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대서(大暑)

@이윤주 입력 2020.07.22. 18:25

대서(大暑)는 24절기 중 열두 번째에 해당하는 절기다. 소서(小署)와 입추(立秋) 사이에 자리한 대서는 장마가 끝나고 더위가 가장 심해지는 때다.

오죽했으면 '대서에는 염소 뿔도 녹는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니 그 더위가 얼마나 강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불볕더위, 찜통더위, 가마솥더위 같은 수식어가 가장 많이 인용되는 것도 이 즈음이다. 간혹 장마전선이 늦게까지 한반도에 걸쳐 있으면 큰 비가 내리기도 해 장마와 불볕더위가 공존하며 불쾌지수가 최고조에 이르기도 한다.

지금이야 에어컨이 곳곳에 설치돼 있어 냉방병까지 생길 정도지만 과거에는 '큰 더위'를 지나기가 쉽지 않았을터다. 이 때문에 우리 조상들은 대서를 전후해 여름휴가를 즐기곤 했다. 대서가 중복 무렵일 경우가 많아 삼복더위를 피해 술과 음식을 마련해 계곡이나 산정을 찾아가 더위를 달래는 풍습이 있었다.

하지만 자연의 이치는 참으로 심오해, 인간에게는 힘겨운 이 시기에 산과 들은 풍요로움 속에 조금씩 조금씩 속을 채우며 익어가고 있다.

우거지는 녹음 아래 참외나 수박 같은 여름과일은 풍성하고 가장 맛이 나는 때다. 힘겨운 보릿고개를 넘기며 일군 햇밀과 보리를 거두게 되고 채소도 어느때보다 풍족한 시기다.

이 무렵 농촌은 쉴틈이 없다. 퇴약볕 아래 숨이 턱턱 막혀도 논밭의 김매기, 논밭두렁의 잡초베기, 퇴비장만이 한창이다. 시기를 놓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뜨거운 여름 한철을 나며 곡식들이 무르익듯, 우리 인생사도 고비와 시련을 겪어내며 더욱 단단해지는 것이 '일맥상통'인듯 싶다.

대서(7월22일)가 이제 막 지났다. 사흘 후면 가장 덥다는 중복(中伏)이다

바야흐로 무더위가 절정에 달하는 시기지만, 올해는 아직까지 큰 더위는 찾아오지 않았다. 이번 여름엔 유례없는 더위가 엄습할거라는 예보도 아직까지는 체감하지 못할 정도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아무리 힘겨워도 시간은 흐른다. 올해는 무엇이든, 누구든 힘이 겹다.

지난한 '코로나19'에 장마, 더위까지 겹쳐 힘겨운 지금은 응원의 메시지가 필요한때다.

"자, 우리 모두 조금만 더 힘을 냅시다. 이 또한 지나가리니."

이윤주 지역사회부 부장대우 lyj2001@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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