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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8왜곡엔 침묵하더니" 시민들 '공염불'에 분노

입력 2020.12.13. 18:35 수정 2020.12.14. 10:59
최진석 교수, 왜곡법 비판詩 공개
각계각층 부적절·황당 쓴소리 봇물
반대론 온당 여부 판단 기회 제안도
지적·비판 이어지자 재반박문 게재
함평 출신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

"지금 나는 5·18을 저주하고, 5·18을 모욕한다", "5·18이 전두환을 닮아갈 줄 꿈에도 몰랐다".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가 지난 11일 자신의 SNS에 남긴 이른바 '5·18 저주시'가 논란이다. 함평 출신으로 광주에서 중·고교를 졸업한 뒤 21살의 나이로 5·18을 겪었다고 알려진 최 교수는 '나는 5·18을 왜곡한다'라는 제목의 시를 통해 스스로를 최근 국회를 통과한 5·18역사왜곡처벌법의 부당함을 강조했다.

그는 해당 법안이 5·18에 대한 토론과 평가, 대화 자체를 제약하는데다 역사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 자체를 매우 폭력적으로 억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5월 단체와 학계, 법조계, 지역민 등은 최 교수가 법률 조항에 대한 구체적 검토 없이 섣부른 입장만을 내놓으면서 또 다른 왜곡을 일으키고 있다며 성토하고 있다.

5·18 역사적 사실 영역에서의 허위사실 유포만 처벌할 뿐 역사 부인, 왜곡, 날조, 비방 등의 행위는 구성요건에서 제외돼 처벌대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최 교수가 구체적 검토 없이 섣부른 입장을 내놓았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그간 일련의 역사 왜곡 행위에 대해서는 사실상 침묵했던 학자가 결과물에 대한 비판 의견을 내놓을 자격이 있는가 하는 반문도 나오고 있다.

13일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무등일보와의 통화에서 "5·18 역사 왜곡의 고통에는 공감하지 않으면서 표현의 자유만 강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의 논리라면 명예훼손과 모욕죄도 표현의 자유 억압 수준인 만큼 처벌해서는 안된다"면서 "공동체 내에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윤리는 외면한 채 자유만 주장하는 것은 해당 법률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도, 분석도 선행되지 않는 의견"이라고 꼬집었다.

광주에서 역사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윤동현씨도 "극우 인사들의 역사 왜곡에는 침묵하더니 어렵게 통과된 처벌법을 악법으로 표현한 그가 진정 석학인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최 교수 SNS)

전남대 5·18연구소장을 역임했던 최영태 전남대 명예교수도 자신의 SNS에 "전혀 사실이 아닌 내용을 반복적이고 조직적으로 허위 주장하는 극히 불온한 행위만 처벌하는 법"이라며 "최 교수가 법조문의 내용과 법의 제정 배경, 과정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시를 썼지 않겠냐는 생각이 든다"고 평가했다.

은우근 광주대 교수도 "그의 시는 거의 막말 수준으로 5·18 폄훼, 왜곡 세력에 동조하는 글이다. 황당하기 짝이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그러면서 "최 교수는 군사반란 가해자들의 반성 없는 태도에 대해 어떠한 문제제기라도 해 보았는가"라고 반문하며 "자유주의자인 척 하면서 사실상 5·18 폄훼와 왜곡을 방치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매우 독단적이고 교만하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다.

법조계의 의견도 이어졌다. 해당 법 개정 과정에 참여한 김정호 변호사(법무법인 이우스) 는 "'5·18역사왜곡처벌법'이라고 쓰고 '5·18허위사실유포금지법'이라고 읽는 해당 법안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는 기회로 삼자"고 제안한 뒤 "해당 법안은 허위사실 유포만 구성요건에 담고 있을 뿐 5·18 부인, 부정, 반대하는 의견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최 교수는 지적과 비판을 의식한 듯 이틀만인 13일 장문의 입장문을 다시 게시했다. 그는 "나는 5·18을 왜곡, 폄훼하는 사람들에게 저항하는 중"이라며 저주시 게재 배경을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도 "(5·18을)법으로 지키려 하는 것은 매우 나쁘다. 표현의 자유를 국가가 좌지우지 말라"며 역사적 표현의 자유가 억압될 수 있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주현정기자 doit85@srb.co.kr·서충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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