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 목격자·전일빌딩 감정결과
21일·27일 헬기사격 사실 확인
법원이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들을 향한 신군부의 헬기사격이 실제로 있었음을 인정한 가장 주요한 근거는 바로 목격자의 진술과 전일빌딩에 남아있는 탄흔이었다. 지난 40년간 신군부가 5·18을 정당화하기 위해 주장한 자위권 논리도 수많은 헬기사격 목격담과 증거에 의해 무너지게 됐다.
30일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는 5·18 당시 헬기사격을 목격한 고 조비오 신부를 비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두환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며 "1980년 5월21일과 27일 헬기사격이 있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김 부장판사는 108페이지에 달하는 판결문을 통해 그간 검찰 측이 헬기사격의 증거로 제시한 각종 조사 및 수사 기록, 20여 차례에 걸친 공판기일 동안의 목격자 증언 등이 5·18 당시 헬기사격이 있었다는 증거물로서 인정된다고 봤다.
전두환이 2017년 4월 출간한 회고록에서 5·18민주화운동 기간 동안 헬기 사격이 없었다고 주장하면서 피해자 고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표현했지만 사실은 5월21일에는 광주천 불로교 등지에서, 5월27일에는 전일빌딩 등에서 헬기 기총소사가 있었고, 피해자가 이를 직접 목격했다는 것이다.
■다수 목격자 진술 객관성 갖춰
재판부가 전두환의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것은 5·18 당시 헬기사격이 실제로 존재했기 때문이다. 사자명예훼손죄는 '허위'사실을 적시해 사자의 명예를 훼손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다. 헬기사격이 존재함에 따라 이를 목격한 자의 명예를 훼손한 전두환은 유죄가 성립되는 논리다.
김정훈 부장판사는 피해자를 비롯한 여러 목격자들의 진술, 군인들의 진술, 군 관련 문서들 및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가 목격한 바와 같이 1980년 5월21일 광주에 무장 상태로 있었던 500MD 헬기가 위협사격 이상의 사격을 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헬기사격 목격자 16명 중 8명의 진술도 신빙성이 인정되고 객관적 정황이 뒷받침되며 피해자의 진술과도 부합한다고 봤다.
또 ▲5·18 당시 계엄군으로 관여했던 군인 중 공소사실에 부합한 진술이 있고 ▲5·18 전후로 작성된 군 관련 문서 가운데 '의명(依命) 공중 화력 제공', '유류 및 탄약의 높은 소모율'과 같은 헬기사격 추단 기록이 있는 점 등도 헬기사격이 사실임을 뒷받침하는 근거라고 설명했다.
■'침묵의 목격자' 전일빌딩
재판부가 헬기사격을 사실로 판단한 또 다른 근거는 전일빌딩 국과수 감정결과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전일빌딩에 대한 탄흔 감정결과를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분석해보면 UH-1H 헬기가 마운트(총가)에 거치된 M60 기관총을 이용해 전일빌딩에 대한 사격을 실시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 전일빌딩 10층에서 발견된 탄흔이 모두 UH-1H 헬기에서의 기관총에 의한 사격으로는 단정할 수는 없다고도 했다.
또 당시 계엄군으로 관여했던 군인 대부분이 헬기사격을 부정하는 취지의 증언을 했지만 UH-1H 헬기에서 엄호사격을 했다는 취지의 일부 진술과 5월27일 광주재진입작전인 '상무충정작전' 상황 역시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김정훈 부장판사는 피고인 전두환은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5·18 동안 헬기 사격이 없었다'는 자신의 주장이 허위임을 인식하면서도 회고록 중 쟁점 부분을 집필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해당 사건이 가지는 의미, 피고인이 범죄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징역
형을 선고가 타당하지만 범죄와 형벌 사이에 적정한 균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죄형균형 원칙, 책임주의 원칙 등 제반 양형의 원칙에 비추어 피고인에게 징역형의 집행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주현정기자 doit85@srb.co.kr
- 갈수록 걱정되는 5·18 조사위 종합보고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와 광주시의회 5·18특별위원회 등이 지난 25일 오후 광주 서구 쌍촌동 5·18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 '5·18조사위 보고서 평가 간담회를 열고 5·18조사위가 내놓은 직권조사 과제별 조사결과 보고서를 평가하고 있다. 임정옥기자 joi5605@mdilbo.com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작성 중인 종합보고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잘못 알려진 5·18 역사를 바로잡아 왜곡과 폄훼를 근본적으로 막는 수단이 돼야 할 보고서에 5·18의 역사적 배경이나 성격 등이 일절 담기지 않았기 때문이다.27일 5·18조사위에 따르면 5·18조사위는 오는 6월26일까지 대정부 권고안이 담긴 종합보고서를 발간해 대통령실과 국회에 보고한다.5·18 진상규명 특별법 제34조에 '활동이 종료될 경우 6개월 이내에 위원회의 활동 전체를 내용으로 하는 종합보고서를 작성해 보고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어서다.5·18조사위는 대통령실과 국회에 보고를 마친 뒤 종합보고서와 함께 진상규명 의결서, 백서를 공개할 예정이다.또 지난 4년간의 공식 조사 활동 기간 확보한 진술과 수집한 사진·영상 등 모든 자료는 국회 동의를 얻어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할 계획이다.그러나 작성 완료 기간이 석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종합보고서의 구성이 여전히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전체 1천400쪽 분량의 종합보고서는 제1장 총론(200쪽), 제2장 계엄군의 진압작전(200쪽), 제3장 민간인 희생(350쪽), 제4장 인권탄압사건(300쪽), 제5장 북한개입설(100쪽), 제6장 진상규명 불능 과제(250쪽) 순으로 구성됐다.하지만 보고서 어디에도 5·18이 일어나게 된 역사적 배경과 성격, 진상규명을 시작하게 된 이유, 진상규명이 갖는 의의에 대한 서술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반면 국내 대표적인 민주화운동 중 하나인 부마민주항쟁의 진상조사보고서에는 '유신체제에 대항해 발생한 민주화운동', '유신체제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저항의식 확산' 등 항쟁의 역사적 배경과 '유신체제의 종말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민주화운동'이라는 의의가 자세히 담겨있다.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도 8·15 광복 전후 제주도의 상황이나 제주도의 지리적 특성, 4·3사건의 도화선이 된 3·1사건에 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서술돼 있다.이와 관련 정다은 광주시의회 5·18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제1장 총론에 위원회의 설립과정, 조직·예산·연도별 조사 활동, 대정부 권고안이 담기는 데 사실 설립과정이나 조사 활동은 백서에나 들어갈 내용이다"며 "5·18에 대한 왜곡과 폄훼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5·18이 일어나게 된 배경과 성격, 5·18이 갖는 의의를 종합보고서에 싣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이어 "5·18조사위의 종합보고서가 새로운 왜곡·폄훼의 근거가 될 것 같아 심각하게 걱정된다"며 "지금이라도 종합보고서를 바로 잡을 수 있도록 초안을 신속하게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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