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코로나와 노블레스 오블리주

@박석호 입력 2021.03.01. 13:15

"돈은 내 것이 아닙니다. 잠시 보관하고 있는 것일 뿐입니다."

'영웅본색'과 '첩혈쌍웅' 시리즈 등으로 1980년대 홍콩 누아르 영화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영화배우 주윤발. 평소에도 '기부왕'으로 유명한 그가 지난 2018년 자신의 전 재산인 56억 홍콩달러(약 8천100억원)를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고 밝혀 영화팬 등 전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런 막대한 재산에도 평소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옷은 주로 할인매장에서 사는 등 검소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는 소식까지 알려지면서 다른 나라에 비해 기부에 인색한 우리를 놀라게 했다.

주윤발 처럼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들에게 요구되는 덕목이 있다. 바로 부든 권력이든 가진 자의 도덕적 의무인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이다. 초기 로마시대에 왕과 귀족들이 보여 준 투철한 도덕의식과 솔선수범하는 공공정신에서 비롯됐다고 전해지고 있다. 로마제국 귀족들은 '고귀하게 태어난 사람은 고귀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정신을 불문율로 삼았다. 로마제국의 귀족은 자신들이 노예와 다른 것은 신분의 차이 때문이 아니라 사회적 의무를 실천한다는 점에서 노예와 다르다고 생각했다.

부와 명예는 자신들의 노력만으로 이뤄진 것일까? 아니다. 자본주의라는 국가적 시스템과 국민들의 사랑, 요즘에는 '코로나19'라는 특수한 환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당연히 그에 상응하는 책임의식이 있어야 하고 이를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지난해 초 시작된 '코로나19'로 부의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부의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이럴 때 일수록 재산과 권력, 사회적 지위가 있는 사람들은 사회적 책무인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김범수 카카오이사회 의장에 이어 자수성가형 사업가인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이 지난달 자신의 재산 절반인 5천억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빈부격차가 확산되는 '코로나 시대'. 광주·전남에서도 김범수·김봉진 의장처럼 명예와 부에 맞는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실천하는 기업인을 만나고 싶다. 박석호기자 haitai2000@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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