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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의 창] 기초학문의 위대한 힘

@김영만 김영만 전남대 전 공과대학장 입력 2020.03.16. 10:11 수정 2020.03.16. 11:29

요즘 코로나 19가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이 바이러스로 우리의 평범한 일상은 멈추어 버렸고, 마스크, 병상, 방역 대란 등 각자의 삶터에서 우리 모두는 크고 작은 전쟁을 치르고 있다. 그런데 공포감과 우울함을 겪고 있는 요즘 같은 때에 안도감과 뿌듯함이 느껴지는 뉴스가 들려온다. 바로 세계가 우리나라의 진단 검사역량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주요 외신들은 한국의 적극적인 코로나19 검사 현황은 코로나19의 진짜 치사율을 보여주는 단서라며 한국의 광범위한 검사 역량을 미국 같은 나라들이 본받아야 한다고 하고 있다. 어려움과 위기가 닥칠 때 우리의 진단의학기술과 질병 대처방식이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진단검사기술은 단기간에 축적돼 성과를 내기 어려운 기초의학분야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의 진단검사역량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는 이면에는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그때 드러난 취약점을 개선하기 위해 검사 전문인력을 육성하고 진단검사 분야를 의학의 한 분야로 독립시켜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기술력을 쌓아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렇게 오랜 연구와 교육을 통해서 성과가 나타나는 분야는 비단 진단검사 분야뿐만이 아니라, 기초학문분야에는 모두 해당될 것이다.

기초학문은 오랜 시간에 걸친 투자와 노력으로 결실을 맺는 '느림과 기다림의 미학'이 나타나는 학문인 것이다. 사실 지난해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사태를 통해서 우리는 이미 기초과학기술의 중요성과 원천기술 국산화의 필요성을 체감한 바 있다. 이런 사태는 부품·소재 원천기술개발에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관련 기술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하고 수입에 의존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기초학문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안목의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상대적으로 취업전선에서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는 이유로 학생들은 인문학, 기초과학 등의 기초학문 분야를 기피하고 있고, 기초학문 분야 연구비가 턱없이 부족하니 연구를 이끌어갈 학부와 대학원생, 박사급 연구원들은 기초학문에 쉽게 발을 들이지 않으려고 한다.

연구할 인재가 없으니 연구 성과도 잘 나오지 않고, 성과가 없으면 연구비를 받기가 다시 어려워진다. 또 이른바 트렌디한 연구가 아니면 연구비를 신청하기 조차 어려운 현실이며, 행여 연구비를 받았더라도 단시간내 연구결과가 나오기를 독촉하고 압박한다. 이렇게 악순환은 되풀이되고 있으며, 대학 경쟁력 강화라는 미명아래 기초학문 전공 자체를 없애는 대학들이 생기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우리는 일련의 경험을 통해서 새롭고 혁신적인 이론과 기술은 기초학문을 토대로 성장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아야 한다. 이제는 기초학문 분야를 보호하려는 책임감, 경쟁력 있는 연구분야를 발굴하는 안목, 연구를 지원할 재원과 시스템, 그리고 연구성과를 기다려줄 인내심이 필요할 때이다.

특히 그동안 국립대학이 설립목적의 취지를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던 만큼 기초학문분야에서 국립대의 공적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정부와 지역 사회는 별도의 연구개발투자를 통해 국립대의 기초학문분야를 보호하고 육성하는데 전폭 지원할 필요가 있다. 대학도 긴 호흡으로 기초과학, 인문사회, 예술 등 각 분야의 원천 연구주제를 발굴하고 해당 분야를 체계적이고 장기적으로 지원하는 연구지원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더불어 기초학문분야도 새로운 트렌드에 부응해 변화하려는 노력은 필요할 것이다. 인문학과 기초과학과를 토대로 응용학문 분야에 융합적 학문 역량을 갖출 수 있는 전공과목들을 신설하여 기초학문과 초학제적 지식을 겸비한 인재를 육성할 수 있다.

그리고 기초학문분야에 인재가 모여드는데는 무엇보다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연구·교육 환경 개선을 위한 과감한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어진다면 관련 분야 경쟁률은 상승하고 우수한 인재는 모여들고 관련 연구는 풍부해지면서 기초학문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에서 인정받는 최고 수준의 대한민국표 기초학문분야가 지속적으로 나오기를 기대한다.

김영만 전남대 공과대학 신소재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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