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여성에서 한 인간으로
피해자다움에 대한 성찰적 질문도
‘내 안의 그녀…’전 21일부터
'오월 어머니'들이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자신들이 작가로 참여한 전시회를 마련했다.
오는 21일부터 5월 29일까지 광주여성가족재단 8층 여성전시관 허스토리에 선보일 '내 안의 그녀'가 그녀들이 만들어낸 전시다.
여기에는 1980년 5월 민중항쟁의 한 복판에서 부모형제와 이웃을 목숨을 지키기위해, 이후 구속된 이들의 목숨을 지키기위해, 진실을 살려내기 위해 생을 바쳐온 그녀들의 절박함, 아픔, 희망이 고스란히 어려있다.
'내 안의 그녀-오월 꽃이 화알짝 피었습니다'란 주제로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오월어머니 25분과 조각가 정진영씨가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함께 기획했다.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여전히 투쟁현장에서 노익장을 보여주는 오월어머니의 정서와 한 개인으로서의 꿈 많던 소녀, 누군가의 연인이자 어머니이고 누이인 그녀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정 작가는 광주 남구 양림동에 위치한 ㈔오월 어머니집에서 지난 4년 동안 매주 월요일 다양한 창작활동을 진행했다.
어머니들은 이 과정을 통해 열정적인 에너지를 마음껏 발산해내며 마음 속 응어리와 꿈과 희망을 발현했다.
정진영 작가는 "어머니들과 몇 년 동안 미술활동을 하면서 이들이 진정한 작가이자 예술가라는 생각을 해왔다"며 "오월어머니라는 숭고한 정신의 프레임을 넘어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고 있는 그녀들에게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어머니들을 옥죄는 오월의 아픔을 토해내며 형체를 만들고 색을 입혀가면서 진행해온 치유작업의 여정이기도 하다. 다른 한편 세상이 바라보는, 혹은 강요하는 '희생과 헌신'이라는 피해자다움에서 벗어나는 해방의 길이기도 하다. 피해자가 아닌, 아니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꿈 많고 발랄했던 한 인간(어머니)의 내면에 자리잡은 어린 시절 '그녀'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친구와 수다를 떨던 유년의 '그녀'로 돌아가 서로가 더 잘하려 경쟁하는 나이든 소녀들은 영락없는 깍쟁이 여학생들이다.
정 작가는 "더 그리고 싶어하고 더 배우고 싶어 하는 그녀들은, 미술작업하는 순간만큼은 70~80년 세월의 외투조차 걸치지 않은 듯 가벼운 몸짓으로 작업에 집중했다"며 "한 권의 크로키북을 '하루 4시간도 훌쩍'이라며 완성해 오는 투덜거림의 귀여운 그녀들이 전시관을 차곡차곡 채울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전시에는 강해중·김순심·김정자·김형미·박순금·박유덕·박지영·박행순·박형순·박화순·안성례·이귀임·이명자·이향란·임근단·임금자·윤삼례·원사순·장삼남·정동순·정현애·주암순·최 덕·최정아·한양님씨 등 총 25명이다. 이들은 총 6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명자 오월어머니집 관장은 "이번 '내 안의 그녀' 전시를 통해 우리는 불혹을 맞은 5·18민주화운동 역사와 의미를 되짚어보는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미경 광주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는 "지난 40여년 동안 오월을 온 몸에 안고 진실을 밝히는데 앞장서온 오월의 산증인 어머니들의 작품을 만나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프로젝트와 전시를 진행하는 정진영 작가는 전남대 미대 출신으로 남편 최재덕 작가와 북구 소녀상을 제작하기도 했다. 민족미술인협회 회원으로 매년 오월전과 세월호 특별전에 참여하는 한편 지역아동센터 미술 교사로 활동하는 등 다양한 사회적 활동을 해오고 있다.
김혜진기자 hj@srb.co.kr
- 한 사람 한 사람 모여 커지는 울림 이형기 작 세월호 참사 10주기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는 이들의 계절은 아직도 춥기만 하다. 사회에 이같은 재난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인데 뾰족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있어서다. 10년의 시간 동안 힘들어한 이들에게 용기와 위로가 되는 것은 '항상 함께 하고 있다'는 인사가 아닐까. 이런 인사를 전할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작가들이 참여한 이 전시는 시민 참여로 비로소 완성된다.대인동에 자리한 복합예술공간 예술이빽그라운드가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기리는 참여형 특별전 '4·16'을 지난 13일 시작해 27일까지 이어간다.이번 전시는 한희원, 이성웅, 이형기, 이당금 등 4명의 작가들이 참여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애도와 추모의 메시지를 전한다.한희원은 세월호 참사 당시 느꼈던 상실과 비애를 담아낸 서정적 회화작품을, 이형기는 서로가 서로에게 연결하고 의지하는 인물군상의 도조 작품을 통해 참사에 희생 당한 이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는 의지를 전한다.예술이빽그라운드가 세월호 10주기를 추모하는 전시를 열고 있다. 사진은 추모 작품에 참여하고 있는 관람객과 이당금 대표.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복합적인 설치 작업을 선보여 온 이성웅은 종이배 작품과 영상을, 예술이빽그라운드 대표이자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이당금은 세월호 10주기를 추모하는 사진, 퍼포먼스 등을 통해 참사 이후 남은 이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위로를 전한다.특히 이번 전시는 시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참여형 전시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방문한 이라면 누구나 추모의 글귀를 적고 세월호를 형상화한 종이배를 접거나 추모의 글귀를 적어 하나의 작품을 함께 만들 수 있다. 관람에서 한 발짝 나아가 복잡한 과정 없이도 누구나 10주기 추모에 주체적으로 동참할 수 있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연대해 완성되는 종이배는 작품에 참여하는 시민에게도, 참사 유가족에게도 용기와 희망으로, 위로와 치유로 다가설 것으로 기대된다.이당금 예술이빽그라운드 대표는 "텅 빈 마음과 잊지 않을 기억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애도와 추모의 공간을 준비했다"며 "시민이 자유롭게 공간에 방문해 종이배를 접거나 추모의 글귀, 바람 등을 적은 포스트잇을 붙여 형상을 만들며 함께 추모하는 전시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한편 예술이빽그라운드는 소극장 씨어터연바람, 전시 공간 등을 둔 복합문화공간으로 연극, 전시, 콘서트 등의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선보이고 있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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