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봄소풍

@최민석 입력 2021.03.17. 17:30

봄을 이기는 겨울은 없다. 마찬가지로 봄을 밀어내는 겨울도 존재하지 않는다. 봄과 겨울의 차이는 바람이다. 북풍의 차가운 기운을 내뿜었던 겨울바람은 어느새 따스한 햇살을 머금은 봄바람으로 변한다.

이것을 영어권에서는 미풍(breeze)이라 부른다. 우리말로 산들바람이라고 한다. 혹독하고 길었던 올 겨울이 어느새 사라지고 온천지에 봄의 기운이 스며들고 있다.남녘 바다의 해풍으로 피어난 동백에 이어 광양 백운산 자락의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리더니 지리산 자락의 구례에도 산수유꽃이 피어났다. 말 그대로 입춘대길(立春大吉)이다.

올 겨울은 유난했다. 추위도 잦았고 폭설과 한파도 매서웠다. 그래서 오는 봄이 더욱 반갑다.

코로나 19로 인한 거리두기로 멈춘 일상 속에서 모두에게 힘겨운 계절이었다. 심야 영업시간 제한과 방역 등으로 손님이 끊긴 소상공인들과 자영업자들은 빈 점포를 지키느라 다른 누구보다 힘든 겨울을 보냈다.학생들은 학교에 가서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온라인 수업을 받으며 발이 묶여 지냈다. 낭만과 호기로 캠퍼스를 누볐어야 할 대학생들도 '집콕'으로 갇혀 지내기 일쑤였다.

해마다 2∼3월이면 졸업과 입학시즌을 맞아 일선 학교는 졸업생들을 떠나보내고 새내기들로 활기가 넘쳐났었다. 엄마손을 잡고 왼쪽 가슴에 손수건을 달고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어린이들에서부터 낯선 교복을 입은 중·고교생, 대학입시 지옥에서 벗어난 20세 대학생까지 새로 만난 친구와 선생님, 교수들과 맺은 인연은 평생의 추억으로 자리했다.

학창 시절 신학기가 되면 무엇보다 가슴을 설레에게 했던 순간은 봄소풍을 갔던 때였다.학교와 교실을 벗어나 햇살 좋고 봄바람 살랑살랑 부는 날 어머니가 싸 준 김밥과 먹거리를 배낭에 매고 소풍을 갔던 기억은 어제처럼 선명하다.

봄소풍은 반과 학년이 달라도 선생님과 부모님, 친구들이 한데 어울린 '난장'이었다. 김밥과 음료수를 나눠 먹은 뒤 보물찾기를 하느라 산자락 여기저기를 뒤졌던 추억도 새롭다.

코로나로 인해 봄소풍을 떠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기 힘들게 됐지만 백신접종이 시작되면서 일상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루 빨리 봄소풍을 떠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싶다.

최민석 문화체육부부장 cms20@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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