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공포증

@이윤주 입력 2020.07.01. 18:45

'공포증'(恐怖症)은 특정한 물건이나 환경, 상황 등에 대해 지나치게 두려워하고 피하려는 일종의 불안장애를 뜻한다. 영어로는 포비아(phobia)라고 일컫는다. 높은 곳을 두려워하는 고소공포증(acrophobia)이나 밀폐된 공간을 못견디는 폐쇄공포증(claustrophobia)은 흔히 볼 수 있는 유형이다. 공포증은 지극히 개인적일수 있어, 어떤 이들은 바늘이나 새의 부리를 보고 공포를 느끼기도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에도 공개 장소에서 끝까지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며 자신만만해 하는 트럼프 미 대통령도 사실은 '세균 공포증'이 있다고 한다. 보여지는 모습과는 사뭇 딴판이다.

코로나 공포가 돌아왔다.

지난 2월 광주서 첫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한 직후 유례없는 코호트 격리에 이어 대구 신천지발 감염까지 이어지자 지역 사회 불안은 극도로 증폭됐다. 모두가 처음 겪는 일이라 집 밖을 나서기만 해도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을까 두문불출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사재기까지는 아니었지만 비상식량을 갖추고 온라인몰을 통해 물건을 비축해두는 것도 일상이었다.

그 후 다행히 광주와 전남은 일부 해외유입을 제외하곤 석달 가까이 추가 확진자 없이 '청정지역'에 가까운 상태를 유지해왔다. 지난달 광주 지역 학생 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다시 취소됐을때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설마하던 일이 터졌다. 지난달 광주 25번째 확진자 발생 후 상황이 달라졌다. 타 지역과 연결고리가 있는 확진자들이 하나둘 늘어나더니 급기야 지난달 27일부터 닷새동안 30여명의 확진자가 쏟아졌다. 하룻밤새 10명의 확진자가 늘어나며 자릿수가 잘못 표기됐을 것이라는 '웃픈' 오해가 벌어지기도 했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공포가 스멀스멀 몸과 마음을 조이기 시작한다.

어느 공간에든 같이 있는 누군가 감염자이지 않을까, 손을 씻어도 손잡이들마다 바이러스가 묻어 있는 것 같아 두렵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확진자 숫자에 이러다 숫자공포증이 생겨나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이제는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깨져서인지 더 암울해진다. 그저 지금의 상황이 다만 '공포증'으로 끝나길 간절히 바랄뿐이다.

이윤주 지역사회부 부장대우 lyj2001@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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