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농번기

@도철 입력 2021.05.09. 18:20

"불은 됐으니께 장에 가서 OO 좀 사온나. 시간이 없으니께 언능 댕겨와야 돼. 언능"

마당 한켠에 지펴놓은 새참 요리용 불이 살아나니 어머니가 음식 재료를 사오라 하신다.

"놉(농번기 일손)이 궁해서 몇 명 안 올 줄 알았는디 얼마라도 더 준다니깐 생각보다 더 많이 와 불었다."

품앗이로 일을 해주면 좋은데 젖소를 키우는 우리 집의 경우 매일 매일 일을 해야하는데다 농번기에는 채소밭까지 일이 더해지니 항상 일손이 궁했다. 새벽부터 일어나 부지런히 일해도 젖소 우유를 짜내고 밥 챙겨주는 일까지 끝내면 녹초가 되기 마련이다.

어머니의 바쁜 마음 잘 알기에 몸무게 보다 더 무거운 짐발 자전거 페달을 힘껏 밟는다.

서둘러 다녀와도 읍내 장을 돌아다니려면 시간 반은 족히 걸리기 때문이다.

숨 돌릴 틈 없이 생선 몇 토막과 푸성귀가 반찬과 안주가 되고 어느 새 내 손에는 커다란 노란 알루미늄 주전자가 들려 있다.

큰 소쿠리에 주섬주섬 담은 새꺼리를 머리에 인 어머니를 따라 밭두렁을 질러가면 동네 어르신들의 분주한 손놀림이 눈에 띈다.

"어여 그래 막걸리 받아 왔으면 한 양재기씩 따라 봐. 아직 시원하재"

탁주를 좋아하는 정식이 아저씨의 권주가를 신호로 모두들 그늘을 찾아 한 숨을 돌린다. 봄철 농번기 예나 지금이나 바쁘기는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일손이 바뀌었다. 처음에는 외지에서 일손을 구해 차를 태워 데려왔지만 이제는 외국 노동자들이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코로나 이후 농촌일손은 더욱 귀해졌고 품삯이 올라도 제대로 일할 줄 아는 일손을 구하기가 어렵게 됐다.

여기에다 날씨마저 도와주지를 않는다. 아침과 낮 기온의 차가 커지는 바람에 일찍 싹이 팬 열매 나무들에서 새벽에 얼었다가 낮에는 너무 뜨거워 제대로 자라지는 못하는 현상이 2년째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농자재 가격도 크게 올라 농민들의 어려움이 더해지고 있다. 비닐하우스를 설치할 때 사용하는 파이프의 경우 30%정도가 올랐고, 농사용 필름 등 일부 자재도 10% 상승했다.

어려움이 이어지자 청와대 국민청원에 호소하는 글까지 올라왔다는 소식이다. 농사를 제때 짓지 못하면 생산이 줄 것이고 결국 소비자 값이 오를 게 뻔해 벌써부터 올해 물가가 걱정이다. 도철 신문제작부 부장 douls18309@srb.co.kr

슬퍼요
0
후속기사 원해요
0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