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핑계 그리고 거짓

@도철 입력 2020.09.16. 18:30

'내게 그런 핑계 대지마, 입장 바꿔 생각해 봐. 니가 지금 나라면 넌 그럴 수 있니?… 안개꽃 한 다발 속에 숨겨진 편지엔, 안녕이란 두 글자만 깊게 새겨 있어….'

1993년 발매된 가수 김건모 2집 앨범 타이틀 곡이다. 우리나라 최초로 흑인 레게 음악을 가요와 접목해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앨범 중 하나이기도 하다.

노랫말처럼 우리는 살면서 실수를 하게 되고 또 부끄러워 감추려 한다. 그러나 핑계를 대면 다행이지만 자신을 감추기 위해 다른 사람 탓을 하거나 다른 상황을 내세우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핑계가 아닌 거짓말이 된다. 사실 핑계나 거짓말을 들으면 핑계인지, 다른 누구를 탓하는지, 아예 거짓말인지 등을 비교적 쉽게 알 수 있다. 또 당장은 넘어갈지 모르겠지만 시간이 지난 뒤에는 들통나는 사례가 많다.

최근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한 미용실 폐업을 놓고 미국이 시끌시끌하다. 화제가 된 미용실은 미국 하원의장인 낸시 펠로시가 지난 달 머리를 하기 위해 방문한 곳이다. 당시는 방역 지침에 따라 영업이 중단된 때였고 펠로시 의장이 미용실 안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돌아다닌 CCTV 영상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거세게 일어난 것이다.

사건 이후 펠로시는 미용실 측이 파놓은 '함정'이었다며 오히려 미용실 측의 사과를 요구했다. 미용실 주인 키어스는 인터뷰를 통해 "CCTV는 5년 동안 계속 미용실에 설치돼 있던 것"이라며 "펠로시 의장은 마스크도 안 쓰고 미용실에 왔고, 나는 그런 모습에 상심했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의 펠로시 의장 자택 앞에는 미용실 주인들이 모여 항의 시위를 벌이는 등 비난 여론은 계속됐지만 미용실은 결국 문을 닫아야 했다. 하원의장 핑계 한마디에 미용실 주인의 삶이 달라져 버렸다.

샌프란시스코에서 15년 동안 살며 두 아이를 홀로 키워왔다는 키어스는 "나는 돌아가는 게 두렵다"며 "조금 무섭고 슬프다"고 말했다. 다행인 것은 미국 국민들은 온라인 기부사이트를 통해 33만 5천달러(4억원)를 모금하는 등 미용실 주인 키어스를 위로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우리 사례도 많다. 코로나 속 광화문 광장 집회에 나선 성직자. 강남 아파트를 쇼핑하듯 사거나 허위 재산등록을 의심받는 국회의원.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들의 핑계는 거짓으로 들린다.

도철 경제부부장 douls18309@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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