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군, 오봉산 구들장밭, 문화유산 등재 추진

입력 2021.02.04. 16:50 선정태 기자
"현존 최고의 구들장 주산지"
전문가, 문화·역사적 가치 충분
학술조사 등 거쳐 심의 요청
보성군은 득량면 오봉산에 산재된 구들장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보성군이 득량면 오봉산의 구들장밭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한다. 특히 이 곳 구들장은 인근 지역 온돌 재료로 쓰이다 일제강점기를 거쳐 1960년대 말까지 전국에 확산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우리나라 전통가옥의 난방 시스템의 중요한 부분으로 보존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보성군은 4일 오봉산 일대가 현존하는 세계 최대의 구들장 주산지인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난 3일 김준봉 세계온돌학회장과 김지민 목포대 건축학과 명예교수를 비롯한 실사단은 오봉산을 찾아 구들장 밭의 실태를 조사했다.

보성군은 득량면 오봉산에 산재된 구들장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330m 높이의 오봉산은 중턱부터 정상까지 구들장이 가득했다. 50~100년 전부터 소가 이끈 수레가 다닌 옛길도 보존돼 있었다.

일부 구간은 구들장을 뜨고 난 흔적을 확인할 수 있었고 구들장을 뜨고 난 편석을 활용해 쌓은 2~3m 높이의 돌탑도 50여 개 이상 세워져 독특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전문가들은 오봉산을 둘러보는 내내 '이런 대단한 곳이 있는 줄 몰랐다'며 연신 감탄했다.

보성군은 득량면 오봉산에 산재된 구들장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구들장 편석으로 쌓은 탑.

우석대 건축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김 회장은 "구들장을 캐던 곳은 산이더라도 '밭'이라고 불렀고, 구들장을 뜯는다고 하지 않고 '뜬다'고 표현했다"며 "이 곳의 구들장은 육안으로 확인하기에도 상당히 질이 좋은 것으로 보인다. 수레 외에는 마땅한 이동수단이 없던 시기에 정상까지 와서 구들장을 뜬다는 것은 그만큼 높은 가격의 구들장이었다는 증거"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온돌문화는 무형문화재로 지정됐지만 온돌 자재인 구들장의 생산·유통에 대한 증거나 근거가 없어 아직까지 확인하지 못했다"며 "이 곳의 구들장은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근대문화 유산이나 유적으로서의 지정 가치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보성군은 조만간 학술조사를 의뢰한 후 세미나를 거쳐 문화재청에 심의를 요청할 계획이다. 서두른다면 12월 안에 등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근대문화유산으로 요청할 것인지 자연문화유산으로 요청할 것인지에 대해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김 교수는 이와 관련해 "문화유산은 희소성과 우수성, 학술성, 역사성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며 "다른 지역의 구들장 밭은 흔적만 남아있지만, 이곳은 상당한 양의 구들장이 남아있어 희소성이 높고, 구술과 문서로 확인되면 역사성도 있다고 판단된다. 또 근대한옥의 난방 시스템을 복원하기 위한 좋은 재료로 판단돼 오봉산 구들장 밭의 보존가치가 높다"고 밝혔다.

마을 주민들도 오봉산 구들장 채취 등에 대해 증언했다.

한 주민은 "이 곳의 구들장은 반듯하면서도 얇은 두께로 유명해 일제강점기부터 1960~1970년대까지 산 정상에서 구들장을 떠와 득량역에 실어 날렸다. 역 앞에는 구들장을 높이 쌓아놓은 밭도 있었다"며 "산 꼭대기에서 구들장을 가득 싣고 가파른 길을 내려오면서 소가 죽기도 했다. 힘든 작업을 마친 소를 위해 짚을 엮어 신을 신기기도 하고 영양이 풍부한 여물을 잔뜩 주기도 했다"고 밝혔다.

선정태기자 wordflow@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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