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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 지나간 자리마다 꽃이 피더라'

입력 2021.01.05. 17:43 수정 2021.01.05. 17:52
노미란 자수공예 작가 첫 개인전
전남여성재단 공모전 선정 지원
자녀 모두 키우고 오십에 시작
"힘들기도 했지만 위안 얻은 시간"
노미란 작 '코스모스 속 숨은 그림 찾기'

"수를 계속 놓았지만 이렇게 많은 작품을 해보는 것은 처음이었어요. 힘들기도 했지만 위안이 됐어요. 첫 개인전이라 소중하고 더없이 감사한 마음입니다."

전남여성가족재단이 지난해 4월 지역 신진 여성작가들을 발굴, 지원하는 공모전에 선정된 자수 공예 작가 노미란(64·여)씨는 첫 개인전에 대한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이번 공모전은 개인전 기회를 얻지 못한 지역의 여성 신진 작가를 발굴해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노미란 작 '기다림(능소화)'

학력이나 수상경력 등은 배제하고 작품성과 성장가능성 등만 따져 작가를 선정, 실질적 등용문으로 역할했다. 이에 경력단절된 여성이나 뒤늦게 예술혼을 불태우고 있는 작가들이 이름을 올리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선정된 3인의 작가 중 가장 마지막 순서로 개인전을 갖게 된 노미란씨 또한 뒤늦게 예술에 대한 열정으로 자수에 몰두하고 있는 신진 작가다.

노 작가는 손재주가 좋아 뜨개도, 음식도 잘하는 주부로 25년을 살았다.

노미란 작가

마흔아홉이 되던 해, 남매를 다 키우고 나니 문득 학교에 가고 싶었다. 약사인 친정 아버지 덕에 어렵지 않게 살았지만 9남매의 장남인 아버지는 노 작가의 막내 동생보다 겨우 두 살 더 많은 막내 삼촌을 포함해 아홉 형제들을 책임져야했다. 2남3녀 중 장녀였던 노 작가는 힘든 부모님을 위해 대학을 포기하고 스물둘에 결혼을 택했다.

그는 "아이들 다 키워놓고 나니 학교에 가고 싶더라"며 "남편에게 '공부를 하고 싶다'했더니 흔쾌히 답해 대학을 가게 됐다"고 회상했다.

음식 좀 한다는 소리를 들었던 터라 김치를 연구하고 싶어 호텔조리학과에 진학했지만 "음식 만들기 보다 생리학이니 생화학이니 그런 것만 배워 늦은 나이에 공부가 힘들었다"는 그는 겨우 졸업하고 나서야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을 고민하다 '자수'라는 답을 얻었다.

그렇게 시작한 자수 작업이 12년째되던 지난해, 전남여성가족재단의 공모전에 도전한 그는 결국 대외적으로 열정과 실력을 인정받게 됐다.

선정된 기쁨을 누릴 새도 없이 그는 선정과 함께 개인전 작업에 돌입했다. 10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의 개인전을 채울 만한 양의 신작을 준비해야 했다.

시장 한켠에 마련한 자신의 공방에서 아침 9시부터 5시까지 수를 놓고, 귀가해서도 자기 전까지 수를 놓는 시간들이 10개월 동안 이어졌다. 체력적으로도 많이 힘들었다. 눈은 말할 것도 없고 허리며 어깨까지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렇게 해서 노 작가는 소품을 포함해 50개의 작품을 개인전에서 선보일 수 있게 됐다.

노 작가는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 할 수 있었지 그러지 않고서는 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나에게는 또 하나의 터닝포인트가 된 시간이었다"고 웃어보였다.

반응도 좋다. 전시를 오픈한 지 보름만에 온라인 전시는 900회의 조회수를 돌파하기도 했다. 자녀들도 '엄마가 자랑스럽다'는 반응이고, 조용히 응원해왔던 남편도 날마다 온라인 전시 조회수를 확인하는 가 하면 보는 사람마다 아내의 첫 개인전 소식을 전하기도 한단다.

이번 개인전으로 '위안을 얻게 됐다'는 그는 자수 공예에 더욱 매진할 계획이다.

노 작가는 "함께 공방에서 자수를 하는 이들과 부족한 점을 공유하고 채워나가 명인명장까지 도전해보려 한다"며 "또 주민센터, 장애인센터 등서 기존에 꾸려왔던 수업도 열심히 이어가 많은 이들과 자수가 주는 위로와 기쁨을 공유하고 싶다"고 소망했다.

노미란 작가의 첫 개인전 '바늘 지나간 자리마다 꽃이 피더라'는 내달 6일까지 전남여성문화박물관에서 열린다.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전시는 전남여성가족재단 네이버블로그와 카카오스토리, 인스타그램, 유튜브 채널 등 온라인에서도 감상할 수 있다.

김혜진기자 hj@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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