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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의 창] 한가위만 같아라

@류승원 광주·전남콘크리트조합 이사장 입력 2020.10.05. 10:11 수정 2020.10.05. 11:43

5일간의 추석 연휴가 비교적 조용히 지나갔다. 각종 매체를 통해 볼 때 30% 가까이 이동인구가 줄면서 교통체증도 그만큼 줄었고, 사건 사고도 다른 해에 비해 그 정도의 수준으로 떨어진 듯하다. '비대면 차례'와 '비대면 성묘'라는 말까지 등장한 것으로 보면 코로나 19가 일상을 넘어 그 이상을 변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산업화 이후 본격적으로 생긴 민족대이동이라는 말이 역귀성이라는 개념으로 바뀐 지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이제는 인터넷을 통한 비대면 명절이라는 개념이 생겨난 것이다.

2000년대 인터넷이 급격히 발달하면서 현재의 상황을 예견한 몇몇 미래학자들의 말이 당시에는 쉽사리 받아들여지지 않았는데, 막상 현실이 되고 보니 우습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다.

중추절, 가배일, 한가위, 팔월대보름 등으로 불리는 추석에는 가을 추수가 끝나기 전에 풋벼를 베어 만든 송편과 햇과일로 한 해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고, 조상께 감사의 마음으로 차례를 지낸다. 예부터 일가친척이 함께 모여 추석빔을 입고 인사를 나누고, 함께 준비한 음식을 먹으며 즐거운 하루를 보냈고, 아무리 가난하고 어렵게 사는 집에서도 그러한 하루를 보냈으므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나오게 된 것이다.

하지만 전체대비 상당 비율의 성인남녀 모두에게 명절이 스트레스로 인식되면서부터 이 역시 역설의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주부들의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증상으로 하는 '명절증후군'이라는 말이 생겨난 지는 꽤 됐고, 직장인이나 취업준비생에게도 '언제 취업할 거니?', '살 좀 빼라', '누구는 어디 어디에 취업했다더라', '사귀는 사람은 있니?', '다 너 잘되라고 하는 말이다' 등등의 어른들 말씀이 명절 금지 덕담으로 랭크되면서 '한가위만 같지 마라'는 우스갯소리가 돼 버린 것이다. 이제는 코로나 19라는 새로운 변수로 인해 한가위가 또 다른 국면에 처했지만 말이다.

이런 우리나라 연중 최대 명절인 추석의 현주소를 공휴일의 개념으로 잠시 살펴보면, 1949년 단 하루가 국가공휴일로 지정됐고, 이후 1986과 1989년에 앞뒤로 하루씩 더 공휴일로 지정되면서 3일 연휴가 만들어졌다. 2013년에 대체휴일제도가 시행되면서 앞뒤 휴일 조건이 맞아떨어진 2017년에는 10일에 걸친 장기간의 연휴가 펼쳐진 적도 있었다. 2025년에도 이와 비슷한 장기연휴가 예정돼 있다.

사실 이런 장기의 명절 연휴가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것이 서민들과 어려운 기업들의 현실이다. 명절을 기점으로 치솟는 물가와 명절 상여금이나 선물비용 등은 서민이나 어려운 기업들에게 연휴를 끝으로 돌아오는 '명절증후군'의 부담일 수밖에 없다. 정부의 재난지원금 역시 언젠가 모두가 세금으로 변제해야 할 빚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더더욱 그러하다.

하루아침의 문제가 아니라고 자조하기에는 감당해야 할 고통이 너무 막연하다. 현 정부와 위정자들의 각별한 고민과 대처를 기대해 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번 연휴 기간 중 코로나 국내 확진자 수를 살펴보면 두 자릿수로 조금씩이지만 줄고 있는 양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연휴 기간 중이라 검사를 하거나 받는 사람이 적어서 나타나는 현상일 수 있지만, 이번 주를 지나 다음 주까지는 모두가 조심하고 자숙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추석 연휴 때 고향 방문을 뒤로 하고 제주도를 비롯한 여러 여행지를 방문한 여행객이 수십만 명이라는 점에서 그들을 통한 확산이 어떻게 진행될 지 모르기 때문이다. 한계에 다다른 모두의 마음을 정확히 이해하기에 그들의 이기심을 탓할 생각은 없다. 다만 또 다른 코로나 19 확산의 불씨가 될 것이 심히 우려될 뿐이다.

세계에서 가장 힘있는 인물도 코로나 바이러스를 뜻대로 못하는 것을 보면서, 아직까지 길가에 걸린 '불효자는 옵니다'라는 씁쓸한 문구의 현수막을 보면서 매일 매일이 한가위와 같을 순 없겠지만, 최소한 인간다운 일상을 누리며 살 수 있는 날이 빠른 시일 내에 다시 오기를 기대해 본다.

류승원 광주전남콘크리트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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