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트인 호수길 걸으며 스트레스 풀고 갑니다"

입력 2021.02.17. 11:20 임장현 기자
53일간 문 닫았던 장성호 수변길 재개장
가족·친구와 삼삼오오 풍경 보며 산책
완만한 코스로 남녀노소 모두 즐겨
15일 장성호 수변길에 두 시민이 산책을 하고 있다.

"답답한 마스크에 높디 높은 아파트 사이에서 생활하며 여행도 못가다 보니 가슴이 막혔는데 이제 숨통 좀 틔였어요. 코로나시대에 맞는 여가 활동을 찾은 것 같아요."

김정순(49)씨는 고교 동창인 30년지기 친구와 장성호 수변길을 걸으며 지난 1년 간 지속된 코로나19에 지친 마음을 풀어냈다. 마스크에 선글라스, 모자까지 중무장한 탓에 그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목소리는 잔뜩 흥이 오른 모양새다.

코로나 확산으로 지난 해 60일 가깝게 폐쇄됐던 장성호 수변길이 다시 문을 연 지난 15일 오전. 장성호 주차장은 차량 서너 대만이 덩그러니 서있을 뿐 인적은 찾을 수 없었다.

15일 장성호 수변길 앞 안내판에서 시민들이 지도를 보고 있다.

200 개는 족히 될 듯이 높게 솟은 계단에 언제 오를까 걱정이 앞섰지만, 그 옆으로 완만하게 조성된 동산에 대나무 숲길이 나있어 힘들지 않게 오를 수 있었다.

장성댐을 끼고 걷자 작은 물결조차 일지 않은 고요한 호수와 호수를 둘러싼 산들이 한 눈에 들어왔다. 잔잔한 호수에 주변 산들이 고스란히 반영돼 산과 호수, 호수로 드리운 나무들이 한데 어우러져 멋진 경치를 연출했다.

수변길에 본격적으로 들어서고 나서야 등산복을 차려 입은 사람들이 보였다.

장성호 수변길 전경

이날 이곳은 많은 사람들이 가족과 함께 장성호 수변길을 찾았다. 그 중에는 할아버지와 엄마 손을 잡은 6살 배기, '초보운전' 딱지를 붙이고 찾아온 20대 신혼부부, 한 손에 생수병을 들고 오랜 친구와 산보를 즐기는 40대 주부들도 보였다.

이들 가운데 등산 스틱까지 챙긴 식당 주인 신경호(61)씨는 최근 장사가 안돼 화병이 날 것 같아 바람을 쐬러 아침 일찍 혼자 수변길을 찾았다.

신씨는 "혼자 집에서 이 생각 저 생각 하다보면 머리가 복잡해진다"며 "수변길은 한참을 걸어도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호수와 산맥 때문에 마음이 편안해지고 생각이 정리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앞질러갔다.

탁트인 야외에서 사람간 거리는 자연스럽게 100m 이상 벌어졌다. 수변길 대부분이 평지인데다 곳곳에 쉼터가 마련돼 숨이 찰 일도 없어 마스크를 벗는 사람들도 없었다. 마스크 때문에 답답할 법 한데도 수변길을 찾은 사람들은 모두 홀가분한 표정으로 여유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장성호는 유역면적이 1만2천여㏊에 달해 '내륙의 바다'라고 불릴 만큼 광대한 자연 경관을 보여준다. 장성군은 2017년부터 수변길 데크 설치, 출렁다리 개통, 계단을 대체하는 숲길을 만드는 등 노약자와 이용객들의 편의를 대폭 향상시키고 지루할 틈 없는 산책로를 조성했다.

임장현기자 locco@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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