 능력은 새로운 희망을 피우게 했다. 확진자 수가 줄어드는 것을 보면 코로나의 역병이 곧 사라지고 다시 일상의 생활로 돌아갈 날이 머지않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시대에 따라 수없이 많은 파괴, 자연재해, 질병이 존재했다. 현재 우리는 바이러스와의 긴 싸움에서 얻은 경험, 위기대응 매뉴얼, 의료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승리할 것이고 또한 인류 역사학에 기록될 것이다. 2020년 코로나19바이러스에 대항하여 어떻게 싸웠고, 국민들은 어떤 생활을 했는지 그리고 결과는 어떻게 됐는지까지 말이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는 인류 생존의 위협이 되는 질병에 맞서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준비를 마련해두는 것이 필요하다.

얼굴에는 마스크 쓰고, 엘리베이터에 비치된 손 소독제를 양손에 비비며 스피노자의 사과나무의 구절을 읊조렸다. 정부의 지침에 따라 계속 사회적 거리를 두고 개인위생에 철저히 하는 등 수칙들을 지켜나가야 바라왔던 예전의 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 활짝 피어있는 봄꽃처럼 힘들고 지쳐있는 대한민국 국민에게 희망의 꽃이 피어나길 바라본다. 대한민국 파이팅!

주종대 광주밝은안과21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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