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4섬 신안, 보고 즐기고 느끼는 방법도 천 가지

입력 2020.08.11. 18:20 선정태 기자
언택트 시대 최고의 관광지로 주목
'1섬 1뮤지엄', 컬러마케팅 효과 만점
천사대교 개통 이후 구름떼 관광객
신안의 보물 갯벌, 유네스코 지정 추진

1도(島) 1뮤지엄, 12사도 순례길, 각 섬마다 한 가지 색의 꽃 정원 조성 등 신안군이 언택트 시대의 새로운 관광 문화를 이끌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오랫동안 섬의 미래에 대한 고민 끝에 나온 결론들이, 코로나19에서 벗어나 한적하게 힐링 여행할 수 있는, 지금 시대에 딱 맞는 곳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신안군은 생태의 보고인 갯벌이 전국의 85% 이상을 차지하고 있을 만큼 높은 비중과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여기에 천일염을 생산했던 여건, 섬이라는 환경을 활용한 신재생 에너지를 통해 농업과 수산업을 관광과 연계시키고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도 힘쓰고 있다.

◆ 신의 한수, 천사대교

1천4개의 섬으로 된 신안군은 그동안 주민들의 이동 제한은 물론, 신안 섬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에게도 교통수단의 불편으로 다가가기 힘들었던 지역이었다. 그러나 압해도와 암태도를 잇는 7.2㎞ '천사대교'가 지난해 4월 개통되면서 신안 중부권의 자은도, 팔금도, 안좌도 등 7개 섬이 육지와 연결됐다.

개통 초기부터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천사대교'는 개통 이후 1년간 누적 관광객이 전년보다 22배 늘어난 630만명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같은 기간 차량통행량도 290만대가 다녀갔다. 최근에는 하루 1만5천여 대의 승용차가 신안군을 찾고 있다.

천사대교로 관광객의 접근성만 높인 것은 아니다. 지역민의 생활에도 커다란 변화가 생겼다. 그동안 한 시간 이상 배를 타고 이동했던 거리를 자동차도 10여분 만에 갈 수 있게 됐으며, 자은·암태·안좌·팔금도의 응급환자들도 기상악화 등으로 발이 묶이지 않아도 됐다. 천사대교가 그동안 신안군이 노력하고 가꾼 다양한 관광자원을 관광객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신의 한수'가 된 것이다.


◆ 섬 전체가 미술관이자 꽃 정원

그렇다면 신안군의 어떤 매력이 관광객들을 불러들이고 있을까. 큰 섬마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만들고, 섬마다 특정 꽃을 심는 컬러 마케팅도 진행 중이다. 한마디로 섬 전체를 관광자원화했다.

'1도 1뮤지엄'을 목표로 12개의 섬에 이미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설치했으며, 앞으로 12개의 섬에도 설치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관광 연계 상품으로 활용하면서 도시민들만 누릴 수 있었던 문화 향유권을 섬 주민들에게도 제공한다는 취지다.

조성된 12개의 미술관·박물관은 신안철새박물관, 천사상미술관, 1004섬 수석박물관, 새조각박물관, 조희룡미술관, 이세돌바둑기념관 등이다. 국내 최대 조개·고둥 전문박물관도 신안군 자은도 1004뮤지엄 파크에 개관했다. 이곳에는 전 세계에서 수집된 1만 1천여점의 신비한 조개고둥 표본과 조개 공예작품이 전시된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인 하의도에는 정치박물관도 지을 예정이다.

신안군은 또 '바다 위 꽃정원'이자 '플로피아(flower+utopia)'를 추진 중이다. 사계절 꽃물결로 넘쳐나는 바다위의 정원 조성 사업을 추진해 병풍도는 맨드라미를, 선도는 수선화, 도초도는 수국, 홍도는 원추리, 임자도는 튤립, 지도와 팔금도는 유채꽃을 테마로 섬별로 각자의 색을 입히는 컬러 마케팅도 진행하고 있다.

신안군의 컬러 마케팅은 꽃 뿐 아니라 마을 건물에도 진행 중이다. 좌면에 딸린 작은 섬 박지도는 섬 전체를 보라색 성지, '퍼플 섬'으로 옷을 갈아입으면서 화려하게 변신했다. 마을 어귀부터 비탈진 산언덕, 농로, 방조제길까지 온통 보라색이다.

◆ '섬티아고' 12사도길

신안군의 대기점도, 소기점도, 소악도, 진섬, 딴섬 등 5개의 섬에 예수의 12제자 이름을 딴 '12사도 예배당'이 있다. 5개의 섬을 연결해 12개의 예배당을 차례로 둘러보며 걷는 길이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모티브로 해 '순례자의 섬'이나 '한국의 섬티아고'라고도 부른다.

12사도 순례길이 생긴 배경에는 한국 개신교 최초의 여성순교자 문준경 전도사가 있다. 신안이 고향인 그는 1년에 고무신이 8켤레나 닳았을 정도로 열정적인 선교를 펼쳐 섬 주민의 90% 이상이 기독교인이라고 한다. 그동안 외지인이 찾을 일도, 찾는 이도 없던 곳에 '순례의 길'이 생기면서 생기가 돌고 있다. '섬티아고'는 종교에 상관없이 편하게 명상하며 걷는 가족여행지, 자전거 라이딩 명소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12개 예배당은 공공미술작품으로, 작가들이 만들어 5개 섬에 골고루 흩어져 있다. 저마다 독특한 개성을 갖췄지만 공통점은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작가들은 섬 주민들과 생활하며 주민들의 이야기와 애환을 고스란히 담으려고 노력했다. 크기도 3평 남짓해 혼자서 묵상하기 좋은 크기다.


