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페이지 검토 간접증거 인정 헬기사격 등 다툴 듯
본인이 쓴 회고록을 통해 또 다시 광주시민들에게 상처를 남긴 전두환씨가 결국 법정에 서게 됐다.
광주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이정현)는 전씨를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3일 밝혔다.
전씨는 회고록을 통해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비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1997년 내란 및 내란목적살인죄로 법정에 섰던 전씨는 21년여 만에 형사피고인으로 법정에 서게 됐다.
전씨는 지난해 출간된 '전두환회고록'을 통해 "5·18 당시 헬기 기총소사는 없었으므로 조비오 신부가 헬기사격을 목격하였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인 주장이다. 조비오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다"라며 비난했다.
이에 고 조비오신부의 조카인 조영대 신부와 5월 단체들은 지난해 4월 전씨가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고 이를 증언한 조비오신부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광주지검에 전씨를 고소·고발했다.
검찰은 5·18진상규명의 한축인 '헬기 사격'이 사건의 핵심인 만큼 실제 헬기사격이 있었는지에 대해 초점을 두고 수사에 나섰다.
국가기록원 자료, 그리고 '헬기사격'이 있었음을 밝힌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 조사 자료, 관련 수사 및 공판기록 등 검찰이 지난 1년간 검토한 자료만 해도 A4용지 40~50만페이지에 달할 정도로 방대했다.
아울러 자료의 객관성 확보를 위해 5·18 당시 미국과 일본, 독일, 프랑스 대사관들이 본국에 보고했던 자료도 주재국 법무협력관을 통해 해당 외교부에서 확보, 검토했다. 일본과 독일, 프랑스 보고 자료에서는 헬기사격에 대한 기록을 발견하지 못했지만 주한미국대사관 비밀전문에서 5월 21일 헬기사격에 대한 기록을 확인했다.
광주시에 요청해 확보한 비밀전문에는 "군중들은 해산하지 않으면 헬기 공격을 받을 거라는 경고를 받았고 실제로 발포되었을 때 엄청난 분노가 일었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
그리고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광주시민 47명의 진술도 확보했다.
21일과 27일 헬기사격을 직접 목격했다는 시민들의 진술과 특조위에서 발표한 헬기사격 조사결과가 동일함을 확인했다.
또 지난 1997년 재판 판결문에서 '당시 광주에서의 시위 진압 상황을 보고 받았다'는 내용과 국과수 전일빌딩 감정결과 등을 통해 '전씨가 헬기사격이 있었음을 알고 있었다'는 최종 결론을 내렸다.
사자명예훼손의 경우 허위임을 이미 알고 있었는지가 범죄구성요소라는 점에서 고의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전씨가 헬기사격에 대한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가 중요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전씨가 소환에 불응에 이어 서면진술을 통해 '자신은 헬기사격에 대해 알지 못한다'는 기존입장을 고수해 왔지만 앞서 이뤄진 주거지 압수수색 등을 통해 확보한 자료 등 1만여 페이지에 달하는 재판 증거자료를 통해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검찰 관계자는 "국내 자료만으로는 명쾌하지 않아 외국 자료를 수집하고 목격자진술과 특조위 결과 등 객관적 증거를 통해 고의를 입증했다"며 "이번 기소가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씨는 유죄가 인정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도철원기자 repo333@naver.com
- 갈수록 걱정되는 5·18 조사위 종합보고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와 광주시의회 5·18특별위원회 등이 지난 25일 오후 광주 서구 쌍촌동 5·18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 '5·18조사위 보고서 평가 간담회를 열고 5·18조사위가 내놓은 직권조사 과제별 조사결과 보고서를 평가하고 있다. 임정옥기자 joi5605@mdilbo.com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작성 중인 종합보고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잘못 알려진 5·18 역사를 바로잡아 왜곡과 폄훼를 근본적으로 막는 수단이 돼야 할 보고서에 5·18의 역사적 배경이나 성격 등이 일절 담기지 않았기 때문이다.27일 5·18조사위에 따르면 5·18조사위는 오는 6월26일까지 대정부 권고안이 담긴 종합보고서를 발간해 대통령실과 국회에 보고한다.5·18 진상규명 특별법 제34조에 '활동이 종료될 경우 6개월 이내에 위원회의 활동 전체를 내용으로 하는 종합보고서를 작성해 보고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어서다.5·18조사위는 대통령실과 국회에 보고를 마친 뒤 종합보고서와 함께 진상규명 의결서, 백서를 공개할 예정이다.또 지난 4년간의 공식 조사 활동 기간 확보한 진술과 수집한 사진·영상 등 모든 자료는 국회 동의를 얻어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할 계획이다.그러나 작성 완료 기간이 석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종합보고서의 구성이 여전히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전체 1천400쪽 분량의 종합보고서는 제1장 총론(200쪽), 제2장 계엄군의 진압작전(200쪽), 제3장 민간인 희생(350쪽), 제4장 인권탄압사건(300쪽), 제5장 북한개입설(100쪽), 제6장 진상규명 불능 과제(250쪽) 순으로 구성됐다.하지만 보고서 어디에도 5·18이 일어나게 된 역사적 배경과 성격, 진상규명을 시작하게 된 이유, 진상규명이 갖는 의의에 대한 서술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반면 국내 대표적인 민주화운동 중 하나인 부마민주항쟁의 진상조사보고서에는 '유신체제에 대항해 발생한 민주화운동', '유신체제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저항의식 확산' 등 항쟁의 역사적 배경과 '유신체제의 종말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민주화운동'이라는 의의가 자세히 담겨있다.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도 8·15 광복 전후 제주도의 상황이나 제주도의 지리적 특성, 4·3사건의 도화선이 된 3·1사건에 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서술돼 있다.이와 관련 정다은 광주시의회 5·18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제1장 총론에 위원회의 설립과정, 조직·예산·연도별 조사 활동, 대정부 권고안이 담기는 데 사실 설립과정이나 조사 활동은 백서에나 들어갈 내용이다"며 "5·18에 대한 왜곡과 폄훼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5·18이 일어나게 된 배경과 성격, 5·18이 갖는 의의를 종합보고서에 싣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이어 "5·18조사위의 종합보고서가 새로운 왜곡·폄훼의 근거가 될 것 같아 심각하게 걱정된다"며 "지금이라도 종합보고서를 바로 잡을 수 있도록 초안을 신속하게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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