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가족과 시민·학생 손으로
5월 광주부터 6월 항쟁까지 다뤄
5·18민주화운동때 희생된 고 김경철씨는 농아인으로 말을 할 수 없었지만, 대답을 하지 않는다며 계엄군의 곤봉에 사망한, 5·18 첫 희생자다.
김경철씨부터 6월항쟁으로 민주화를 쟁취한 고 이한열 열사까지, 민주화운동의 역사의 물결을 담은 인형 행진이 금남로를 메웠다.
16일 40주년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는 금남로 일대에서 오월시민행진 '그날who'를 펼쳤다.
코로나19로 전야제가 취소되면서 대규모 행진은 없는 만큼, 이날 행진에는 많은 시민들이 참여해 못다한 아쉬움을 채웠다.
참가자들은 제각각 거리를 두고 띄운 채 행진하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이날 등장한 40개의 인형들은 5·18민주화운동과 6월 항쟁의 희생자들이다.
첫번째 희생자 고 김경철씨를 비롯해 김기운, 조행권, 강정배, 박금희, 최미애, 박종철, 이한열 열사 등이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의 인형은 남편을 마중하러 나갔다가 계엄군의 총격에 사망한 8개월 만삭의 임산부 최미애(23)씨다.
뿔테 안경을 쓴 박종철 열사의 인형도, 고교 시절의 모습으로 만든 이한열 열사의 인형도 금남로를 행진했다.
이 열사가 1987년 6월 연세대 앞에서 최루탄에 맞아 쓰러질 당시 신었던 '타이거 운동화'도 만들어져 행진에 동참했다.
가장 앞에 선 이는 5월 27일 도청 안에서 항전하다 계엄군에 끌려가 고초를 겪었던 부상자 광주고 3학년 박철씨의 인형이다. 박씨의 어머니 장삼남(84)씨도 직접 인형을 들고 아들의 사연을 전했다.
박씨는 보안사에 끌려가 손발톱이 다 빠지는 고문을 당해 지금도 몸서리를 친다고 장씨는 전했다.
장씨는 "인형을 만들면서 그간의 말못할 고통들이 다시 생각났다"며 "비록 이 자리에 함께 오지 못했지만 아들을 대신해 인형을 들고 고통을 전하고자 나섰다"고 말했다.
인형은 폐 신문지와 종이를 이용해 유가족들과 대안학교 래미학교 학생들, 민족미술인협회 광주지회, 5월 단체 회원들이 2개월에 걸쳐 만들었다.
서충섭기자 zorba85@srb.co.kr
- 갈수록 걱정되는 5·18 조사위 종합보고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와 광주시의회 5·18특별위원회 등이 지난 25일 오후 광주 서구 쌍촌동 5·18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 '5·18조사위 보고서 평가 간담회를 열고 5·18조사위가 내놓은 직권조사 과제별 조사결과 보고서를 평가하고 있다. 임정옥기자 joi5605@mdilbo.com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작성 중인 종합보고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잘못 알려진 5·18 역사를 바로잡아 왜곡과 폄훼를 근본적으로 막는 수단이 돼야 할 보고서에 5·18의 역사적 배경이나 성격 등이 일절 담기지 않았기 때문이다.27일 5·18조사위에 따르면 5·18조사위는 오는 6월26일까지 대정부 권고안이 담긴 종합보고서를 발간해 대통령실과 국회에 보고한다.5·18 진상규명 특별법 제34조에 '활동이 종료될 경우 6개월 이내에 위원회의 활동 전체를 내용으로 하는 종합보고서를 작성해 보고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어서다.5·18조사위는 대통령실과 국회에 보고를 마친 뒤 종합보고서와 함께 진상규명 의결서, 백서를 공개할 예정이다.또 지난 4년간의 공식 조사 활동 기간 확보한 진술과 수집한 사진·영상 등 모든 자료는 국회 동의를 얻어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할 계획이다.그러나 작성 완료 기간이 석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종합보고서의 구성이 여전히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전체 1천400쪽 분량의 종합보고서는 제1장 총론(200쪽), 제2장 계엄군의 진압작전(200쪽), 제3장 민간인 희생(350쪽), 제4장 인권탄압사건(300쪽), 제5장 북한개입설(100쪽), 제6장 진상규명 불능 과제(250쪽) 순으로 구성됐다.하지만 보고서 어디에도 5·18이 일어나게 된 역사적 배경과 성격, 진상규명을 시작하게 된 이유, 진상규명이 갖는 의의에 대한 서술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반면 국내 대표적인 민주화운동 중 하나인 부마민주항쟁의 진상조사보고서에는 '유신체제에 대항해 발생한 민주화운동', '유신체제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저항의식 확산' 등 항쟁의 역사적 배경과 '유신체제의 종말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민주화운동'이라는 의의가 자세히 담겨있다.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도 8·15 광복 전후 제주도의 상황이나 제주도의 지리적 특성, 4·3사건의 도화선이 된 3·1사건에 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서술돼 있다.이와 관련 정다은 광주시의회 5·18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제1장 총론에 위원회의 설립과정, 조직·예산·연도별 조사 활동, 대정부 권고안이 담기는 데 사실 설립과정이나 조사 활동은 백서에나 들어갈 내용이다"며 "5·18에 대한 왜곡과 폄훼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5·18이 일어나게 된 배경과 성격, 5·18이 갖는 의의를 종합보고서에 싣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이어 "5·18조사위의 종합보고서가 새로운 왜곡·폄훼의 근거가 될 것 같아 심각하게 걱정된다"며 "지금이라도 종합보고서를 바로 잡을 수 있도록 초안을 신속하게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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