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와이파이와 코로나

@최민석 입력 2021.01.06. 18:30

1930-50년대는 '꿈의 공장'이라 불리는 미국 할리우드의 황금기였다. 1929년 대공황에 이은 제2차 세계대전을 기점으로 영화산업의 주도권은 유럽에서 미국으로 넘어갔다.

무엇보다 전쟁의 영향이 컸다. 유럽이 2차대전에 휘말리면서 활동 무대를 잃은 영화감독과 배우, 제작자 등이 대서양 건너 미국으로 건너갔다.

'스릴러의 거장'인 알프레드 히치콕과 찰리 채플린, 비비안 리와 엘리자베스 테일러, 잉그리드 버그만, 그레타 가르보, 로렌스 올리비에, 리차드 버튼, 마를레네 디트리히 등이 대표적이다.

이중 오스트리아 출신 여배우 헤디 라마(1914-2000)도 있었다. 라마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백설공주'와 배트맨 시리즈 '캣우먼' 모델이며 국내에서는 영화 '삼손과 데릴라'로 널리 알려진 배우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라 불렸지만 사회적 편견에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길 주저하지 않았던 인물로 꼽힌다.

라마는 조국 오스트리아를 비롯한 전 유럽이 전쟁터로 변했던 1940년대 자신의 과학적 재능을 발휘해 자유를 되찾는 데 헌신했다. 그의 재능에 힘입어 상용화된 기술이 '와이파이'다.

와이파이는 'Wireless Fidelity'(무선 충실도)의 약자로 무선접속장치(AP: Access Point)가 설치된 곳에서 전파를 이용해 일정 거리 안에서 무선인터넷을 할 수 있는 근거리 통신망을 말한다.

라마는 해저 전투에서 연합군이 사용하는 주파수를 찾아내 교란하는 독일군으로 인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아이디어를 냈다. 그는 음악가 조지 앤타일과 함께 '주파수 도약 기술'을 고안했다. 이들의 업적은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Wi-Fi, 블루투스, GPS 등의 원천기술이 됐다. 1997년 두 사람은 미국의 '전자 개척자 재단(EFF)'으로부터 공로상을 수상했다.

라마의 행보는 연일 전시를 방불케 하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많은 이들에게 교훈과 귀감이 되고 있다.

변이 바이러스 등장과 무증상 감염 급증으로 연일 코로나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등 코로나 극복을 위한 행동이 필요한 때다. 라마의 헌신은 보잘 것 없어 보이는 걸음이 삶을 바꾸는 동력임을 웅변한다. 최민석 문화체육부부장 cms20@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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