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스승의 날

@김대우 입력 2020.05.12. 18:58

오는 15일은 스승의 날이다. 스승에 대한 존경심을 되새기고 그 은혜를 기념하기 위해 제정됐다. 1963년 충남지역 청소년적십자 단원들이 '은사의 날(5월26일)'을 지정한 것이 시초다. 그러다 1965년부터 세종대왕 탄신일인 5월15일로 변경돼 지금에 이르렀다. 정부가 세종대왕 탄신일을 스승의 날로 정한 것은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이야말로 영원한 스승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의미가 퇴색되면서 스승의 날은 잦은 부침을 겪었다. 정부가 사은행사를 규제하기 위해 1973년 폐지했다가 9년만인 1982년 스승 공경 풍토를 조성한다며 다시 부활시켰다.

최근 들어서는 지난 2016년 9월부터 시행된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이 존폐논란에 또 불을 지폈다. '혹시나 제자들이 카네이션이라도 들고 올까봐 두렵다'는 교사들의 부담과 고충이 스승의 날 현주소를 대변한다.

국내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스승의 날을 앞두고 지난 10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교사 10명 가운데 3명만이 현재 직업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땅에 떨어진 교권인 데 최근 불거진 초등학교 교사의 '속옷 빨기' 숙제는 교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더욱 확산시켰다. 1학년 아이들에게 자기 팬티를 직접 빨아 인증 사진을 학급 SNS에 올리라는 '효행 숙제'를 낸 남자교사가 "이쁜 속옷. 부끄부끄", "매력적이고 섹시하다" 등의 성적인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부적절한 댓글을 단 사실이 알려져 파면하라는 국민청원까지 올라왔다.

일부 교사들의 이같은 일탈행위에도 불구하고 옛말에 '스승은 임금, 아버지와 같은 반열(군사부일체 君師父一體)'이고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고 했다. 미래의 동량을 기르는 교육자는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 교사가 긍지와 보람을 가지고 제자를 가르칠 때 교육이 살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년 같으면 벌써 새학기가 시작됐어야 할 학교 현장에서는 코로나19여파로 스승과 제자들이 얼굴도 보지 못한 채 기약없는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집에만 갇혀있는 지친 제자들에게도, 홀로 교실에서 쓸쓸한 스승의 날을 맞이하는 선생님들에게도 존경과 격려의 박수가 필요한 때다.

김대우 정치부 부장대우 ksh430@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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