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먹고 싶은 건 다 있다
포청천탕수육으로 기억하고 있는
탕수육은 딱 옛날 스타일이다
달달한 소스가 강제 부먹으로
나오지만 한 번도 따로 달라고
한 적은 없는 것 같다
김치볶음밥은 잘게 썬 김치에
당근, 파, 양파 등만 조금 들어가
오히려 김치가 스치고 지나간 듯한
비주얼인데 불맛 가득에 고슬고슬해
볶음밥의 정석을 보는 느낌이다
별 한 것도 없이 지나간 것만 같은 2020년, 쌀쌀해진 날씨와 얼마 남지 않은 달력을 보며 이런저런 추억에 빠져본다. "거기 기억나?"라며 어김없이 시작된 맛집 이야기. 변하지 않고 그 자리를 지키며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추억의 맛집들을 소개한다. 오늘은 전대후문에서 대학생, 고시생의 든든한 배를 채워준 곳. 신당명가다.
- 평일에는 학생, 주말에는 가족단위 손님들. 추억 찾아오셨죠?
아홉 개의 테이블이 있는 크지 않은 매장. 주말 점심시간의 신당명가에는 유독 가족단위 손님이 많다. 아이들과 같이 온 테이블을 보며 저기도 나같이 잊지 못하고 왔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어느새 옛날이야기를 시작하는 테이블의 다정한 대화가 즐겁다. 나이가 들며 입맛이 변할 법도 한데 대학생 때부터 20년 가까이 종종 와도 아직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곳이다. 평일 점심은 대학생과 근처 학원의 고시생들이 많다. 저렴하면서도 다양한 메뉴, 안 갈 수가 없는 곳이다. 필자도 그렇게 시작해 지금도 종종 가는 곳이니 말이다.
- 저렴하면서도 다양한 메뉴, 무엇을 먹든 성공!
아니 아무리 대학가라지만 김치볶음밥, 오징어덮밥이 5,000원이다. 부대, 참치, 김치찌개는 2인분에 9,000원. 그렇다고 맛이 빠지거나 양이 적다면 전대후문 맛집의 추억을 선사하며 그 자리를 지키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노화된 나의 눈치 없는 위가 20대처럼 소화를 다 못 시킬 수도 있겠지만 오늘은 추억을 먹는 날이므로 이것저것 시켜본다. 학생 때 가벼운 주머니 사정으로 고민하고 주문했다면 지금은 몇 개를 시켜도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아 나 왠지 성공한 어른 같아'라는 재밌는 생각도 한다. 추천하는 메뉴는 즉석 해서 튀겨 강제 부먹소스로 나오는 탕수육. 무려 9,000원으로 고가에 속하지만 갈 때마다 빠지지 않고 시키는 메뉴다. 볶음밥이나 덮밥 중에 하나를 골라 탄수화물 섭취를 하고 라볶이도 거의 갈 때마다 시키는 메뉴. "아~김밥도 주문해야 하는데...여기 찌개도 맛있단 말이야?" 다년간의 방문으로 모든 메뉴를 섭렵해 본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긴 고민과 신중한 선택의 시간을 가졌다.
기본으로 나오는 반찬부터 옛날 그대로다. 김치와 깍두기, 단무지와 어묵국. 간간한 어묵국을 먹자마자 타임머신을 타고 대학생 때로 돌아간 기분이다. 포청천탕수육으로 기억하고 있는 탕수육은 딱 옛날 스타일이다. 달달한 소스가 강제 부먹으로 나오지만 한 번도 따로 달라고 한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냥 이곳의 스타일이니까. 바삭하게 한 입 크기로 튀겨진 고기는 잡냄새 없이 부드럽다. 학생 때 많이 먹은 김치볶음밥은 별 들어간 것도 없이 단순해 보이지만 집에서는 흉내도 낼 수 없는 맛이다. 잘게 썬 김치에 당근, 파, 양파 등만 조금 들어가 오히려 김치가 스치고 지나간 듯한 비주얼인데 불맛 가득에 고슬고슬해 볶음밥의 정석을 보는 느낌이다. 오징어덮밥에도 들어간 재료는 비슷하다. 부드러운 오징어와 당근, 파, 양파인데 매콤하면서도 달달한 맛에 자꾸만 손이 가고, 많은 덕후가 있을 베스트 메뉴인 라볶이는 떡국떡, 어묵, 라면, 양배추와 채소까지 넣어 정말 바싹하게 볶아졌다.
대학생 때 열심히 다닌 밥집 중 이렇게 추억이 생각나 갔더니 그 맛이 아닌 곳도 더러 있었다. 변한 입맛 때문일 것인데, 이렇게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맛집이 아직도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아직도 평일이든 점심이든 식사시간에는 대기시간이 있다. 이 글을 보고 신당명가가 기억나 이번 주말에 갈 계획이라면 눈치게임 시작이다! 글·사진=블로거 활화산이수르(이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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