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군민들, 난공불락 철도설계 바꿨다

입력 2020.04.24. 16:01 선정태 기자
‘사고 뻔하다’ 계속된 민원에도
철도시설공단 ‘변경 불가’ 고수
인권위 나서자 통로 박스 확장
‘편해진 왕래, 낮아진 위험’ 기대
보성군 옥평리 886-11번지 인근 주민들은 지난 7월 기존 설계대로 철도가 개설될 경우 통로 박스가 작아 교통 불편과 사고 위험이 커진다며 통로박스 확장을 요구했다. 민원 제기 10개월 만에 한국철도시설공단은 통로박스를 키우는 등의 설계를 변갱했다. 사진은 공사 구간 조감도.

"그대로 진행하면 큰 사고가 날게 뻔한데, '바꾸면 비용이 많이 든다'는 말에 그대로 돌아설 수 수 없지 않습니까."

보성군과 보성 주민들의 지속적인 민원으로 난공불락이었던 철도시설공단의 고집을 꺾을 수 있었다.

보성에서 임성리까지 신설되는 남해안철도 공사를 기뻐하던 보성군민들은 일부 구간에서 철도가 개통되면 철길 양쪽을 오가는 통행이 불편해지는 것은 물론 사고가 빈번해질 것을 우려해 설계 변경을 요구, 10개월 만에 주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설계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보성군 옥평리 886-11번지 인근 주민들은 물론 버스와 농기계 등 대형 차량도 불편없이 오갈 수 있었지만 철도가 새로 깔리면 이 지역은 교량이 설치돼 작은 굴다리를 통해 왕래해야 한다. 설계도의 통로박스 크기가 작아 대형 버스와 농기계는 오갈 수 없을 크기인데다 병목현상도 우려돼 사고는 뻔했다.

이에 마을 주민들은 "철도교량이 설계대로 진행되면 차량 교차 통행이 어려워지고 버스·대형 농기계의 통행불편과 교통사고 위험이 예상된다"며 "기존 길만큼을 확보해달라"는 민원을 제기했다. 통로 박스를 확장하고 연결도로를 개선해 달라는 요구를 수차례 제기한 것이다. 보성군도 설계 변경의 필요성과 타당성을 설명하는 공문을 지속해서 보내며 주민들의 민원에 힘을 보탰지만 요지부동이었다.

철도시설공단은 기존 국도 구간에 위치한 통로박스와 직선화된 이설 도로는 철도건설사업 실시 계획 고시 전에 이미 협의된 상황이라며 난색한 것이다.

통로박스를 확대하고 기존 국도를 연장하면 철도횡단 구조물의 설계를 변경해야 해서 공정이 지연되고 간접공사비가 추가 발생하는데다, 열차 운행 중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아 총사업비 확보의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주민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추가 비용 발생에 대한 부담이 크다는 이유였다.

이처럼 군과 주민들의 지속적인 요구에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결국 지난해 7월 국민권익위에 고충 민원을 제기했다. 권익위는 현장 조사를 마치고 수차례 협의를 거친 후에야 지난 24일 중재안을 마련했다.

통로 박스를 임성리 쪽으로 9m 정도 서쪽으로 이동하고, 박스 폭은 4m에서 7.5m로, 높이는 3.2m에서 4.2m로 확장해 설치하기로 했다. 통로 박스와 연결되는 국도의 길이 역시 74.2m에서 184m로 늘리고, 폭은 4m에서 약 8m로 확장해 설치하기로 했다.

공사가 마무리되면 보성군이 이를 인수해 운영하기로 했다.

보성군 관계자는 "기존 설계도대로 공사하면 사망사고 위험이 커 주민들의 걱정이 많았었다"며 "지자체가 국가 사업을 참견하기 어려워 조심스럽게 공문 등을 통해 지역 의견을 전달해도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의환 국민권익위 상임위원은 "관계 기관의 긴밀한 협력으로 주민들의 교통 불편을 유발할 수 있는 통로박스와 이와 연결된 도로 등을 개선할 수 있었다"며 "관계기관이 합의사항을 잘 이행해 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선정태기자 wordflow@srb.co.kr·보성=정종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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