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미협 여성 작가 5인 참여
삶의 진정한 가치는 무엇일까. 미술 운동을 펼쳐온 지역 여성 작가들이 캔버스 위에 이에 대한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펼쳐낸 전시회가 마련돼 주목된다.
광주여성가족재단 기획전시 공모선정작 'her심탄회'가 오는 3월 23일까지 재단 3층 광주여성전시관 허스토리(Herstory)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광주민족미술인협회 여성 작가 5인이 남성 중심 사회의 산물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려선 안되는 가치에 대해 질문하고 답하는 자리다.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는 김화순·김희련·바다·손향옥·추현경이다.
이들 대부분은 80~90년대 민주화의 열기가 뜨거웠던 광주에서 대학 미술 운동을 시작으로 진보적 미술인의 삶을 탐구하고 실험하며 살아온 작가들이다.
이들은 우리 시대 민초들과 '함께 나누어 누리는 미술'을 꿈꾸며 자신의 존재와 운명, 이 시대의 모순을 극복하고 새 사회를 열망하는 실천적 삶과 결합하고자 한다.
이번 전시 또한 같은 맥락이다. 지난한 가부장제 사회를 지나 남녀평등의 사회에 살고 있지만 남성 중심 사회의 산물들로 사회는 아직까지 여성에 '평등'하지만은 않다. 5인의 작가들은 이런 속에서도 여성, 타자가 지닌 힘으로 삶의 방향을 전환해야한다고 이야기 한다.
김화순은 '하제 팽나무 아래서 평화를 궁리하다'를 통해 600년 동안 마을의 수호신이었으나 미군 기지 확장을 위해 사라질 위기에 처한 팽나무를 담아냈다. 작가는 팽나무를 통해 전쟁과 핵, 환경파괴 등 남성 중심 사회가 만들어낸 산물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고 우리에게 가치 있는 것을 잃어버리지 말자고 전한다.
김희련의 '꽃 오월 사람'은 광주항쟁 속 여성을 담아냈다. 염색천에 바느질로 드로잉한 독특한 이 작품은 오월길에 불의를 떨쳐내며 일어선 '김양'의 모습을 형상화한다. 광주항쟁 당시 가부장적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시위에 참여해 민중 주체의 무장 봉기로 발전시킨 여성들의 모습을 '김양'으로 나타내 오월 여성들을 잊지 말기를 당부한다.
바다는 다양한 조각 작업을 통해 '선정인-번뇌가 사라지고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는 상태'에 대해 말한다. 민중세상, 평등세상을 꿈꾸던 동학 농민들의 염원, 나라의 독립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내던진 숭고한 독립투사들의 염원, 한반도 통일의 염원 등을 담은 기도가 그의 작업에 녹아들었다.
손향옥의 '내 안의 나'는 당당한 포즈의 여성이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모습을 통해 버티고 이겨낼 힘은 내 안에 존재함을 전한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삶을 바라보는 시선조차 겸손해지는 지금, 우리가 꿈꿨던 미래는 오늘 하루를 잘 버텨내는 일상의 반복이 아니었을까.
추현경은 2020년에도 멈추지 않는 5·18민주화운동의 행진을 담아냈다. 지난해 5월 16일 5·18 40주년 기념행사로 진행된 '오월 시민 행진 그날 WHO'는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40년 전 희생된 이들의 모습을 녹여낸 인형을 만들어 쓰고 금남로 거리를 행진하며 그날을 기억하고자 하는 취지로 전개됐다. 그는 우리 모두가 그날을 기억하는 것이 우리의 미래를 바꾸는 힘이라고 말한다.
전시는 코로나19로 참여가 어려운 관객들을 위해 모두 영상으로 기록돼 광주여성가족재단 유튜브에 공유될 예정이다.
김혜진기자 hj@srb.co.kr
- 한 사람 한 사람 모여 커지는 울림 이형기 작 세월호 참사 10주기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는 이들의 계절은 아직도 춥기만 하다. 사회에 이같은 재난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인데 뾰족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있어서다. 10년의 시간 동안 힘들어한 이들에게 용기와 위로가 되는 것은 '항상 함께 하고 있다'는 인사가 아닐까. 이런 인사를 전할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작가들이 참여한 이 전시는 시민 참여로 비로소 완성된다.대인동에 자리한 복합예술공간 예술이빽그라운드가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기리는 참여형 특별전 '4·16'을 지난 13일 시작해 27일까지 이어간다.이번 전시는 한희원, 이성웅, 이형기, 이당금 등 4명의 작가들이 참여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애도와 추모의 메시지를 전한다.한희원은 세월호 참사 당시 느꼈던 상실과 비애를 담아낸 서정적 회화작품을, 이형기는 서로가 서로에게 연결하고 의지하는 인물군상의 도조 작품을 통해 참사에 희생 당한 이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는 의지를 전한다.예술이빽그라운드가 세월호 10주기를 추모하는 전시를 열고 있다. 사진은 추모 작품에 참여하고 있는 관람객과 이당금 대표.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복합적인 설치 작업을 선보여 온 이성웅은 종이배 작품과 영상을, 예술이빽그라운드 대표이자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이당금은 세월호 10주기를 추모하는 사진, 퍼포먼스 등을 통해 참사 이후 남은 이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위로를 전한다.특히 이번 전시는 시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참여형 전시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방문한 이라면 누구나 추모의 글귀를 적고 세월호를 형상화한 종이배를 접거나 추모의 글귀를 적어 하나의 작품을 함께 만들 수 있다. 관람에서 한 발짝 나아가 복잡한 과정 없이도 누구나 10주기 추모에 주체적으로 동참할 수 있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연대해 완성되는 종이배는 작품에 참여하는 시민에게도, 참사 유가족에게도 용기와 희망으로, 위로와 치유로 다가설 것으로 기대된다.이당금 예술이빽그라운드 대표는 "텅 빈 마음과 잊지 않을 기억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애도와 추모의 공간을 준비했다"며 "시민이 자유롭게 공간에 방문해 종이배를 접거나 추모의 글귀, 바람 등을 적은 포스트잇을 붙여 형상을 만들며 함께 추모하는 전시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한편 예술이빽그라운드는 소극장 씨어터연바람, 전시 공간 등을 둔 복합문화공간으로 연극, 전시, 콘서트 등의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선보이고 있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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