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납부자를 5·18 희생자 구타 풍자
사과 요청 국민청원부터 교황 신고까지
3년 전 ‘임 행진곡은 반체제 가요’기고도
매일신문 "이 정부 가장 강하게 비판하려다"
대구 지역 최대 일간지가 종부세 납부자를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 구타당하는 시민으로 표현해 전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다. 80년 당시 계엄군의 무자비한 구타로 생명의 기로에 섰던 시민들을 고가 주택을 소유한 이들과 동일시하는 경솔한 시각에 대한 비판이 봇물을 이룬다. 해당 매체는 앞서서도 문재인 정부를 계엄군으로 표현하거나 5·18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드러내면서 광주-대구간 '달빛동맹'의 빛을 바라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천주교 대구교구가 소유한 대구의 매일신문은 지난 18일 '집 없이 떠돌거나 아닌 밤중에 두들겨 맞거나'라는 만평을 게시했다. 15일 정부가 전국 공동주택 공시 가격을 현실화하면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부과 대상인 9억원 이상 주택 소유자의 부담이 늘었다는 내용을 담았는데, 여기에 계엄군을 종부세로 표현하고 곤봉에 맞는 이를 고가 주택 소유자로 표현했다.
해당 만평은 하루만에 삭제됐지만 이에 대한 가열찬 비판이 제기됐다.
"대구 시민으로서 얼굴이 화끈거린다"는 반응에 이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해당 만평이 정부 부동산 정책 비판을 위해 5·18 당시 공수부대 만행을 만평으로 담아 5·18 정신을 훼손했다는 청원이 올라와 21일 오후 5시까지 2만2천명이 참여했다.
한 네티즌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SNS에 해당 사진과 더불어 "사제가 회장인 신문이 보도한 이 내용이 교회의 교리에 적합하다고 생각하시느냐. 지하의 조비오 신부님이 울고 있을 것이다"고 질문했다.
매일신문은 과거에도 수 차례 5·18과 관련해 논란이 있는 글을 보도해 왔다.
2020년 8월23일자 만평에는 전광훈 목사의 8·15 집회를 허용한 판사를 때리는 모습에 계엄군을 등장시켜 정부를 계엄군에 빗댔다.
만평 뿐만이 아니라 지난해 12월12일 기사에서는 "5·18민주화운동의 실체적 진실은 여전히 '규명 과정'에 있다. 실체적 진실이 완벽히 규명되지 못한 역사적 사건에 대해 '왜곡을 처벌한다'는 5·18역사왜곡처벌법은 반민주적 반헌법적 비난을 살 소지가 있다"고 보도했다.
5·18역사왜곡처벌법은 5·18에 참여한 광주시민을 통칭해 북한군으로 표현하는 등 현행법으로 처벌이 어려운 왜곡행위를 제지하기 위해 제정됐으나 매일신문은 이 같은 맥락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매일신문은 외부 필진의 글에서도 5·18에 대한 편향된 시각이 가감 없이 드러났다.
아무리 외부 필진의 기고가 해당신문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역사적 사실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논란의 글을 여과없이 게재하면서 독자들에게 허위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2019년에는 '임을 위한 행진곡은 반체제 가요'라는 제목의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의 기고가 게재됐는데 '임을 위한 행진곡'이 대한민국과 자유민주주의를 부정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자의적인 해석이 담겼었다.
또 지난해 7월 도태우 변호사(21대 총선에서 대구 동구을 출마)는 매일신문 기고를 통해 "5·18은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평화적 시위와 같이 자유민주화운동의 요소를 분명히 품고 있지만, 좌익 사상범 등 2천700명을 수감 중인 광주교도소를 며칠간 무장공격한 것과 같이 자유민주화운동으로 볼 수 없는 요소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 2007년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를 통해 5월21일 사망한 희생자가 5월23일 교도소 습격 주모자로 둔갑되는 등 당시 계엄군의 날조가 있었다는 정황이 속속 나오고 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매일신문은 사설을 통해 '호남은 정권으로부터 분에 넘친 특혜를 입고 있다'며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표현을 서슴치 않고 있다.
