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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수터) 펜스룰

@박지경 입력 2020.07.13. 18:46 수정 2020.07.13. 18:57

언젠가 '미투'운동과 관련, '펜스룰'이란 말을 듣고 '여성에게 펜스를 친단 말인가'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펜스룰'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하원의원 시절이던 지난 2002년 한 언론 인터뷰에서 "아내를 제외한 여성과 단 둘이 식사를 하지 않고, 아내 없이는 술자리에 가지 않는다"고 말한 데서 유래했다. 국내에서는 미투운동 확산 이후 직장 및 사회 생활에서 여성을 배제하는 현상을 뜻하는 용어로 쓰이고 있다.

지난 10일 숨진 박원순 서울시장을 놓고도 당장 이런 분위기가 감지된다. "하여튼 여성 비서가 문제야" "안희정하고 같구만, 그 여성 비서가 그대로 그 자리에 있었으면 그런 일이 있었을까…" 등. 이런 말은 주로 노년층의 남성과 중년 이상의 여성들로부터 들었다. 대부분 박 시장의 죽음을 안타까워 하며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여성을 원망하면서 내놓은 말이다. 그 내막은 전혀 모르지만 그동안 살아온 경험이 더해져서 나온 말일 것이다.

사실 미투운동이 확산하면서 '펜스룰'과 비슷한 현상을 목격한 바 있다.

▲한 고위공직자는 대리운전 기사를 부르면서 여성기사는 절대 안 된다고 조건을 단다고 했다. 고위공직자를 노리는 '꽃뱀 대리기사'에 대한 정보를 듣고 난 뒤부터였다.

▲한 택시기사는 술 취한 여성 승객이 잠이 들면 깨우지 않고 바로 파출소로 간다고 한다. 깨우려고 몸에 손을 댄 순간 성추행으로 신고를 당했다는 동료 기사들의 경험을 들은 이후였다.

이같은 일에 대해 어떤 이들은 불미스런 일 근처에도 가기 싫은 남성들의 지혜(?)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실제로 미투운동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남성들도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영상이 없는 상황에선 피해자 진술이 우선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투운동의 탄생 배경을 생각하면 펜스룰은 본질을 잘못 짚은 해법이 분명하다.

미투운동은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끊임없이 피해를 받아온 여성들의 기본권 찾기의 일환이다. 또한 가해자 입장에서 '사랑'처럼 묘사했으나 실제는 권력의 '갑을관계'에서 나온 성폭력을 응징하려는 피해자의 몸부림이기도 하다. 피해자가 내 딸이었을 가능성을 생각하고 우리들 머리를 꽉 채우고 있는 남성우월주의를 깨는 노력이 필요하다.

박지경정치부장 jkpark@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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