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싱한 채소와 들깨가루,
쌈무와 양파지도 나온다
오리구이는 좋은 참숯으로
섭씨 200~300도의
높은 온도에서 굽기 때문에
은은한 숯불의 냄새가 육즙이 가득한
오리고기에 베어 훨씬 더 맛있어진다
뚝배기에는 흑임자죽이 가득이다.
딱 봐도 맛있게 익은 묵은지는 옵션
부드러우면서도 고소한 흑임자죽에
새콤한 묵은지를 올리니 가히
환상의 조합이라 할 수 있겠다
내 돈을 주고라도 사먹으라는 오리고기. 몸에 좋다는 오리 먹으러 먼 길을 돌고 돌아 광산구 하산동까지 왔다. 낯선 하산동. ‘동곡게장거리’라고하면 알기 쉬울 것 같다. 이곳은 멀어서 큰 맘 먹어야 가는데, 자꾸 갈 이유가 또 생긴다. 동곡게장거리도 매력적인데 바로 이 곳, 상미농원도 있으니까 말이다.
- 분위기부터 취향저격. 오늘의 식탁은 바로 절구통
가게 앞의 넓은 주차장에 내리면 비료냄새랄까 땅의 냄새랄까 시골냄새로 해두자. 시골냄새가 가득이다. 가게 내부는 색다르다. 테이블 없이 절구통만 줄지어 있다. 자리에 앉으면 절구통 위에 쟁반이 놓여진다. 절구통 위에 놓인 은쟁반. 곧바로 없던 테이블이 생겼다. 조금 있으면 숯도 들어온다. 자연스럽게 손을 갖다 대며 차가운 손을 녹여본다.
- “대리기사님 안 오십니다. 술 드려요?”
분위기가 이런데 술을 안 시킬 수가 없다. 주문을 했더니 “대리기사님 안 들어오시는 거 아시죠. 술 드려요?”라고 여쭤보신다. 아차! 술이 술술 들어갈 것 같은데 한명이 희생해야 한다. 제비뽑기라도 해야 할까? 상미농원을 가기 위해서는 꼭 지루한 토론의 시간이 필요하다. 바로 누가 ‘술을 참을 것인가?’를 결정하기 위해서 말이다. 이 날은 내가 참기로 했다.
- 메뉴는 단 하나 오리구이다
메뉴는 단 하나다. 생오리구이. 싱싱한 채소와 들깨가루, 쌈무와 양파지도 나온다. 흠.찌개나 국물 같은 것도 주문하고 싶지만 오늘은 참아야 한다. 없다. 생각해보니 공깃밥도 없는 것 같지만 후식을 걱정하지는 마시라. 오리는 해독작용이 뛰어나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보양식으로도 제격이다. 내 돈을 주고라도 먹으라는 오리는 체내에 축적되지 않는 불포화 지방산이 45%로 다른 육류보다 높다. 많이 먹었다고 살 찔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이 곳 오리구이는 좋은 참숯으로 섭씨 200~300도의 높은 온도에서 굽기 때문에 은은한 숯불의 냄새가 육즙이 가득한 오리고기에 베어 훨씬 더 맛있어진다.
- 어떤 조합으로 먹어도 성공하는 맛
간단하게 나온 반찬은 어떻게 먹어도 좋다. 그냥 먹으면 담백하지만 상추, 깻잎을 가득 넣어 싸먹어도 맛있다. 들깨가루를 가득 찍어먹으면 고소하고 직접 담근 쌈무와 먹으면 새콤한 맛이 더해진다. 이쯤 되면 눈치게임 시작이다. 정신없이 떨던 수다는 잠시 중단하고 먼저 먹는 사람이 승자다.
- 흑임자죽과 묵은지로 마무리
고기를 다 먹어갈 때쯤이면 또 하나의 은쟁반이 나온다. 뚝배기에는 흑임자죽이 가득이다. 딱 봐도 맛있게 익은 묵은지는 옵션. 부드러우면서도 고소한 흑임자죽에 새콤한 묵은지를 올리니 가히 환상의 조합이라 할 수 있겠다. 동의보감에 기록 된 107가지의 곡류 중 가장 먼저 소개되는 흑임자는 ‘병에 걸려서 말할 기력조차 없는 사람에게 처방하라’고 쓰여 있다. 하지만 흑임자는 소화가 잘 되지 않기 때문에 여러 번 씹어 먹어야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흑임자죽은 애초에 갈아서 만들기 때문에 식재료의 특성도 완전히 살렸다고 할 수 있겠다. 가게 내부에 있는 수석과 식물들이 비닐하우스 화원에 온 느낌이다. 지붕은 양철인 것 같은데 비 내리는 날 오면 지붕위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예술이다. 눈 오는 날은 불투명한 창문 너머로 눈 떨어지는 실루엣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분위기로 반은 먹고 들어가는 곳이니 술 마시지 않을 ‘오늘의 천사’님을 정하고 꼭 가보시길 권한다.
스토리텔러, 글 : 블로거 활화산이수르(이수연)
영양정보, 사진 : 블로거 may(최오월/영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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