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좋아하는 대학 후배들과 1박2일 지리산 종주를 계획했다. 사전에 1박 할 수 있는 대피소 산장을 예약해야 되는데 코로나로 인해 산장이 폐쇄됐다. 개통된 지 1년이 넘은 천사대교도 가볼 겸 섬 트래킹으로 방향을 틀었다. 신안 압해도와 암태도를 잇는 총 10.8km 천사대교를 건너 자은도에 도착해 해넘이길로 명명된 트래킹 코스를 따라 바다를 조망하고 금계국이 만든 꽃길을 걸으며 마음의 힐링을 얻었다. 양파와 마늘을 한참 수확하는 평화로운 섬마을 풍경을 접하고 섬과 섬이 연결된 다리와 해변길을 걸으면서 느림의 미학과 쉼의 소중함을 느끼는 여정이었다.
이 여행지 중에 눈길을 끄는 곳이 있었다. 섬 전체가 라벤더로 덮여 있는 것처럼 온통 보라색으로 물들여 동화에서 봤을 법한 신비감이 감도는 마을이다. 마을에 진입하면서 보라색 지붕들이 처음 보이기 시작한다. 파란 하늘아래 진보라색으로 물들인 보행교가 멀리 눈에 들어온다. 안좌도 두리선착장에서 박지도, 반월도를 잇는 일명 퍼플교는 와! 하는 감탄사를 절로 자아내게 한다. 국내 최대 규모의 라벤더 정원, 섬 마을에 있는 집들의 지붕, 걸어가는 인도는 물론 마을 안을 지나는 봉고차나 오토바이 농기계, 공중전화부스, 화장실, 수저, 주민들이 입은 옷까지 온통 퍼플로 가득하다. 조그만 슈퍼 앞 파라솔 천막 천도 보라색이다. 그 아래에서 한잔 기울이는 막걸리 색깔마저 반사돼 보라색을 띤다.
퍼플 아일랜드 박지도, 반월도 이 조그만 섬마을이 요즘 해상위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는 관광명소가 되고 있다. 반월도 섬둘레 4.2km 구간을 걷거나 자전거로 돌며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푸른하늘, 초록섬, 퍼플교, 에메랄드 바다 환상의 콜라보다. 박지마을에서 평생 살아온 김매금 할머니의 생전 소망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박지도에서 목포까지 걸어가는 것과 도라지 꽃으로 물들인 마을이면 좋겠다는 할머니의 소원이 지금의 퍼플섬을 있게 한 원천이었다고 한다. 농업과 어업으로 생계를 꾸려오던 섬주민들이 보라색으로 마을을 물들이기 위해 한마음 한 뜻으로 힘을 모았다. 지금은 작은 섬의 신기한 변신을 보기 위해 몰려 드는 관광객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오는 7월 정식 개장 후 유료화할 예정이고 보라색 차림을 한 관광객들은 입장료를 면제할 계획이라고 한다.
2010년대는 어디든 유명하다 싶으면 발도장을 찍는 '거기 가봤어?' 여행이 대세였다. 2020년대는 인생을 찾아, 추억을 찾아, 쉼을 찾아 나만의 여행지를 찾는 여행이 대세다. 이런 트렌드 변화를 간파한 지자체들은 앞다퉈 지역 특유의 시골스러운 풍경을 내세우며 '요기 어때?' 하며 여행자들을 유혹한다.
국내 곳곳에는 다양한 컨셉을 지닌 관광 명소들이 많다. 마을 전체에 벽화를 그려 넣은 벽화마을이 대표적인 예다. 색다른 체험과 공감을 위한 로컬 여행이 보편화되고 있는 추세에 '퍼플섬'의 관광 브랜드로서의 가치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포스트 코로나를 살고 있는 지금 우리의 삶은 이전과는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예상 속에 우리 사회 전 영역에서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자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여행이 힘들어 지면서 관심이 국내여행으로 쏠리고 있다. 확실한 관광의 컨텐츠와 전략의 유무에 의해 국내 여행객을 잡는 도시와 그렇지 못한 도시로 나뉘게 될 것이다. 광주는 어떤 차별화된 컨셉을 가지고 관광객을 불러들일 수 있을지 신안의 '퍼플섬' 으로부터 조그만 영감을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외부 여행객에게 어떻게 광주만의 지역 문화와 감흥을 체험하게 할지를 고민하고 만들어 가야 할 때다. 여기에 더해 표류하고 있는 어등산 관광단지도 광주만의 색깔을 갖춘 복합 문화 관광단지로 새롭게 태어나 힘을 보태길 기대해 본다. 박인철 ㈜광주신세계 관리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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