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 위해 고로쇠 가격은 그대로"

입력 2021.02.18. 16:30 임장현 기자
고로쇠 채취·판매 장성 가인영농조합
추위 지속·인기 시들·코로나 '삼중고'
홍보·온라인 판매·상품 개발 고민 커
가격 "인상은 신용 파괴…계속 유지"
'신비의 약수' 인식 이어지길 기대
장성군 북하면 가인마을의 가인영농조합 김대중 대표.

"지난해 태풍과 지난달 불어닥친 한파, 코로나19까지 삼중고를 겪고 있지만 가격 인상은 안할 생각입니다. 수십 년간 고로쇠를 찾아주신 분들에게 보답하고 싶어서요."

추운 겨울 따뜻한 찜질방에 둘러 앉아 짭잘한 안주와 곁들여 마시던 고로쇠. 전남 지역 많은 산에서 '신비의 약수'인 고로쇠 채취가 한창이다.

장성군 북하면 가인 마을도 매년 겨울이면 인근 백암산에서 고로쇠를 채취·판매하고 있지만 올해는 코로나19 등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지난 여름 태풍으로 고로쇠 나무가 상당수 쓰러진데다 이번 겨울 한파로 채취량 급감, 계속되는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조합 수입이 크게 줄어든 상태다. 그럼에도 고로쇠는 10년 전 가격인 1.5ℓ에 5천원을 유지하고 있다. 23년째 가인영농조합(이하 가인)을 이끌고 있는 김대중(57)대표는 최근의 힘든 상황을 토로했다.

이 마을은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인근 산에서 고로쇠 수액을 채취한다. 해마다 3천 말 정도를 생산했지만 이번 겨울 추위가 지속되면서 수액 채취가 대폭 줄었다.

김 대표는 "고로쇠 나무는 온도에 민감해 겨울철 '삼한사온' 기후가 유지돼야 수액이 잘 나온다"며 "그러나 이번 겨울에는 영하권 날씨가 계속되면서 수액량이 줄어 지난해의 60% 수준만 채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로쇠는 주로 장성군 찜질방과 마을 민박집에서 70% 정도 소비되고 나머지는 백양사를 찾는 관광객에게 판매됐다. 코로나19 확산 이후로는 기존 판매 경로가 막혀 매출도 크게 줄었다.

비대면 추세에 맞춰 인터넷이나 홈쇼핑 등 온라인 판매를 고민하고 있지만 높은 수수료 때문에 엄두를 못내고 있다.

또 캐나다의 메이플 시럽처럼 고로쇠 수액을 활용한 가공 제품도 고민하고 있다. 다양한 상품으로 개발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비나 시설에 투자해야 하는데, 조합의 재정 상황이 열악해 시도조차 못하는 상황이다.

김 대표는 "최근 수액 저온 저장고 건설 사업을 지자체에 신청했는데, 선정 되더라도 큰 빚을 내서 지어야 하는 형편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수액 가격 인상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김 대표는 "홍보도 제대로 하지 않는 상황에서 지금까지 고로쇠 수액을 구매하는 분들 대부분은 10년 이상 계속 우리 '가인'에서 채취하는 수액만 이용해주시는 분들이다"며 "그분들을 위해서라도 가격을 올릴 생각이 없다. 무엇보다 가격을 올리는 것은 고로쇠 수액에 대한 신용도를 떨어뜨린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똑같은 가격과 좋은 질이 유지될 때, 고로쇠 수액이 '신비의 약수'라는 인식도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장현기자 locco@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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