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만 전남대 공과대학 교수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 시대가 처한 환경에 적응하며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최근의 세대 변천사를 보면 베이비붐 세대, 386세대, X세대, Y세대를 거쳐 지금은 ‘밀레니얼(millennials)’세대다. 밀레니얼은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출생한 세대를 일컫는다. 이들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며 SNS와 유튜브 등으로 정보를 검색하고 습득하는 일에 능통하다. 전 세대보다 효율성과 가치를 중시하며 틀에 박힌 일보다 인생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최근 한 조사에서도 밀레니얼 세대가 현재 추구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가치는 안정(42.4%), 가족(39.5%), 쉼(37.5%) 등으로 나타났다. 밀레니얼 세대는 아껴서 저축하기보다는 지금 하고싶은 경험과 사고 싶은 물건에 투자하려고 하며, 미래를 위해 몰입하기보다 현재의 일상과 여유에 더 집중하려는 경향이 높다. 요즘 ‘한 번뿐인 인생’이란 의미를 가진 ‘욜로’(YOLO)라는 단어가 유행인데 밀레니얼이 추구하는 행복과 삶의 가치가 그 한마디에 농축돼 있다.
밀레니얼 세대의 가치관은 그들의 부모세대와는 확실히 차이가 난다. 부모세대는 한국전쟁의 폐허를 재건하며 보릿고개를 넘기던 유년기를 보냈고, 성년기에는 경제성장의 주역으로, 수출산업의 역군으로 국내외 일터에서 젊음을 바쳐왔다. 때로는 독재정권에 항거하며 정의와 민주화의 열망으로 피 끓는 청춘을 보내기도 했다. 치열한 시대를 살아온 부모세대는 돈을 벌어서 가족을 부양하고 자식의 성공을 바라보며 묵묵히 살아왔다. 어쩌면 그들에게는 가족도 휴식도 사치였을 것이다.
그러나 밀레니얼 세대가 처한 현실은 녹록치 않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적인 경기침제로 극심한 취업난을 겪으며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3포 세대’가 돼버렸다. 이런 현상은 비단 한국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CNN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국 경제가 성장하면서 미국인의 76%가 수십 년 만에 형편이 나아지고 있다고 답했지만, 밀레니얼은 직장과 소득 면에서 부모보다 가난한 미국 역사상 첫 세대가 될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2020년 이후 세계 노동인구의 35%를 차지하고 소비력 부문에서도 지난 세대를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사회의 주도권 세대로 떠오르고 있다. 이제는 밀레니얼 세대가 추구하는 문화와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면 사회경제 그리고 정치적 발전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밀레니얼의 니즈에 맞는 상품이 개발되고 있고, 그들의 가치에 부합하도록 노동환경과 소비문화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대학교육도 예외는 아니다.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을 반영하고 그들의 수요에 부응한 교육 변화가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 시대로 대변되는 이 시대를 이끌어 갈 맞춤형 인재 육성은 대학교육에서 시작되고 완성돼야 할 것이다. 우선 사회수요 맞춤형 교육체계를 운영하고 연계융합전공과 산업연계 과정을 확대해 새로운 시대가 원하는 밀레니얼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 보다 자유로운 사고를 가진 밀레니얼 세대의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교육방식도 집단주입식 강의보다는 온라인 강의, 쌍방향이 소통할 수 있는 플립 러닝(flipped learning) 교육법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창업학점 인정, 산학연계인턴십 등의 취·창업 친화적인 학사제도와 취업연계주문식 교육프로그램을 선제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또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창업지원을 위해 스타트업 창업캠프 운영, 창업 및 시제품제작, 글로벌 필드 트레이닝 등의 비교과프로그램을 적극 지원해, 창업 역량을 강화시키는 것도 이 시대 대학의 소명일 것이다. 인프라 측면에서도 도서관과 학생회관을 IT 컨버전스 협업공간으로 재정립해 무한한 지식 창조의 공간으로 변화시켜야 할 것이다. 이런 대학교육의 변화와 혁신을 통해 밀레니얼 세대의 가치에 부합하고, 그들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틀을 제공해야 한다.
2020년은 밀레니얼 세대가 추구하는 가치가 단순히 지나가는 유행이 아니라, 내일의 결실로 귀결되는 기점의 해가 되기를 희망한다. 응답하라! 밀레니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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