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군자지덕풍(君子之德風)

@박석호 입력 2021.04.06. 11:40
또는 내로남불

치솟는 집값에 이어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땅 투기까지 겹치면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가 최소한의 권리인 주거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하고 있어서다. '보수정권보다 더 힘들게 하고 있다'는 비아냥까지 듣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도를 추락시키는 일이 또 터졌다. 바로 청와대 핵심인사와 여당 국회의원의 임대료 인상 논란이다. 지난해 임대료 인상폭을 5%로 제한하는 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이끌었던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경질됐다. 이 법이 시행되기 이틀 전에 본인 소유 아파트 전세 보증금을 14.1%나 올렸기 때문이다.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던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법 통과를 앞두고 아파트 임대료를 9%가량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물론 이들의 행위가 불법은 아니다. 법안이 국회에 통과되기 전인데다 개정안을 적용하더라도 새로운 계약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의 행위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신에 기름을 부었다. '국민들에게는 5% 이상 못 올리게 하면서 자신들은 정작 그 이상 올렸다'는 사실에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아시타비'(我是他非).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는 뜻으로, 교수들이 선정한 2020년 사자성어다. 원래는 요즘 많이 쓰는 '내로남불'을 골랐는데 거기에 맞는 한자어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아시타비'로 선택했다는 후문. 우리 사회 지도층의 부동산 위선에 대해 민심은 '내로남불 끝판왕'이라며 분노했다. 공자는 논어에서 '군자지덕풍(君子之德風)'을 이렇게 해석했다. '군자의 덕은 바람이다. 윗자리에 있는 사람의 덕은 바람과 같아서 아랫사람은 다 그의 風化(풍화)를 받는다'라고.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라는 우리 속담과 뜻을 같이 한다. 즉, 부모와 권력자 등 사회지도층들이 올바르게 행동하고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면 일반 국민들도 양심에 가책이 되는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씀이다. '코로나19'로 생계 위협을 받고 하루하루 주거 불안까지 시달리고 있는 서민들이 상대적인 박탈감을 갖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최소한의 책무가 아닐까. 박석호 경제부장 haitai2000@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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