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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어있는 집엔 어떤 이야기 있을까

입력 2021.03.05. 16:58 수정 2021.03.05. 18:04
전시 '빈 집' 12일까지 북·남·서·광산구 공가서
도시서 밀려난 이들에 주목
소외된 이들 작업해 온 작가
이상호·박화연·정유승 등 참여
전시·집담회 논의 묶어 발행도
정유승, 김수환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는 서구의 빈 집.

새로운 택지지구가 생기면 편리함을 좇아 사람들은 그곳으로 옮겨간다. 생활인프라 또한 사람을 따라 간다. 모든 것이 옮겨간 자리에는 집과 거리만이 그대로 남는다. 한때는 도심이었던 곳이 텅 비자 '정비'라는 명목하에 새로운 아파트들이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한다. 조용해진 골목 골목에는 '언제 밀리고 아파트가 들어선다더라' '어떤 건설사가 집을 짓는다더라'는 이야기만 가득하다. 갈 곳이 없어 모두가 떠난 골목을 듬성 듬성 지키고 있는 이들은 정비가 시작되면 내몰리듯 어딘가로 밀려날테다.

지역의 젊은 문화콘텐츠단체 '만지작'이 그들이 떠나고 남은 빈 집을 주목했다. 빈 집이라는 공간에서 그들의 흔적을 다시 간직하고 이를 작품으로 이야기하는 전시 '빈 집'을 북구와 남구, 서구, 광산구의 빈 집에서 12일까지 진행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이들은 자본주의로 인해 도시에서 밀려난 사람들에 집중한다.

전시에는 소외된 자들을 주제로 작업을 해온 작가들이 참여한다. 국가폭력의 피해자이자 지속적으로 민중미술의 잠재성을 주목해오고 있는 이상호 작가를 비롯해 5·18민주화운동이나 사북항쟁을 다뤄온 박화연 작가, 성매매 여성들에 집중해온 정유승 작가, 도시 청년들의 우울함 등을 이야기해 온 오석근 작가, 자본주의적 노동체계와 그 속에서 가족들이 속해있는 위치 등을 도시 소외란 키워드로 살펴 온 김수환 작가, 상처 받은 존재를 들여다 본 윤석문 작가 등 원로부터 청년까지, 지역과 지역 밖을 아우르는 작가들이 '빈 집'에서 목소리를 낸다.

정유승, 김수환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는 서구의 빈 집

특히 이상호 작가는 나주정신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을 드로잉한 작품들을 이번 전시를 통해 최초로 공개한다.

전시는 각각 서구 월산로 235번길 15-1(정유승·김수환), 남구 사직안길 1-9 102호(이상호), 북구 군왕로 47-1 2층(박화연), 광산구 상도산길 54 빵과장미(윤석문)에서 진행된다.

이와 더불어 7일에는 빈 집과 관련한 집담회 '빈 집의 사회학'을 열고 빈 집의 다양한 의미와 가치에 대해 얘기를 나눈다. 이번 집담회 내용과 전시에 관련한 논의를 묶은 저작은 지역 출판사의 지원을 받아 내달 중순께 발간, 시중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된다.

윤석문 작가의 작품이 전시된 광산구 빈 집

김서라 영상문화콘텐츠제작소 '만지작' 담당자는 "오늘날 공동화돼 가는 지역의 상황은 물론이고 예술의 위상 변화 그리고 공동체의 재구성에 관한 질문을 전시로 구성했다"며 "지역의 잠재성이 실현될 수 있는 방식들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전시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영상문화콘텐츠제작소 '만지작'은 지난해 하반기 결성된 대안적 문화활동 단체다. 지역에 기반한 문제의식들을 다양한 문화적 실천을 통해 제시하고 이를 시민과 공유한다. 지역에 대한 연구를 기반으로 이를 콘텐츠로 제작해 지역의 쓸모를 제안한다. 이번 전시 이후에는 부산 지역 여성노동자들에 주목해 영상콘텐츠로 제작할 계획이다. 김혜진기자 hj@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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