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닿는 모든 곳이 구들장···근대문화유산 가치 충분

입력 2021.02.05. 14:10 선정태 기자
문화유산 등재, 역사공간 동시 조성
근세 한옥 대확산 연구의 '보물섬'
역사자료화 위한 증언·도구 채집도
득량만권의 세계적 관광지 도약 가능
김철우(가운데) 보성군수는 지난 3일 오봉산 구들장 복원을 위해 국제온돌학회 회장 김준봉(왼쪽) 박사와 목포대학교 김지민 교수와 함께 현지답사를 벌였다.

보성군은 오봉산 구들장 밭을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면서 역사문화공간 조성에도 나선다. 특히 연말까지 국내 근대 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학술적·행정적 절차를 이미 준비한 상태여서 오봉산을 중심으로 구들장 문화를 복원해 관광자원화하고 한국 온돌 문화 중심에 서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보성군은 전문가를 통해 오봉산 구들장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구들장 밭임을 확인했다. 전문가들은 오봉산 전체가 근대문화유산이나 자연문화유산으로의 지정 가치도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김철우(왼쪽) 보성군수는 지난 3일 오봉산 구들장 복원을 위해 국제온돌학회 회장 김준봉(가운데) 박사와 목포대학교 김지민 교수와 함께 현지답사를 벌였다.

◆ 보이는 곳 온통 구들장

보성군은 지난 3일 국제온돌학회 회장 김준봉 박사와 목포대학교 김지민 교수와 함께 현지답사를 진행하며 본격적인 오봉산 권역 구들장 문화 복원에 나섰다.

오봉산은 정상과 능선으로 이어진 등산로 주변으로 구들장 채취 현장이 고스란히 남아 있고, 구들장을 옮기던 소달구지 길도 눈으로 확인될 만큼 잘 보존돼 있다. 산 곳곳에 구들장을 뜨고 남은 편석으로 만든 3~4m 석탑이 수십여 개가 만들어져 있어 장관을 이루고 있다.

김철우 보성군수는 지난 3일 오봉산 구들장 복원을 위해 국제온돌학회 회장 김준봉 박사와 목포대학교 김지민 교수와 함께 현지답사를 벌였다.

시선이 멈추는 모든 곳이 구들장 채취 현장이었고, 지금도 충분히 생산할 수 있는 양질의 원석이 묻혀 있다.

현장을 둘러본 김 박사는 "오봉산 구들장 현장은 세계 최대 규모 구들장 산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산 정상까지 대규모로 남아있는 전국 유일의 대형 유적지인 셈이다"며 "당시 작업 현장들이 고스란히 보존 돼 있다는 점에서 보물 같은 곳이어서 구들장 문화의 학술적인 가치와 그 우수성이 문화재로서의 탁월성과 보편성을 고루 갖추고 있어 문화재 등재의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보성군 오봉산 곳곳에 구들장들이 산재해 있다.

◆ 역사적 가치 충분

전문가들은 조선 후기부터 1970년대까지 전국적으로 한옥 건축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오봉산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채석 작업이 진행됐으며, 전국 구들장의 70% 이상이 이 곳에서 나온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전통 가옥의 난방 시스템을 연구하기 위한 자료가 충분한 '보물 섬'인 것이다.

오봉산 인근은 지금도 돌침대 재료를 위한 채석 공장이 운영되고 있을 정도로 여전히 인기가 높은 곳이다.

보성군은 오봉산에서 채쥐한 고들장을 나르던 모습을 그대로 재연한 소달구지 동상을 득량역 인근에 세웠다.

여기에 아직도 인근 주민들의 구술을 통해 구들장을 뜨는 기술과 이동 방법을 확인, 재연할 수 있다. 당시 사용했던 도구도 상당 수 남아 있다.

김 교수는 "구들장은 납작하면서도 강도가 있어야 비싼 값을 받을 수 있었다"며 "남원이나 옥천 등지의 구들장 밭은 흔적만 남아 있는데 비해 이 곳은 아직도도 채석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양이 있고, 구들장을 뜬 흔적과 운반 경로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곳을 활용해 채석·운반 재연을 통해 온돌문화를 연구·입증, 근대 사회학 연구의 근거로 삼을 수 있다"며 "조선 후기까지는 인근의 납작한 돌로 구들장을 만들었지만, 일제강점기 이후 1960년대까지 고급 구들장이 전국으로 퍼졌다는 연구를 하기에도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특히 개인적으로 일제강점기에 서울 북촌이나 종로 목조 한옥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재료가 구들장인데, 어디서 그 많던 구들장이 왔는지 연구 대상이었다"며 "이 곳의 구들장이 서울로 옮겨졌다는 근거를 밝힐 수 있는 기회가 와 설렌다"고 덧붙였다.


◆ 구들장 활용 관광자원화 추진

보성군은 오봉산 구들장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연말까지 국내 문화유산으로 등재할 계획이다. 이 후 이 곳을 활용하는 사업으로 구들장 체험관, 온돌 문화 전시관, 구들장가든 등 구들을 모티브로 한 힐링 파크 조성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 2015년부터 오봉산 구들장의 우수성을 조명하기 위해 '오봉산 구들장 이야기'라는 연구 사업을 3년간 진행하면서 구들장의 산지로 호황을 누렸던 지역의 생활 문화를 정리하는 등의 사전 작업을 진행했다. 그 일환으로 지역민들로 구성된 '오봉산 구들장 추진위원회'는 구들 채취 현장에서 일했던 어르신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고, 관련된 장비와 도구를 수집하는 등 오봉산 구들장 역사를 준비하고 있다.

김철우 보성군수는 "보성 오봉산이 우리나라 온돌 문화를 떠받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온돌 문화의 역사성을 보존하고, 한국의 뛰어난 온돌 문화를 체험해 볼 수 있는 세계적인 관광지로 키워갈 수 있도록 득량만권역 전체를 활용하겠다"며 "구들장을 소들이 나르던 길을 정비해 제주 올레길이나 지리산 둘레길같은 '구들장 둘레길' 조성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정태기자 wordflow@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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