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순천·광주·제주 작가들 한자리
국가폭력이라는 한국 현대사 속 아픔을 갖고 있는 도시의 작가들이 연대하는 자리가 마련돼 눈길을 끈다.
제2회 여순항쟁평화미술제가 24일까지 여수 더마스갤러리에서 1차 전시를 마치고 26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순천문화의거리 갤러리에서 2차 전시를 갖는다.
이번 전시는 '해원의 촛불을 켜다'를 주제로 순천과 여수 작가들은 물론 광주, 제주 작가들이 참여해 한국 현대사 속 국가폭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순사건은 1948년 제주 4·3사건을 진압하기 위해 정부가 여수 국방경비대 제14연대를 파견하기로 했으나 제14연대가 '우리는 제주 도민을 학살할 수 없다'며 명령을 거부한 것이 발단이 돼 일어났다.
광주와 제주는 각각 5·18민주화운동, 4·3사건으로 국가폭력에 의해 많은 민간인들이 학살 당한 아픔이 있는 지역으로 여수, 순천과 같은 아픔을 갖고 있는 도시다.
이에 4개 도시의 작가 24명은 아픈 현대사를 기억하고 이것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 연대해 창조적 작업으로 여순사건을 다시 재조명한다.
특히 이들은 아직까지도 역사적으로 진실규명이 되지 않은채 여순사건이 '반란'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음에 주목한다.
생명·평화 미술행동의 주홍 작가는 "5·18이나 4·3 경우 역사적으로 진실이 많이 드러나있고 특히 5·18 경우 재단이 세워지고, 국가폭력이 자행된 것들에 대한 진실들을 규명하기 위해 시민 사회 움직임이 끊임 없이 일어나고 있다"며 "그것에 비해 여순사건은 아직도 진실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우리나라 현대사가 안고 있는 국가폭력이라는 비극적 문제를 제대로 정리하지 않으면 이것이 계속 반복될 수 있기에 정리하고 기억하는 행동에 미술이 함께 하자고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참여 작가는 순천 김일권·김지현·김충렬·이은영·임지인, 여수 박금만·정숙인, 광주 홍성담·홍성민·전정호·천현노·주홍·박태규·박광수·김희련·박성우·전혜옥, 제주 고승욱·고길천·양동규·김기삼·박경훈·김영화·고문석이다.
전시 기획은 생명·평화미술행동과 예술단체그림책, 여순사건영상기록위원회가 참여했으며 순천시가 후원한다.
한편 여순항쟁평화미술제는 지난해 '손가락 총'이라는 주제로 첫 발을 뗐다. 작가들이 십시일반 전시비용을 모아 진행됐던 이 전시는 그동안 우리 사회가 외면했던 여순항쟁의 진실을 드러내고 마주하게 하면서 역사학계와 시민사회, 정치계에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김혜진기자 hj@srb.co.kr
- 한 사람 한 사람 모여 커지는 울림 이형기 작 세월호 참사 10주기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는 이들의 계절은 아직도 춥기만 하다. 사회에 이같은 재난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인데 뾰족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있어서다. 10년의 시간 동안 힘들어한 이들에게 용기와 위로가 되는 것은 '항상 함께 하고 있다'는 인사가 아닐까. 이런 인사를 전할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작가들이 참여한 이 전시는 시민 참여로 비로소 완성된다.대인동에 자리한 복합예술공간 예술이빽그라운드가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기리는 참여형 특별전 '4·16'을 지난 13일 시작해 27일까지 이어간다.이번 전시는 한희원, 이성웅, 이형기, 이당금 등 4명의 작가들이 참여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애도와 추모의 메시지를 전한다.한희원은 세월호 참사 당시 느꼈던 상실과 비애를 담아낸 서정적 회화작품을, 이형기는 서로가 서로에게 연결하고 의지하는 인물군상의 도조 작품을 통해 참사에 희생 당한 이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는 의지를 전한다.예술이빽그라운드가 세월호 10주기를 추모하는 전시를 열고 있다. 사진은 추모 작품에 참여하고 있는 관람객과 이당금 대표.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복합적인 설치 작업을 선보여 온 이성웅은 종이배 작품과 영상을, 예술이빽그라운드 대표이자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이당금은 세월호 10주기를 추모하는 사진, 퍼포먼스 등을 통해 참사 이후 남은 이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위로를 전한다.특히 이번 전시는 시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참여형 전시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방문한 이라면 누구나 추모의 글귀를 적고 세월호를 형상화한 종이배를 접거나 추모의 글귀를 적어 하나의 작품을 함께 만들 수 있다. 관람에서 한 발짝 나아가 복잡한 과정 없이도 누구나 10주기 추모에 주체적으로 동참할 수 있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연대해 완성되는 종이배는 작품에 참여하는 시민에게도, 참사 유가족에게도 용기와 희망으로, 위로와 치유로 다가설 것으로 기대된다.이당금 예술이빽그라운드 대표는 "텅 빈 마음과 잊지 않을 기억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애도와 추모의 공간을 준비했다"며 "시민이 자유롭게 공간에 방문해 종이배를 접거나 추모의 글귀, 바람 등을 적은 포스트잇을 붙여 형상을 만들며 함께 추모하는 전시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한편 예술이빽그라운드는 소극장 씨어터연바람, 전시 공간 등을 둔 복합문화공간으로 연극, 전시, 콘서트 등의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선보이고 있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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