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내 곳곳·갤러리에 전시
대웅전 앞 5m 미륵불부터
10년 거쳐 완성한 작품까지
무각사 대웅전 옆, 마당으로 가는 돌계단을 오르니 자애로운 미소를 짓고 있는 부처의 모습이 보인다. 이 부처는 '미륵불'이란 작품명과 함께 '미소불'이라는 별명을 가진 석불. 평온하면서도 따스한 미소가 속세의 모든 근심을 어루만져주는 듯하다.
도심 속, 자연의 아름다움을 지닌 무각사 경내 곳곳에 나툰(나타나다의 불교적 용어) 이 석불들은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듯 자연스럽기까지 하다.
무각사가 석불조각가 오채현 특별초대전 '돌에 새긴 희망의 염화미소'전을 내년 10월 31일까지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지난 2000년 조계사에서 석불전을 가진 것을 인연으로 석불을 제작해오고 있는 오 작가와 평소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은 주지스님의 인연으로 마련됐다. 3년 전부터 준비해 온 이번 전시에는 경내 야외에 12점, 로터스갤러리에 19점 등 총 21점의 작품이 설치됐다.
특히 불이문을 지나 바로 마주하는 사방불은 오 작가가 10년 동안 작업해 올해 완성, 광주에서 첫 선을 보이는 작품이다. 동서남북 사방에 큰 부처가 있고 공간공간에는 108명의 작은 부처가 자리하는 3.5m 크기의 18톤짜리 작품이다.
대웅전 앞에 세워진 대형 미륵불은 높이만 5m에 달해 실로 감탄을 자아내기도 한다.
이들 대형 석불은 무각사 경내 풍경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원래부터 이곳에 있던양, 자리를 잡고 있어 더욱 깊은 인상을 남긴다. 신자들과 시민들이 석불 곳곳에 둔 동전이 그 자연스러움을 설명해준다.
뿐만 아니라 로터스 갤러리에는 영월 창령사터에서 출토된 오백나한상을 모티브로 한 익살스런 '나한상' 5점과 화강석판석에 입불, 연꽃, 동자, 구름, 연잎 등이 조화를 이루도록 연결한 '연화장 세계'도 벽면에 걸려 대형 석불과는 또다른 재미를 준다.
오 작가의 석불상은 '종교적'이라기 보다는 작품에 가깝다. '인간으로서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 부처가 아닐까'하는 생각에서 석불을 시작하게 된 그는 전통적 불상 기준을 따르기 보다는 작가의 감각에 따라 석불을 만든다. 그의 손에서 태어난 석불은 그 시대에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는 "기존 불교미술은 장인을 중심으로 재현을 중점에 두고 제작됐다면 나는 작가로서 시대에 맞는 부처 모습을 만든다"며 "21세기 현대인들은 물질적으로는 과거에 비해 풍족하나 몸과 마음은 지쳐있는데 이런 시대에 부처가 온다면 어떤 모습으로 올까 고민하다 따뜻한 부처가 오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미소를 짓고 있는 부처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최근에는 유례없는 팬데믹 상황으로 많은 이들이 힘들어하고 있기에 더더욱 따스한 부처가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불자들은 물론 많은 일반인들도 부처의 미소를 친견하고 마음의 위안을 얻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혜진기자 hj@srb.co.kr
- 산에 안겨 강에 기대어 이어 온 우리네 삶 오상조 작 '영산강' 예로부터 산과 강은 아주 좋은 회화 소재였다. 실제로 많은 예술가들은 산과 강을 애호하며 화폭에 담아 왔다. 왜일까. 산과 강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그 지역 만의 풍경을 만들어 내는 것을 넘어 산과 강은 이들의 넉넉한 품에 안긴 민중의 정신을 이루는 뿌리다. 우리는 무등산과 영산강의 품에 안겨 어떤 삶을 살고 어떤 생각을 할까. 이같은 일상이 너무나도 당연해 어미와 같은 무등산과 영산강의 소중함을 잊고 있지는 않나. 이같은 다양한 질문을 던지는 자리가 마련된다.광주시립미술관이 '무등에서 영산으로'전을 지난 20일부터 5월 19일까지 본관 1, 2실에서 진행한다.이번 전시는 지역 공립미술관으로서 우리 지역의 미적 가치와 무등이 주는 인문 사상, 영산강이 주는 미래에 대해 조망하는 자리다.우리 가까이에 있어 너무나도 익숙한 나머지 그 가치를 제대로 보지 못했던 무등산과 영산강의 아름다움과 가치, 풍경, 삶, 문화, 역사를 회화, 사진, 설치, 아카이브 등에서 찾아본다.배동신 작 '무등산'전시는 소장작품을 통한 광주인의 삶과 멋, 역사를 주제로 한 작품으로 시작해 무등산을 소재로 한 전통적 회화와 현대의 예술인 사진을 통해 무등산의 무한한 아름다움과 기상을 보여준다. 대형 사진 작품은 점으로 우주와 같은 무등산을 그린 회화작품과 어우러져 무등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색다르게 선사한다. 영산강을 소재로 한 대형 벽면 설치 작품은 무등산과 영산강은 하나로 연결돼 있으며 영산강이 어머니의 강인 이유를 눈으로 확인하게 해준다.계단을 지나서는 특별 섹션이 이어진다. 시립미술관 순수 소장품 중 1946년부터 1999년까지 그려진 무등산 그림 8점을 한 번에 전시해 20세기 화가들이 무등산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표현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김형수, 양수아, 배동신, 임직순, 김영태, 박상섭 등 20세기의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광주미술사적, 조형적으로 무등산을 살필 수 있다.정송규 작 '무등을 바라보다'아카이브 자료도 풍성하다. 무등산과 영산강에 대한 방송 프로그램을 배치하고 무등정신을 문화적, 사상적, 예술적으로 공부하고 체화해 새로운 무등의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는 무등공부방의 미술작품과 활동자료 등 아카이브 자료를 선보인다.사진의 기록성을 중시하는 철학을 바탕으로 꾸려진 5명의 영산강 사진그룹은 3년 간 계절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영산강의 시원지인 담양에서부터 목포 하구언까지 136.66㎞를 답사하며 찍은 사진도 만날 수 있다. 영산강의 아름다운 자연풍광과 더불어 강가를 따라 자리한 역사유적, 삶의 모습 등이 담겼다. 영산강에 대한 최초의 대형 프로젝트로 영산강의 모든 것이 오롯이 담겨 의미를 더한다.조진호 작 '소쇄원'김준기 시립미술관 관장은 "무등산과 영산강을 한 번에 다룬 최초의 대형 전시로 지역민 마음의 고향인 무등산과 영산강에 대한 위로와 더 큰 도약을 꿈꾸는 자리다"며 "이번 전시가 무등산과 영산강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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