◆ 신안의 보물, 갯벌

신안 갯벌은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귀한 갯벌로, 그 자체만으로도 높은 가치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신안 갯벌은 전 세계에서 가장 두꺼운 조간대 펄 퇴적층의 형성과 해수면 상승에 따른 퇴적 진화를 잘 보여주는 '다도해형 섬 갯벌'의 전형이다.

신안 갯벌은 유럽 연안 갯벌과 다르게 역동적인 암석들로 이뤄진 다도해 갯벌의 특성이 그대로 반영돼 펄, 모래, 암반 이외에도 해빈, 사취, 사구, 염습지, 조류세곡 등 다양한 서식지가 발달해 활발한 생태활동과 높은 생물 종 다양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다 보니 저서동물, 염생식물은 물론 흰물떼새, 큰고니 등 천연기념물과 멸종 위기종의 서식처이자 청정지역에서만 거주하는 철새들의 보금자리다. 여기에 조수간만의 차에 따라 1천4개의 섬에 맞닿은 연안 갯벌이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하며 농게와 칠게, 망둥어 등 청정 수역에서만 자생하는 생물의 대표 자생지로 손꼽힌다.

신안 갯벌은 멸종위기 Ⅰ급 황새와 Ⅱ급 노랑부리저어새, 검은머리물떼새, 알락꼬리마도요 등 철새가 번식과 월동을 위해 대규모로 찾는 곳이다. 신안 압해도 갯벌의 경우에는 '생물 다양성이 우수한 이동성 물새의 국제적인 서식지'로 국제인증도 받았다.

그만큼 신안갯벌은 다른 갯벌보다 종 다양성이 풍부하고 보전 가치와 생태계 우수성이 뛰어난 것이다.

신안군은 신안 갯벌의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지난 2009년부터 신안갯벌 자원에 대한 연구조사를 벌였다. 지난 2018년에는 습지보호지역을 유산구역과 동일한 면적인 11만㏊로 확대 지정했다. 이어 갯벌도립공원과 람사르 습지,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 지정 등 광활한 신안갯벌에 대해 국내외 다양한 보호지역 설정을 추진했다. 선정태기자 wordflow@srb.co.kr·신안=박기욱기자


박우량 신안군수 "섬 돌면서 배우고 느끼고 쉬어가세요"

의지 가지고 꾸준히 추진…효과 가시화

관광객 만족하고, 지역민도 행복하게

신재생에너지 공유조레로 주민에 배당

버스공영제 등 저비용 고효율 최고 정책

"신안군의 수많은 섬에 울창한 숲을 조성하고 꽃이 만발한 곳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신안군만이 가진 1천4개의 섬과 넓은 갯벌이 있어 가능합니다. 여기에 의지와 집념이 있다면 오래 걸려도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습니다."

박우량 신안군수는 "모든 섬에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짓고, 곳곳에 꽃을 심어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은 결국 관광산업을 발전 시켜 섬 주민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라며 "전국 어디에서도, 세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독특한 신안군만의 관광 자원을 만들고 키우면 신안군이 자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박 군수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갯벌을 비롯해 1도 1뮤지엄, 꽃을 활용한 컬러 마케팅 등 볼거리를 계속 만들고 있다"며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역에서 이런 사업이 가능했던 것은 섬을 어떻게 활용할지 오래 고민한 의지와 집념 덕분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섬 관광이 발전하면 농업과 수산업도 발전해 관광농업, 관광수산업도 발전할 것"이라며 "섬 주민들이 부자 되고 행복할 수 있는 다른 방법도 고민 중이다"고 밝혔다.

그 일환으로 섬의 햇볕과 바람을 이용한 신재생 에너지를 비롯해 버스 완전공영제, 1천원 목용탕 운영 등이 꼽힌다.

신안군은 에너지 공유조례를 통해 주민들에게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수익 배분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태양광·풍력 발전소 설치 자본의 30%를 주민들이 구성한 협동조합을 통해 참여할 수 있게 해 배당금을 지급하는 신안군 에너지 공유조례를 마련했다.

박 군수는 "섬의 태양과 바람도 주민의 자산이다"며 "태양광 발전과 풍력 발전으로 얻어지는 수익의 30%, 매월 최대 100만원까지 모든 주민들에게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른 지역은 태양광 발전소를 짓기 위해 산을 허물기도 하지만 우리는 염전에 지으면 된다. 풍력발전소도 바다 위에 지을 수 있어 소음 피해 등 마찰도 없다"며 "건립 전 보상금 몇백만원을 받는 것이 아니라, 건립에 참여해 일정 비율에 따라 50만원에서 최대 100만원까지 매월 받을 수 있게 된다. 내년 2월부터 배당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버스 완전공영제 역시 신안군민의 대표적인 복지 정책이다. 전국에서 최초이자 거의 유일하게 운영되고 있는 사례이기도 하다.

박 군수는 "지난 5년간 14개 회사를 매입해 군이 직영하면서 65세 이상은 무료, 최대 1천원의 버스요금만 받는데도 수익을 보고 있다"며 "공영제 이후 모든 섬 주민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노선을 확대하고 운행 횟수도 늘렸다. 사고 위험 역시 크게 줄어들었다. 비용은 최소로 들이면서 효율은 엄청 높은 정책이다"고 강조했다.

버스공영제의 효과는 지역 경제도 크게 활성화시켰다. 면소재지까지 쉽게 오갈 수 있어 지역 커뮤니티가 활발해졌고, 면소재지 경제는 크게 발전했다.

박 군수는 "예전에는 목욕하기 위해 1박2일 일정으로 목포에 나가야 했었다"며 "번거롭기도 하고 비용이 비싸서 목욕을 자주 안하던 주민들이 무료 버스 덕분에 많이 이용해 지역 경제 발전이라는 큰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선정태기자 wordflow@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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