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현의 새로 쓰는 전라도 마한사

한국 고대사서 마한의 역사적 위치 확고히 다진다

입력 2020.07.20. 15:45 이석희 기자
새로 쓰는 전라도 마한사Ⅱ
<1> 한국 고대사의 뿌리, 교과서에서 사라지고 있다(上)

신촌리고분군

 본보는 2017년부터 연재한 ‘다시 쓰는 전라도 고대사Ⅰ,Ⅱ’에서 마한 시대에 大國을 형성했던 우리 지역 연맹왕국의 실체를 추적하였다. 해남반도의 ‘침미다례’와 영산 지중해의 ‘내비리국’, 득량만의 ‘초리국’, 보성강 유역 ‘비리국’, 그리고 전남 동부 ‘불사분사국’ 등 그동안 미처 알지 못했던 연맹왕국을 발굴하고, 마한과 백제의 통합과정을 살폈다. 고유의 토착문화에 외래문화가 용해된 마한르네상스 문화를 창조하였음을 밝혀냈다.  

  이어 연재한 ‘새로 쓰는 전라도 마한사Ⅰ’에서는 백제와 통합 이후의 마한 정체성의 변용과정을 추적하였다. 4년에 걸친 본보의 심층보도로 한국 고대사의 뿌리가 마한이고, 영산 지중해가 마한의 발상지이자 중심지임이 확인되었다. 마침내 2020년 5월 ‘역사문화권 정비에 관한 특별법’에 마한이 포함되는 성과로 나타났다. 

  마한 역사를 체계적으로 조사, 연구, 복원, 정비할 수 있는 중요한 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하지만 마한사는 아직도 한국사의 변경에 머물러 있다. 2020년부터 적용된 새로운 교육과정에 마한의 비중은 거의 사라지고 있고, 4세기 후반 마한 영역이 백제에 복속되었다는 과거의 주장은 여전히 유효하다. 

  본보에서는 ‘새로 쓰는 전라도 마한사Ⅱ’를 기획하여 전남 지역의 마한 유적의 실태를 파악하여 앞으로의 연구 방향을 제시하고, 기존 마한사 연구가 지니는 문제점까지 살핌으로써 마한 역사가 한국 고대사에서 차지하는 역사적 위치를 확고히 하고자 한다. 


마한 54국 가운데 '영산 지중해'의

마한 연맹체들이 '영산 르네상스'

문명을 창조해냈다. 영산강 유역의

수많은 유적·유물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몽촌토성·부여·공주에도 없는

대형 고분들이 밀집되어있는

시종·반남 일대의 거대한 고분군들은

이곳이 마한의 중심지였고, 大國이

존재하였음을 알려준다

해남·강진 일대 '침미다례',

영산 지중해 '내비리국', 영암 '일난국',

다시들 유역 '불미국' 등이 그들이다


본란을 통하여 이 지역 마한사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 필자는, 마한이 한국 고대사의 뿌리이고, 영산지중해 지역이 그 발상지이자 중심부임을 강조하였다. 마한에서 진한·변한이 나왔고, 백제가 나왔다는 중국 기록이 중요한 근거이다. 마한이 한국 고대사의 원뿌리임을 말해준다. 일본에서 ‘백제(百濟)’를 칭하는 ‘구다라(くだら)’도 실은 ‘마한’을 상징하는 ‘매(鷹)’에서 비롯되었다. 마한이 일본 고대 문화의 원류임과 동시에 마한이 한국 고대사의 중심에 있음을 말해준다. 마한은 6세기 중엽까지 한국사의 한 부분을 차지하였고 하는 사실이 거듭 확인되고 있다. 

  마한 54국 가운데 ‘영산 지중해’의 마한 연맹체들이 ‘영산 르네상스’ 문명을 창조해냈다. 영산강 유역의 수많은 유적·유물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몽촌토성·부여·공주에도 없는 대형 고분들이 밀집되어있는 시종·반남 일대의 거대한 고분군들은 이곳이 마한의 중심지였고, 大國이 존재하였음을 알려준다. 해남·강진 일대의 ‘침미다례’, 영산 지중해의 ‘내비리국’, 영암 지역 ‘일난국’, 다시들 유역 ‘불미국’ 등이 그들이다. 이들 왕국은 ‘용맹스러움’을 뜻하는 ‘응유(응준)’로 상징되는 마한 연맹체를 구성하였다. 이곳에는 토착적인 요소에 낙랑, 백제, 가야, 왜 등 각 나라의 다양한 문화 요소가 융합되어 독창적인 문화가 형성되었다. 이러한 문화의 특징이 보성강, 섬진강 유역에도 영산 지중해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나타나고 있어 역시 같은 마한 연맹체의 세력권임을 말해주고 있다. 이들은 3세기 말 백제의 팽창에 맞서 마한 남부 연맹을 결성하였다. 

