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의사 국가고시

@윤승한 입력 2020.12.27. 17:55

의사 국가고시는 의사 자격시험이다. 의과대학생들이나 의학전문대학원생들은 관련 법률에 따라 졸업 후 이 시험에 합격하고 면허를 받아야 의사로서의 자격을 취득하게 된다. 그래야 진료가 가능하다.

이 시험 때문에 나라가 시끄럽다. 올해 시험을 거부했던 의대생들에게 별도의 재응시 기회를 주느냐 마느냐를 놓고서다.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국가가 시험을 막았거나 시험을 볼 수 없었던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설령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더라도 별도의 재시험 기회를 부여하는 국가고시는 없다. 어찌보면 논란 자체가 무의미한 사안이다.

그런데도 비상식적 논란이 눈앞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논란의 불씨는 정세균 국무총리가 당겼다. 최근 한 지상파 방송에 나와 의사 국가고시 재시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다.

정 총리는 그 자리에서 "조만간 현실적 필요와 코로나 상황을 감안해 정부 결정이 있을 것이다. 국민여론도 좀 바뀌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재시험 기회를 줄 수도 있다는 뜻으로 들린다'는 질문에 "그렇게 볼 수도 있다"고 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도 최근 국회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의료공백이 발생하지 않는 차원에서 접근하겠다. 먼저 국민께 양해를 구하겠다"며 사실상 '허용' 쪽에 무게중심을 실었다.

의대생들이 시험을 거부한 건 의과대학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방침에 대한 정부 방침 때문이었다. 국민적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말라는 게 그들의 요구였다.

정부의 재시험 허용 가능성 시사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반대글이 올라오는 등 여론이 들끓고 있다. 많은 이들은 코로나 비상시국에 환자를 볼모로 집단행동에 나서고 두차례 접수 기한까지 연기해가며 응시 기회를 줬는데도 거부한 그들에게 재시험 기회를 준다는 게 과연 정당한 것인가라고 묻고 있다.

외형상 '현실적 필요성'과 '공정의 가치'가 충돌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 속에서 정부는 공정의 가치를 희생해서라도 현실적 필요성을 충족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읽힌다.

공정한 기회와 공정한 과정을 최우선 가치로 지향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서 이런 논쟁이 주목받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좋지 못한 선례로 기억될 지도 모를 일이다.

윤승한 논설위원 shyoon@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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