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인구 빨아 들여 늘어난 순천 인구

입력 2020.12.18. 10:55 선정태 기자
아파트 분양·전남 동부권 인구 흡수
인구 감소 속 호남 3대 도시 ‘무색’
주변 지방소멸 가속화… 대책 절실
순천시청

순천시가 최근 인구가 늘어나면서 전북 익산시를 제치고 광주시와 전주시에 이어 호남 3대 도시에 올랐다.

그러나 전남 인구가 지속적으로 인구가 줄고 있는 상황에, 순천시의 아파트 건축 붐으로 인해 주변 시·군 인구가 유입돼 만들어진 '호남 3대 도시'여서 뒷 맛이 개운치 않다. 특히 이같은 '아랫돌 빼 윗돌 괸' 형식의 기형적인 인구 증가에 대한 전남도의 대책 마련도 요구되고 있다.

순천시는 지난 달 기준으로 28만2천618명을 기록, 28만 2천582명인 전북 익산시보다 36명이 많다. 익산시는 지난 해 순천시보다 8천173명이 많았지만 이후 11개월 동안 순천은 3천20명이 늘었고 익산은 5천189명이 줄면서 역전된 것이다.

순천시는 지속적인 인구 증가 추세에 있고 인구가 비슷한 규모의 익산시나 인근 여수시는 감소 추세로 볼 때 당분간 순천시의 호남 3대 도시로서의 위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순천시는 인구 증가의 원인으로 주거, 교통, 안전, 문화 등 도시 인프라 구축을 통한 우수한 정주여건을 꼽았다. 그동안 생태도시를 지향해 온 도시 정책을 기반으로 안전, 교육, 교통, 힐링 등 정주 여건을 조성하고 삶의 질을 높여온 것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순천시에 지어지고 있는 대단위 아파트 단지로 인해 아파트 분양이 이어지면서 투기 세력까지 모인 까닭도 있다.

순천 지역의 아파트 분양이 인구 이동을 촉발한 것으로 보이며, 신대·선월지구 등의 대규모 주택단지 청약 등으로 광양만권 시·군의 인구가 순천시로 대거 전출돼 인구 이동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의 국내 인구 이동 보고서에는 지난 달 말까지 전남에서 타 지역으로 전출한 인구는 8만1천941명으로 타 지역에서 전남으로 전입한 인구 6만9천780명보다 1만2천161명이 더 전출했다. 10월 기준으로 전남 인구 1만2천161명이 순유출된 것이다.

무엇보다 광양만권 시·군은 순천시의 주택시장 과열 현상에 직면하면서 인구 유출이 심각한 수준이다. 순유출은 광양시가 6천516명, 여수시 1천811명, 구례군 774명, 보성군 404명, 고흥군 220명 순이다. 순천시 주변 시·군의 유출 인구 상당수가 순천시로 유입된 것이다.

실제 올해 광양시 유출 인구 중 2천380명이, 보성군은 44명이 순천시로 유입됐다. 다른 시·군은 정확한 수치를 밝히지 않았지만 유출 인구의 20~30%가 순천으로 주소지를 옮긴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 결과 같은 기간 순천시는 전입자가 전출자보다 3천167명 많은 순유입을 기록했다. 사실상 수도권 등 타 지역이 아닌 주변 광양만권 시·군 인구를 블랙홀처럼 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전남도 차원에서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 5월 발표한 지방소멸위험지수 자료를 보면 전남은 지수 0.44로 지난해에 이어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됐다.

이런 지방소멸위험 위기 속에 순천시가 호남 3대 도시에 걸맞는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당장의 주변 지역 인구 흡수를 위한 '순천에 바른 주소 갖기'라는 단기책보다 동부권 시군과 함께 고민하는 구도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이다.

광양만권 지자체 관계자는 "동부권 시·군 인구정책에 전남도의 관심이 절실하다"며 "지방 소멸을 막는 중장기 플랜을 세워 시·군 간 실질적인 정책을 유기적으로 접목시키는 전남도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선정태기자 wordflow@srb.co.kr

슬퍼요
0
후속기사 원해요
0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