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5월 주제로 한 민중가요 소재
들불7열사 인생 다룬 연극 목표
"주변의 기대만큼이나 오월극을 만드는 것에 대한 부담은 항상 크죠. 10년 전에는 명작을 만들어야한다는 생각에 중압감이 어마어마했어요. 이제 관객층은 10대부터 30대 중반까지로 80년 5월을 겪지 못한 세대들이에요. 이들에게 오월을 어떻게 거부감 없이 전할까, 이것이 이제는 또 다른 고민이죠. 최근 들어서는 오월극을 끊임 없이 해나가는 것이 5월 정신을 계승하는데 중요하다 느끼고 있어요."
지난 10일 극단 토박이의 임해정 대표는 오월극 신작 '나와라 오바!' 공연을 앞두고 오월극 창작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연극 '나와라 오바!'는 극단 토박이가 지난 2017년 '오! 금남식당' 이후 선보이는 새로운 오월극으로 80년 5월 광주를 주제로 한 민중가요와 80년대 가요를 소재로 한다.
장사가 되지 않는 재래시장 상인들이 시장 현대화 상품이 걸린 '재래시장 살리기 시장합창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준비에 나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극에는 '광주출정가' '훌라송' '임을 위한 행진곡' '내게도 사랑이' 등 80년 5월 당시 거리에서 불려졌거나 그 이후 오월을 그리며 만든 노래, 서민들에 힘이 됐던 1980년대 가요들이 등장한다. '힘을 주소서' '봄 하늘 노을빛' 등 창작한 테마곡도 극의 전개를 돕는다.
임해정 토박이 대표는 작품에 대해 "최근 관객층이 청소년이나 청년 등으로 오월을 겪지 않은 세대이다보니 어떻게 하면 좀 더 오월에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나온 결과물"이라며 "80년 5월 당시 사람들이 모여 노래를 부르며 서로 위로하고 하나가 되기도 했는데 그때 그 노래들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 노래가 가진 힘인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 세대로의 5·18 계승을 위해 오랜 시간 고민해 온 토박이는 지난 2017년 '오! 금남식당'을 시작으로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에서 한 발짝 나왔다. 전면에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흥미로운 연극을 내세웠다. 하지만 작품에 대한 평은 극과 극으로 나뉘었다. 80년 5월을 겪은 세대에는 혹평을, 젊은 세대에는 호평을 받았다.
임 대표는 "이것을 누가 보느냐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이다.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가 달라지기 때문"이라며 "80년 5월의 아픔을 알기 때문에 그 아픔의 힘을 잃지만 않는다면 요즘 친구들과 오월로 소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역사적 무게감과 소통하는 대상층 사이에서 균형감을 유지하기가 참 어렵지만 놓치지 않으려 한다"고 강조했다.
토박이는 극단을 창단한 고 박효선 열사가 그랬던 것처럼 계속해서 오월을 이야기하려 한다. 광주 시민 각자가 안고 있는 이야기들을 발굴해 꾸준히 이어가고 싶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들불7열사로 불리는 박기순·윤상원·박용준·박관현·신영일·김영철·박효선의 삶을 조명하는 작품에 대한 의무감도 내비쳤다. 토박이는 '청실홍실'과 '잠행'으로 각각 김영철 열사와 박효선 열사의 이야기를 담은 바 있다.
임 대표는 "80년 5월 광주시민 전체가 함께 투쟁하고 서로를 도왔기에 여태까지 부각되지 않았던 시민 각자만의 이야기를 극으로 올리고 싶다"며 "또 들불7열사의 이야기를 우리가 지금 작품화하지 않으면 앞으로는 더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분들의 인생을 모두 작품화하는 것이 과제이자 목표"라고 설명했다.
한편 토박이의 오월극 신작 '나와라 오바!'는 15~18일 오후 7시 30분 동구 동명동 민들레소극장에서 열린다. 관람료는 무료다.
김혜진기자 hj@srb.co.kr
- 산에 안겨 강에 기대어 이어 온 우리네 삶 오상조 작 '영산강' 예로부터 산과 강은 아주 좋은 회화 소재였다. 실제로 많은 예술가들은 산과 강을 애호하며 화폭에 담아 왔다. 왜일까. 산과 강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그 지역 만의 풍경을 만들어 내는 것을 넘어 산과 강은 이들의 넉넉한 품에 안긴 민중의 정신을 이루는 뿌리다. 우리는 무등산과 영산강의 품에 안겨 어떤 삶을 살고 어떤 생각을 할까. 이같은 일상이 너무나도 당연해 어미와 같은 무등산과 영산강의 소중함을 잊고 있지는 않나. 이같은 다양한 질문을 던지는 자리가 마련된다.광주시립미술관이 '무등에서 영산으로'전을 지난 20일부터 5월 19일까지 본관 1, 2실에서 진행한다.이번 전시는 지역 공립미술관으로서 우리 지역의 미적 가치와 무등이 주는 인문 사상, 영산강이 주는 미래에 대해 조망하는 자리다.우리 가까이에 있어 너무나도 익숙한 나머지 그 가치를 제대로 보지 못했던 무등산과 영산강의 아름다움과 가치, 풍경, 삶, 문화, 역사를 회화, 사진, 설치, 아카이브 등에서 찾아본다.배동신 작 '무등산'전시는 소장작품을 통한 광주인의 삶과 멋, 역사를 주제로 한 작품으로 시작해 무등산을 소재로 한 전통적 회화와 현대의 예술인 사진을 통해 무등산의 무한한 아름다움과 기상을 보여준다. 대형 사진 작품은 점으로 우주와 같은 무등산을 그린 회화작품과 어우러져 무등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색다르게 선사한다. 영산강을 소재로 한 대형 벽면 설치 작품은 무등산과 영산강은 하나로 연결돼 있으며 영산강이 어머니의 강인 이유를 눈으로 확인하게 해준다.계단을 지나서는 특별 섹션이 이어진다. 시립미술관 순수 소장품 중 1946년부터 1999년까지 그려진 무등산 그림 8점을 한 번에 전시해 20세기 화가들이 무등산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표현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김형수, 양수아, 배동신, 임직순, 김영태, 박상섭 등 20세기의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광주미술사적, 조형적으로 무등산을 살필 수 있다.정송규 작 '무등을 바라보다'아카이브 자료도 풍성하다. 무등산과 영산강에 대한 방송 프로그램을 배치하고 무등정신을 문화적, 사상적, 예술적으로 공부하고 체화해 새로운 무등의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는 무등공부방의 미술작품과 활동자료 등 아카이브 자료를 선보인다.사진의 기록성을 중시하는 철학을 바탕으로 꾸려진 5명의 영산강 사진그룹은 3년 간 계절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영산강의 시원지인 담양에서부터 목포 하구언까지 136.66㎞를 답사하며 찍은 사진도 만날 수 있다. 영산강의 아름다운 자연풍광과 더불어 강가를 따라 자리한 역사유적, 삶의 모습 등이 담겼다. 영산강에 대한 최초의 대형 프로젝트로 영산강의 모든 것이 오롯이 담겨 의미를 더한다.조진호 작 '소쇄원'김준기 시립미술관 관장은 "무등산과 영산강을 한 번에 다룬 최초의 대형 전시로 지역민 마음의 고향인 무등산과 영산강에 대한 위로와 더 큰 도약을 꿈꾸는 자리다"며 "이번 전시가 무등산과 영산강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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