  신촌리 9호분에서 출토된 금동관은, 3단의 가지 장식이 백제나 신라 양식보다 가야나 왜 계통에 가깝고, 환두대도 또한 기본형은 백제에 가까우나 환내도상을 별도로 끼워놓은 것은 대가야 계통과 유사한 데다 제작 기법도 무령왕릉보다 시기가 앞선 것으로 보아 반남 지역 왕국에서 제작한 왕관임이 분명하다. 2019년 7월 신촌리 9호분 출토 왕관의 영락(瓔珞)과 동일한 ‘편(片)’, 그리고 금동관 가지에 해당하는 편이 2020년 4월 역시 반남과 인접한 시종 쌍고분(雙古墳)에서 출토되어 두 지역이 하나의 정치체임을 알려주었고, 고대 마한 왕국의 중심지였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5세기 후반에 일본으로 전파된 ‘집흔’ 문양의 토기와 승석문 토기는 영산강 유역에서만 출토되어 일본에서는 ‘영산강식 토기’라 부르고 있다. 영산강 유역을 중심으로 5∼6세기 무렵에 유행한 이들 토기는 백제 지역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고, 형식적인 면에서도 구별되고 있다. 고유한 영산강식 토기 전통이 6세기 전반까지 유지되었음을 알려준다. 이 지역의 토착 세력의 강력한 힘을 전제하지 않고서는 설명되지 않는다. 가야 계통의 방사상과 일본 계통의 원형 양식을 융합하여 창안된 영암 시종 옥야리 방대형 고분 토괴(土塊) 축조 양식이 가야·일본 지역으로 다시 전파되고 있는 데서 재지 세력의 강고한 토착성에다 외래 요소가 가미된 이 지역의 개방적인 문화 특징을 엿보게 한다.  

삼한지도

마한 사람들은 금은보다 옥을 중시하였다는 중국 기록을 통해 마한인과 옥이 깊이 관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말하자면 옥은 마한의 상징인 것이다. 현재 발굴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내동리 쌍무덤에서 도굴이 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옥 유물이 상당수 나오고 있고, 복암리 정촌 고분을 비롯하여 영산강 유역의 여러 고분에서 천 점이 넘는 옥 유물이 출토되고 있다. 이처럼 마한 시기의 옥 유물이 주로 영산강 유역을 중심으로 한 차령이남 지역에서 보인 반면, 차령 이북에서는 상대적으로 적게 나온다. 이렇게 보면 중국인들이 인식한 옥을 사랑하였다고 하는 마한인은 차령이남 사람을 두고 말하는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차령 이남 가운데서도 영산 지중해가 마한의 핵심 지역임을 알 수 있겠다. 

  마한에서 백제가 나오고, 마한에서 변한 진한이 나오고, 변한에서 가야가, 진한에서 신라가 나왔다고 한다면 한국 고대사의 원형은 마한임이 분명하다 하겠다. 한국 고대사는 마한 중심으로 서술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럼에도 광주광역시교육청에서 2018년 제작 보급한 인정 역사 교과서에서 마한 역사는 완전히 사라져 충격을 준 바 있었다. 


  필자는 2020년 3월부터 학교 현장에 보급된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새롭게 서술된 한국사 교과서는 마한사를 어떻게 서술하고 있을까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필자는 이들 교과서에 서술된 마한사를 통해 마한사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려 하였다. 이는 사학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두 출판사의 고교 한국사를 구하여 분석의 대상으로 삼았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마한 역사는, 한국사에서 사실상 사라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어서 큰 충격을 받았다. 각기 다른 교과서에 수록된 마한사 관련 부분을 그대로 옮겨본다. 

“백제는 부여와 고구려에서 내려온 이주민과 한강 유역의 토착 세력이 연합하여 성립하였다. 하남 위례성을 수도로 삼은 후 마한의 소국들을 제압하여 성장하였다.”

  백제의 성장 과정에서 마한을 병합하였다는 단 한마디 언급하였다. 마한의 실체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이다. 이미 연구가 상당히 진행되어 체가 드러나고 있는 영산 지중해 마한의 실체를 애써 외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같은 쪽에 있는 변한 관련 내용은 이보다 상세히 언급되어 있다. 

“변한 지역에서는 여러 소국이 가야 연맹을 이루었고 3세기경에는 김해의 금관가야가 연맹을 주도하였다. 금관가야는 5세기경 신라를 지원한 고구려군의 공격으로 쇠퇴하였다.”

  변한 지역에는 가야 연맹이 독자적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곧 마한 기술에서 제외된 왕국의 실체를 가야 시대 서술에서는 드러내려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교과서의 서술은 마한 역사의 서술이 백제 일부로 인식하고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동안 ‘백제의 마한’이 아니라 마한의 백제라는 인식으로 전환하여야 한다는 필자의 일관된 주장이 교과서 서술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음을 알려준다. 

박해현 (문학박사·초당대 교양교직학부 초빙교수)시민전문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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