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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의 창] 풍자가 가슴에 와 닿을 때

@류승원 광주·전남콘크리트조합 이사장 입력 2020.09.07. 11:12 수정 2020.09.07. 11:23

과거 개그프로그램에서 역대 대통령이랄지, 유명인의 어록을 주제삼아 웃음으로 승화시키며 정치를 풍자한 사례는 많이 있었다. 최근엔 그도 거의 사라졌지만, 얼마 전 청와대 국민청원에 기재되어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는 풍자적 청원이 있다. 소위 '시무 7조 상소문'이라는 것이 그것인데, 고려 초 최승로가 성종에게 건의한 시무 28조를 패러디해서 올린 글로 보이는 이것이 며칠사이에 참여인원 40만 명을 초과하며 화제를 넘어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필자가 직접 전문을 읽었을 때 전체내용의 동의여부를 떠나 글쓴이가 정치·경제·사회에 해박한 지식을 가졌을 뿐 아니라, 촌철살인의 필력을 지닌 재야의 고수가 분명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극풍의 문장을 사용하고 있지만 글의 내용이나 라임이 일반인의 수준을 훨씬 뛰어 넘고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의 정책에 반하는 단순한 우파세력이 아니라는 강조를 위해 드문드문 삽입한 내용들도 큰 틀 속에서 유려하게 녹아있다. 하지만 간간히 보이는 도를 넘는 조롱은 본의를 퇴색시키며 약간의 부담감을 주기도 하고, 그 내용에 있어 일부 공감이 가지 않는 부분도 존재한다. 그러다 보니 여러 수구 논객들에게 공격과 논쟁의 대상이 되지 않나 싶다. 그럼에도 현 국민들의 애로와 고통을 풍자적으로 표현하여 큰 울림을 주는 명문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가 청원한 일곱 가지의 내용을 살펴보면 크게 세금정책, 복지정책, 외교정책, 경제정책, 인사문제, 헌법수호문제, 위정자의 솔선수범문제 정도로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첫째로 세금이 과도하니 줄여주고, 둘째로 일하지 않는 자까지 무위도식토록 하는 복지정책을 수정하고, 셋째로 명분보다는 실리적인 외교를 택해 국가 안정을 꾀하고, 넷째로 인간의 기본욕구를 인정해 자유경제를 추구하고, 다섯째로 이상주의적이며 독선적이고 무능한 인사를 배제해 등용하고, 여섯째로 기득 세력이 된 민주화 운동의 실세들이 과거를 답습하여 헌법을 유린하지 말고, 일곱째로 최고 지도자부터 일신해 자유와 민주와 인권을 수호함으로써 사분오열된 민심을 회복해 달라는 청원으로 해석된다.

결국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자유경제정책을 수호할 수 있는 인사를 통해 민정헌법을 사수하고 실리외교를 통한 국가안정을 통해 정의로운 복지국가를 꾀하자는 말로 간단히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가 장문의 청원문 안에서 하고 있는 이야기는 좀 더 구체적이고 신랄하다. 위에서 정제한 말은 누구도 이견을 제시할 수 없는 지극히 당연한 내용이지만, 비판만이 아닌 조롱과 도를 넘는 비유에는 시원함을 뒤로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정도의 필력을 지닌 이라면 얼마든지 좀 더 현실적 표현으로 충분히 가슴을 울리는 문장을 통해 좀 더 많은 이들의 동의를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청와대 국민청원은 지난 정부들의 국민과의 소통부재에 따른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함과 약자를 보호한다는 취지에서 도입한 온라인 플랫폼제도이다. 정부가 국민의 뜻을 구체적으로 살피어 소수의 권익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순기능에서부터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를 사회 정치적 문제로 이끌어 때로는 소모적인 논쟁과 역차별의 문제까지 발생하는 역기능 역시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운영적인 측면에서나 청원을 요구하는 국민들 모두에게 성숙함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청원내용이 30일 이내에 20만 명 이상의 동의가 있으면 책임 있는 정부관계자의 공식답변을 들을 수 있게 되어 있다. 불과 10여일 만에 '시무 7조 상소문'은 이미 40만 명을 넘는 국민이 동의를 했다. 이제 청와대는 어떤 식으로든 여기에 대한 답을 해야 한다. 정무 전반에 걸친 내용이라 장차관급 인사로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고, 대변인이나 대통령이 직접 답해야 한다는 것인데, 어떤 답변이 나오건 시쳇말로 모양 빠지는 형태임에는 틀림없으리라 생각된다.

필자 역시 이 땅에서 조그만 사업체를 운영하며 노모와 자녀 셋을 부양하고 사는 평범한 가장으로서, 하고 싶은 말들이야 왜 없겠는가마는 풍자가 가슴에 와 닿을 때 서로 참고 화합하여 '어제까지는 그러했으나 내일은 다르리라'는 희망으로 오늘을 사는 것이 답이라 생각하며 말을 아낄까 한다.

류승원 광주전남콘크리트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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