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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유죄 판결 배경] '목격담'·'탄흔'에 무너진 철옹성

입력 2020.11.30. 19:22 수정 2020.12.02. 18:41
108쪽 판결문에 드러난 증거물
다수 목격자·전일빌딩 감정결과
21일·27일 헬기사격 사실 확인
5·18기념재단과 5·18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 시민사회단체가 30일 광주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두환씨의 엄벌을 촉구했다. 임정옥기자  joi5605@srb.co.kr

법원이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들을 향한 신군부의 헬기사격이 실제로 있었음을 인정한 가장 주요한 근거는 바로 목격자의 진술과 전일빌딩에 남아있는 탄흔이었다. 지난 40년간 신군부가 5·18을 정당화하기 위해 주장한 자위권 논리도 수많은 헬기사격 목격담과 증거에 의해 무너지게 됐다.

30일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는 5·18 당시 헬기사격을 목격한 고 조비오 신부를 비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두환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며 "1980년 5월21일과 27일 헬기사격이 있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김 부장판사는 108페이지에 달하는 판결문을 통해 그간 검찰 측이 헬기사격의 증거로 제시한 각종 조사 및 수사 기록, 20여 차례에 걸친 공판기일 동안의 목격자 증언 등이 5·18 당시 헬기사격이 있었다는 증거물로서 인정된다고 봤다.

전두환이 2017년 4월 출간한 회고록에서 5·18민주화운동 기간 동안 헬기 사격이 없었다고 주장하면서 피해자 고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표현했지만 사실은 5월21일에는 광주천 불로교 등지에서, 5월27일에는 전일빌딩 등에서 헬기 기총소사가 있었고, 피해자가 이를 직접 목격했다는 것이다.


■다수 목격자 진술 객관성 갖춰

재판부가 전두환의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것은 5·18 당시 헬기사격이 실제로 존재했기 때문이다. 사자명예훼손죄는 '허위'사실을 적시해 사자의 명예를 훼손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다. 헬기사격이 존재함에 따라 이를 목격한 자의 명예를 훼손한 전두환은 유죄가 성립되는 논리다.

김정훈 부장판사는 피해자를 비롯한 여러 목격자들의 진술, 군인들의 진술, 군 관련 문서들 및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가 목격한 바와 같이 1980년 5월21일 광주에 무장 상태로 있었던 500MD 헬기가 위협사격 이상의 사격을 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헬기사격 목격자 16명 중 8명의 진술도 신빙성이 인정되고 객관적 정황이 뒷받침되며 피해자의 진술과도 부합한다고 봤다.

또 ▲5·18 당시 계엄군으로 관여했던 군인 중 공소사실에 부합한 진술이 있고 ▲5·18 전후로 작성된 군 관련 문서 가운데 '의명(依命) 공중 화력 제공', '유류 및 탄약의 높은 소모율'과 같은 헬기사격 추단 기록이 있는 점 등도 헬기사격이 사실임을 뒷받침하는 근거라고 설명했다.


■'침묵의 목격자' 전일빌딩

재판부가 헬기사격을 사실로 판단한 또 다른 근거는 전일빌딩 국과수 감정결과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전일빌딩에 대한 탄흔 감정결과를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분석해보면 UH-1H 헬기가 마운트(총가)에 거치된 M60 기관총을 이용해 전일빌딩에 대한 사격을 실시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 전일빌딩 10층에서 발견된 탄흔이 모두 UH-1H 헬기에서의 기관총에 의한 사격으로는 단정할 수는 없다고도 했다.

또 당시 계엄군으로 관여했던 군인 대부분이 헬기사격을 부정하는 취지의 증언을 했지만 UH-1H 헬기에서 엄호사격을 했다는 취지의 일부 진술과 5월27일 광주재진입작전인 '상무충정작전' 상황 역시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김정훈 부장판사는 피고인 전두환은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5·18 동안 헬기 사격이 없었다'는 자신의 주장이 허위임을 인식하면서도 회고록 중 쟁점 부분을 집필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해당 사건이 가지는 의미, 피고인이 범죄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징역

형을 선고가 타당하지만 범죄와 형벌 사이에 적정한 균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죄형균형 원칙, 책임주의 원칙 등 제반 양형의 원칙에 비추어 피고인에게 징역형의 집행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주현정기자 doit85@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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