'달빛동맹'의 빛이 바라는 이 같은 모습에 광주지역의 반발은 크다.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은 21일 "정책 비판과 표현의 자유는 보장해야 하나 금도가 있다"며 "슬그머니 삭제하고 모르쇠로 일관하지 않고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광주전남기자협회도 조만간 매일신문측에 사과를 촉구하는 입장을 전할 방침이다.
이에 대구 매일신문 측은 피해자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고 5·18의 정신에는 이견이 없다고 밝혔다.
대구 매일신문 이동관 편집국장은 "이 정부를 가장 강하게 비판하기 위해 5·18을 사용했는데 희생자들을 미처 고려하지 못했다"며 "80년대를 살아온 사람들로서 5·18을 폄훼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앞으로 더 주의깊게 보고 외부 필진의 글에 대해서도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서충섭기자 zorba85@srb.co.kr
- 갈수록 걱정되는 5·18 조사위 종합보고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와 광주시의회 5·18특별위원회 등이 지난 25일 오후 광주 서구 쌍촌동 5·18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 '5·18조사위 보고서 평가 간담회를 열고 5·18조사위가 내놓은 직권조사 과제별 조사결과 보고서를 평가하고 있다. 임정옥기자 joi5605@mdilbo.com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작성 중인 종합보고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잘못 알려진 5·18 역사를 바로잡아 왜곡과 폄훼를 근본적으로 막는 수단이 돼야 할 보고서에 5·18의 역사적 배경이나 성격 등이 일절 담기지 않았기 때문이다.27일 5·18조사위에 따르면 5·18조사위는 오는 6월26일까지 대정부 권고안이 담긴 종합보고서를 발간해 대통령실과 국회에 보고한다.5·18 진상규명 특별법 제34조에 '활동이 종료될 경우 6개월 이내에 위원회의 활동 전체를 내용으로 하는 종합보고서를 작성해 보고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어서다.5·18조사위는 대통령실과 국회에 보고를 마친 뒤 종합보고서와 함께 진상규명 의결서, 백서를 공개할 예정이다.또 지난 4년간의 공식 조사 활동 기간 확보한 진술과 수집한 사진·영상 등 모든 자료는 국회 동의를 얻어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할 계획이다.그러나 작성 완료 기간이 석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종합보고서의 구성이 여전히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전체 1천400쪽 분량의 종합보고서는 제1장 총론(200쪽), 제2장 계엄군의 진압작전(200쪽), 제3장 민간인 희생(350쪽), 제4장 인권탄압사건(300쪽), 제5장 북한개입설(100쪽), 제6장 진상규명 불능 과제(250쪽) 순으로 구성됐다.하지만 보고서 어디에도 5·18이 일어나게 된 역사적 배경과 성격, 진상규명을 시작하게 된 이유, 진상규명이 갖는 의의에 대한 서술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반면 국내 대표적인 민주화운동 중 하나인 부마민주항쟁의 진상조사보고서에는 '유신체제에 대항해 발생한 민주화운동', '유신체제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저항의식 확산' 등 항쟁의 역사적 배경과 '유신체제의 종말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민주화운동'이라는 의의가 자세히 담겨있다.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도 8·15 광복 전후 제주도의 상황이나 제주도의 지리적 특성, 4·3사건의 도화선이 된 3·1사건에 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서술돼 있다.이와 관련 정다은 광주시의회 5·18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제1장 총론에 위원회의 설립과정, 조직·예산·연도별 조사 활동, 대정부 권고안이 담기는 데 사실 설립과정이나 조사 활동은 백서에나 들어갈 내용이다"며 "5·18에 대한 왜곡과 폄훼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5·18이 일어나게 된 배경과 성격, 5·18이 갖는 의의를 종합보고서에 싣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이어 "5·18조사위의 종합보고서가 새로운 왜곡·폄훼의 근거가 될 것 같아 심각하게 걱정된다"며 "지금이라도 종합보고서를 바로 잡을 수 있도록 초안을 신속하게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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