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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의창] 제2의 봉준호를 위하여

@김영만 김영만 전남대 전 공과대학장 입력 2020.02.17. 18:00 수정 2020.03.07. 19:05

김영만 전남대 공과대학 신소재공학부 교수

요즘 대세는 단연컨대 영화 기생충이다. 특히 이 신드롬의 중심에는 봉준호 감독이 있다. 세계무대에서 한국영화의 위력을 과감히 입증한 감독, 그가 오늘날 오스카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봉준호 감독은 오스카 감독상을 수상하면서 거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라는 말을 항상 가슴에 새기고 작업을 했다고 한다. 가장 한국적인 이야기를 새로운 시각과 영상으로 풀어나간 창의성, 그것이 바로 일인치 자막의 장벽을 넘어선 힘이었다.

창의성은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능력으로 선천적으로 타고난 재능과는 다르다. 소수의 사람에게만 국한된 능력이 아니라 모든 이에게 잠재돼 있어서 교육과 훈련으로 충분히 키우고 발전시킬 수 있다. 창의적 사고 능력의 계발은 우리 교육이 그동안 간과해 왔던 영역이었다. 그러나 4차산업혁명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창의성이 다시 한번 교육계의 주요한 관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유럽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초중고와 대학교육으로 이어지는 교육과정의 커다란 한 축은 창의적 사고 능력의 활용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올린 공과대학교는 기존의 공대교육과는 차별화된 독특한 커리큘럼을 내세워 현재 이공계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대학은 이론에만 치우친 교육이 아닌 철저하게 프로젝트 중심의 수업과 기업가 정신, 그리고 인문 과목을 모든 학생들이 기본적으로 배우고 있다.

학생들이 1학년 때부터 직접 제품을 디자인하고 만드는 수업을 듣고, 4학년이 되면 SCOPE(Senior Capstone Program in Engineering)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4~5명이 팀을 이뤄 기업을 위한 제품 개발에 직접 참여해보며 엔지니어로서의 현장 감각을 익힌다.

우리 대학수업은 어떠한가? 강의실에 빼곡히 들어찬 수강생 중 질문하는 학생은 몇 명인가?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받아 적기만 하는 수업, 달달 외워야 좋은 점수를 받는 시험. 좋은 학점을 받아서 원하는 곳에 취업을 하는데 창의성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일방적 지식 전달 방식의 수업과 질문 없는 학생들은 창의적 사고보다 수용적 사고를 높게 평가하고 있는 대학시스템에서 비롯된 건 아닌지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대학생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높은 학점을 받기 위해 창의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답한 건 고작 5%에 불과했고, 무려 90%의 학생들이 A학점을 받으려면 강의 내용을 이해하거나 암기하는 게 중요하다고 답했다. 강의 도중 질문을 하냐는 물음엔 전혀 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40%였고 궁금할 때마다 한다는 응답은 25%에 그쳤다.

한국 대학이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지 못한다는 비판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앞으로 기계가 단순노동을 대체하고 인간은 고도의 창의적 노동을 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대학의 책임은 더욱 막중해 졌다. 고등학교까지 대학입시라는 명목으로 일방적으로 많은 지식을 머릿속에 집어넣기를 강요당했다면, 대학교육은 달라져야 한다. 대학교육에서는 학생들이 스스로 자기가 문제를 찾아내고, 그것에 대해 답을 찾고 분석을 해보고 그렇게 생각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

학생들의 창의적인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대학시스템 전반이 바뀌어야 한다. 수업방식, 학점평가, 그리고 졸업요건 등의 학사시스템이 창의력을 함양시키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오프라인과 온라인 학습을 결합한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을 통해 수업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 보다 자유롭게 학습할 수 있으며, 일방적인 강의보다 교수와 학생간 소통에 방점을 둔 플립드 러닝(flipped learning)을 통해 문제해결 능력과 논리력을 함양할 수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협업하여 창조적 결과물을 만들도록 하는 공간 ‘메이커 스페이스(maker space)’를 각 전공특성에 맞게 맞춤형으로 구축·운영해, 창의적 인재에 대한 다양한 사회수요에 부응할 수 있다.

아울러 교수업적 평가 방식도 함께 바뀌어야 창의적인 교육콘텐츠가 보다 많이 개발될 수 있다. 법제도적으로도 대학이 창의적 인재 육성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도록 무리한 규제는 풀어주고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해주어야 한다.창의적 능력이 배양될 수 있는 교육환경이 조성되고 이를 바탕으로 교육성과가 차곡차곡 쌓인다면, 제2, 제3의 봉준호는 지속적으로 배출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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