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2021년 1월 남한산성

@서해현 광주 서광병원장 입력 2021.01.07. 08:45

2021년은 지구촌이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날 것이다. 항제치료제 등 치료약 도입과 백신 접종으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고 있다. 모든 팬데믹은 2 년 이상 지속되지 않는다. 2년이라는 기간은 전세계로 병균이 퍼져서 인구 대부분이 감염되고 항체를 보유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다. 사회시스템의 정상화는 전체인구 70%의 면역획득이 기준이다. 백신접종을 빨리 할수록 빠른 일상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백신 접종이 코로나19의 절대반지이다. 지금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중요하지만, 전국민 백신접종이 되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1636년 병자년 겨울 음력 11월 14일부터 47일 동안 남한산성에 피난한 조정의 주화파 최명길과 척화파 김상헌은 치열하게 대립했다. 김상헌은 오랑캐 청에 굴복할 수 없고, 임진왜란에서 우리나라를 구원한 명나라와 의리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워야한다고 했다. 임금이 죽더라도, 나라가 망하고 모든 백성이 도륙되더라도, 의리와 명분이 중요하다고 했다. 최명길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임금의 생명과 조선이라는 나라를 내줄 수 없다. 임금의 목숨과 나라를 잃으면 의리와 명분이 있을 수 없다. 백성의 생명도 포기할 수 없다. 국제정세와 조선의 국력을 고려할 때 청나라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이 최선이라고 인조를 설득했다.

이듬해 1월 30일, 원칙과 현실 사이에서 인조는 결국 최명길의 주장을 선택한다. 남한산성에서 내려와 청 태종에게 항복한다. 세 번 무릎 꿇고 아홉 번 이마를 땅에 조아린 굴욕이었다. 두 명의 왕자를 포함하여 만여명을 인질과 포로로 보내고, 금·은·면·쌀 등 공물을 바쳐야 했다. 그렇지만, 임금과 나라 그리고 국토와 백성을 지킬 수 있었다.

척화파의 요구대로 남한산성에서 끝까지 버텼다면 어땠을까? 김상헌의 말처럼 임금과 대신을 포함하여 남한산성 안에 있는 모든 백성은 도륙을 당하고 조선이라는 나라는 망했을 것이다. 당시 청의 정예 병력 12만은 세계 최강 군대였다.

남한산성은 청나라 군대에 포위되어 고립되었다. 삼남 지방에서 임금을 구원하기 위해 올라오던 지원부대는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한 채 패전하여 붕괴되었다.산성 안의 조선 군대는 이미 붕괴되고 있었다. 전쟁할 능력도 투지도 없었다. 식량은 바닥나고 동상과 굶주림에 탈영이 속출했다. 심지어 전쟁을 빨리 끝내자며 척화파 대신을 내놓으라고 임금에게 항명하기에 이르렀다. 굶어죽으나 맞아죽으나 마찬가지였다. 산성 안에 비축된 식량이 바닥났다. 구원병은 없고 도움을 받을 길이 전혀 없었다. 청군의 대포는 임금의 거처를 때릴 정도로 강력했다. 청군은 남한산성을 공격하여 함락할 준비가 다 되어 있었다. 아니, 조선이 자멸하여 산성의 문이 저절로 열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때였다.

벼랑 끝에서 인조는 삼전도의 치욕을 선택했다. 자신의 목숨과 조선이라는 나라를 택했다. 주화파 최명길은 조선의 사대부들에게 만고의 역적이라는 비난과 따돌림을 받는다. 사관은 그를 소인배이며 간신, 불충이라고 비난했다. 생명의 위협도 받았다. 자손들의 출세길도 막혔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 21세기에 평가는 역전된다. 한명기는 '최명길 평전(보리)'에서 진짜 충신은 김상헌이 아니라 최명길이라고 재평가 한다.

2021년 대한민국이 직면한 도전은 코로나19 저출산 인구감소, 미세먼지 기후위기, 일자리·주택·연금개혁‥교육 등 쉽지 않은 문제들이다. 적폐, 개혁. 의견대립이 첨예하다. 1636년 겨울 남한산성과 다르지 않다.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의 안위가 아닌 국가를 위한 정치를 했다. 자기편이 반대하는 한미FTA와 이라크파병을 결정했다. 결과는 혹독했다. 그러나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15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동의한다. 경제와 안보에서 그의 결정이 전적으로 옳았다는 것을. 이광재는 '노무현이 옳았다(포르체)'에서 증언한다. 역사발전의 도구로 쓰이기를 소망한 노무현을.

문재인정부, 일 년 남짓 남았다. 시대적 과제를 회피하지 말고 난관을 돌파하기 바란다. 대통령의 일 년, 나라가 비상하기에는 짧지만 나라가 추락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서해현 서광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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